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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권력(재벌)과 민주주의·시장경제,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재벌과 민주주의·시장경제의 조화 : 친재벌에서 친시장으로의 전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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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04일 21시52분
  • 최종수정 2015년07월04일 21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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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발표Ⅰ>

재벌과 민주주의·시장경제의 조화 : 친재벌에서 친시장으로의 전환

 

대다수 국민이 이익 보는 ‘포용적 성장’추구해야

친기업과 친시장을 혼동해선 안 된다.

사회 전반적인 견제와 균형 시스템 구축이 해법

①지식․아이디어시장의 경쟁 강화

②경제적 약자들의 법적 권리 보강,

③시장경제의 윤리와 법치의 확립 

 

1. 어떤 정책이든 효율성을 저해하고 파괴하면 지속 불가능하며, 어떤 사회이든 경제적 효율성을 무시하면 민주주의·시장경제의 장점을 실현할 수 없다.  우리는 효율성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불평등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성장의 혜택이 가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성장을 이루는 것이 재벌과 민주주의·시장경제의 조화의 의의이자 목적이다.  보수와 진보의 도식적 논리와 처방으로는 이런 성장을 할 수 없다.  새로운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

 

 포용적 성장의 출발점은 시장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게 형성·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꼭 큰 정부가 있어야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작동하는 경쟁적 시장은 경제적 약자들의 기회와 이익을 지켜주고 과도한 불평등을 막아주는 핵심 장치다.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하여 성장을 달성하면서 시장에서의 소득분배가 더 공정해지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며, 이 일은 친기업(pro-business)과 친시장(pro-market)을 제대로 구별하고 친시장의 법·제도·정책을 시행할 때 가능해진다.

 

 

2. 친기업과 친시장은 다른 것이다. 

 친 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기성 기업들(established firms)의 기득권과 이익을 중시하고 지켜주는 것이다.  반면, 친 시장은 잘 작동하는 시장을 조성해서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와 최상의 사업 환경이 제공되게 하는 것이다.  친 기업은 기성 기업들의 이윤과 성장을 위하는 것인 반면, 친 시장은 시장기능을 강화해 국민의 복리후생을 높이고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친시장 정책은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 역동적으로 진화해 가는데 필요한 법·제도와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흔히 친시장 정책은 기존 기업들의 이익에 반하며, 이 점에서 반기업적이다.  공정거래법과 같은 반독점법을 생각해보자.  이 법은 기업의 투자, 생산, 유통, 판매, 거래, 연구개발 등 사업 활동 전반에 대해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게 한다.  담합, 독점화 등 경쟁제한행위를 금지하고, 재벌들에게 일정 제한을 가하며, 법 위반자에 대해 행정처분 외에 형사벌도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반기업적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산업국가가 반독점법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이 법제가 경제력의 집중과 남용을 통제해 시장이 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친 시장 제도이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강자들의 부당행위에 대해 제대로 책임이 부과될 수 없고, 그 결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힘의 남용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약자들의 권리와 기회는 제약된다.

집단소송제는 이 불균형을 시정하는 장치다.  이 제도는 유능한 변호사와 전문가들에게 약자들의 집단적 이익을 옹호할 유인을 부여한다.  이로써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의 경쟁이 가능해지고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근절, 공정거래법 집행 강화, 경제적 약자들의 법적 권리 강화,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등은 친 시장 정책들이다.  이 조치들은 대기업과 경영자들의 국부파괴행위와 반시장적 행위를 규율해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보수 기득권 세력은 시장주의를 내세우지만, 기실 친 재벌을 친 시장으로 포장하면서 친 시장 정책을 반대해왔다.  친 기업이 곧 친시장이라고 믿는 정치인과 언론인도 많다.  이들은 친 시장 법·제도들의 반기업적 기능과 효과, 즉 기성 대기업들에게 가할 부담과 비용만 걱정한다.  이미 우리 경제는 낙수효과가 생기지 않는 구조로 변했지만, 이들은 대기업들이 잘 나가야 수출과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많아져 경제가 좋아진다는 관념에 포획되어 있다.  좋은 일자리는 새로운 기업이 새로운 성장사업을 찾아내 고속 성장할 때 많이 만들어진다.  친 시장 정책을 통해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이런 일이 가능하다.

 

친시장과 친기업의 혼동은 진보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기회와 이익을 지켜주는 것은 잘 작동하는 경쟁적 시장이다.  하지만 진보 논객들은 흔히 경쟁제한적 규제 철폐와 같은 친 시장 주장을 친 재벌 논리로 치부하며, 시장의 힘과 경제적 효율성을 경시한다.  이들은 시장의 왜곡을 시정할 친 시장 정책을 찾기보다 반시장적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

 

친 기업과 친 시장을 혼동하거나 동일시하는 한, 우리의 정치와 시장은 국민들보다 재벌 기업들의 이익에 봉사하게 된다.  친 기업과 친 시장을 올바로 구별해야만 친시장의 법·제도·정책을 시행할 수 있고, 이로써 경제 권력이 민주주의·시장경제와 조화되도록 규율될 수 있다.

 

 

3. 시장은 법·제도의 진공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공정하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려면,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사법, 언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견제와 균형의 힘이 작동해야 한다.  각 분야에서 활발한 경쟁이 있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민주주의·시장경제의 요체다. 주요사항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지식․아이디어 시장의 경쟁 강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이 맞게 정책이 형성되게 하고 정부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국민들, 특히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 법조인 등이 자신들과 같은 인식과 시각을 갖게 해야 한다.  재벌들은 이 일을 매우 성공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재벌들이 사람들의 인식과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지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식·아이디어의 경쟁을 제거할 수는 없다.  재벌들의 시각과 이익에 포획되지 않은 정치인, 학자, 언론인들이 있으며, 이들의 사고와 아이디어가 다수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으면 스스로 생명력을 갖는다.

우리는 지식・아이디어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 인식의 포획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집단소송제 등 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강화할 제도를 도입하며, 사외이사제도를 개선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는 경쟁적 언론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도 긴요하다.

 

▲ 경제적 약자들의 법적 권리 강화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법적 절차는 약자들에게는 불공정하고, 강자들에게는 유리한 것이다.  이 불균형을 시정해주는 법·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경제주체들 간에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 시장경제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다.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도입해 약자들의 법적 권리와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 간의 규율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복잡다단한 현대 경제에서 정부의 행정법령에 의거한 규제와 감독으로 갑을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을이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통한 가부장적 보호에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은 을의 지위가 아니라 정부당국의 갑 지위를 강화해주는 것이다.  약자들의 법적 권리와 보호를 강화해야 착취적 갑을관계가 협력적 대등관계로 바뀔 수 있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 시장경제의 윤리와 법치의 확립

정치와 경제권력의 연계는 법치의 실패를 초래했고, 이는 우리 시장경제의 발전을 막고 있다.  정직보다 부정직, 준법보다 위・탈법, 신뢰보다 기회주의, 책임보다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사익에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비윤리가 곧 좋은 비즈니스”(bad ethics is good business)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스템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잠식된다.  시스템과 법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사라지고, 재벌 등 상위 계층의 정당성이 인정받지 못한다.  엘리트 계층의 비윤리와 특권은 사람들의 반감과 불신을 유발해 사회적 합의와 결속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재벌총수 등 엘리트들은 법치(rule of law)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치적 과정과 경제관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특혜를 얻어낸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는 공정한 법치가 매우 중요하다.  법과 규칙은 누구에게나 엄정하고 비차별적으로 적용·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권력의 남용은 통제될 수 없고, 경제적 약자들의 권리와 이익은 빈번히 침해된다.  시장경제의 윤리와 공정한 법치가 없으면 민주주의·시장경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엘리트들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더 엄격해져야 한다.  기업은 윤리적일 수 없다.  기업은 사람들의 집합체일 뿐이다.  탐욕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은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기 전에 재벌총수 등 기업인 개인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책임은 제켜둔 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기만적인 것이다.

 우리는 정치와 재벌 간의 연계와 보상의 후진적 관계에서 탈피해야 한다. 기업과 기업인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기업의 윤리를 향상시킬 법·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공정한 법치를 세워 경제의 비윤리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참고 동영상: [보수진보대토론회] 경제권력(재벌)과 민주주의, 경제시장 어떻게 조화시켜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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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04일 21시5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7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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