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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걷힌 한국경제…"위기관리에 주력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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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3월10일 19시17분
  • 최종수정 2017년03월10일 19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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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현재진행형…차기정부까지 2개월이 고비, 대선 포퓰리즘 차단도 중요
전문가 "정권 교체기 경제 위기 전례…대내외 도전에 힘을 모아 대처해야"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제 주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 만큼 이번 결과를 그동안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내수 부진에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의 경제공세,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만큼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당장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외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 주체들이 똘똘 뭉쳐 한국경제의 앞날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 불확실성 해소됐지만 위기는 현재진행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수개월 간 한국경제를 짓눌렀던 정치적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걷히게 됐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의 위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한 정치적 혼란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청탁금지법 등 온갖 대내외 악재와 겹쳐 한국 경제에 쉽게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특검 수사가 진행될수록 박 전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고 조기 대선에 온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난 5개월 간 대한민국은 사실상 멈춰버렸다.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정치권과 전문가들로부터 "뾰족한 대책도 없는 맹탕 정책"이라는 질타를 받아야 했다.

계속되는 소비 부진에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내수 활성화 대책을 또 꺼내 들었지만 리더십 공백 사태가 이어지면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치적 혼란에 몸을 낮춘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룬 탓에 2년째 최악을 기록한 청년실업률도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문제가 청년층에 주로 집중되는 최근의 상황은 경력자 위주로 실업자가 급증했던 2008∼2009년 금융 위기 때와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질 대로 커진 대외 환경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 문제까지 가세하면서 점점 더 꼬여가는 양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유통, 화장품, 관광 분야를 넘어 애니메이션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잠잠했던 미국의 통상 압력도 점점 한국을 향해 구체화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지난 6일 LG[003550]와 삼성이 세탁기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옮겨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고 콕 집어 압박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연계보고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증가했다며 한미FTA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 예상대로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역시 한국의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4월 위기설' 요인으로 꼽히는 미국의 환율보고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정부의 성향상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 경제 불씨 꺼질까…차기 정부까지 2개월이 고비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당분간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정을 책임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이와 관련해 차기 정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5월 중순까지 남은 기간 경제만큼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해줘야한다는 지적이다.

 

유 부총리 역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경제 수장으로서의 의지와 각오를 대내외에 비쳐왔다.

유 부총리 앞에는 당장 해결을 요구하는 과제가 쌓여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한미 FTA 재협상 공세,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응하는 한편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유 부총리는 이달 중순 독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한미와 한중 재무장관 회담 등을 열고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꺼져가는 내수 불씨를 살려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동향 3월호'에서 한국경제의 수출이나 투자가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나 고용이 부진해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2월 수출이 5년 만에 최대인 20.2%(전년동월비)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1월 소매판매는 2.2%(전월비) 감소했고 취업자 증가폭 역시 24만3천명에 그쳤다.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려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하는 것은 오롯이 유 부총리를 포함한 현 경제팀의 몫이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등장할 포퓰리즘 바람을 어떻게 차단할지도 경제정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선후보들이 당내 경선이나 대선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 없이 복지지출이나 일자리 공약 등을 남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포퓰리스트 새해 : 글로벌 희망과 공포의 틀'이라는 제목의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20대 경제대국을 대상으로 향후 2∼3년 이내에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미국(66%), 멕시코(30%), 브라질(25%)에 이어 네덜란드, 프랑스와 함께 공동 4위(20%)로 나타났다.

◇ 전문가 "정권 교체기 경제 위기 전례…위기관리 철저"

전문가들은 그동안 탄핵정국으로 뒷전에 밀렸던 경제 문제에 시선을 돌려 대내외 도전에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거 정권 교체기에 경제 위기가 왔던 전례가 있었기에 현재 행정부는 부양책을 써서라도 위기 관리에 '올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탄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기업과 가계의 경제 상황을 안정시켜서 대내외 도전에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문제나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외 여건도 쉽지 않다"며 "과거를 돌이켜 보면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경제 위기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경제를 안정시키고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그동안 너무 갈등 국면으로 쏠려 경제 문제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며 "탄핵 결정은 이제 과거가 됐고 적절한 절차를 거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새로운 리더가 나오기 전인 앞으로 두 달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자영업자 부채, 부동산 문제, 자본 유출 가능성 등의 관리를 위해서는 부양책을 써서 최악의 국면에 도달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예기간이 두 달이면 끝난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소라 경제 심리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과 중국 문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권한대행과 유 부총리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을 둘러싼 많은 위기를 황교안 권한대행과 유일호 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두 달 사이 리스크가 표면적으로 현실화해 다음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된 측면이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경제 지표에서도 반영될 수 있도록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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