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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특허괴물, 법인세 국내 소송 승소…향후 수조원대 영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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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26일 13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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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 사용료, 국내원천소득 아니다" 판결
MS 등 유사 소송 잇따를 듯…정부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

 

 미국 기업 NTP 인코퍼레이티드(NTP)가 20억원대 법인세를 돌려달라며 과세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완승했다. 이 회사는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직접 사용하지는 않고 특허료를 챙기는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다.

NTP의 이번 승소를 신호탄으로 국내에서 벌어들인 특허 사용료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온 미국 기업들이 이를 내지 않기 위해 '줄소송'을 제기할 경우 수조원대의 세수(稅收)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와 국세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지난 9일 NTP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992년 미국 버지니아에 설립된 NTP는 별다른 생산 활동 없이 다수의 특허를 관리하면서 로열티로 돈을 버는 일종의 특허관리전문회사(NPE)다.

NTP는 이런 지위를 바탕으로 2010년 7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의 스마트폰 무선 이메일 전송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현지에서 특허침해금지·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특허소송은 곧 화해로 마무리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허 사용료로 NTP에 총 1천230만달러(약 148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15% 세율을 적용한 184만5천달러(약 22억원)를 원천징수 법인세로 관할 세무서에 납부했다.

 

하지만 NTP는 특허괴물이라는 악명에 걸맞게 국내에서 2차 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한 법인세로 특허 사용료가 줄었다며 과세 당국에 전액을 돌려달라고 청구했고, 당국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낸 것이다.

소송의 쟁점은 외국 법인이 국외에서만 등록한 특허로 국내에서 사용료를 받았을 때 그것을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 이에 따라 한국 과세 당국이 해당 소득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이었다.

NTP가 보유한 특허는 미국에서 등록했으나 국내에서 등록하지 않은 특허였다.

 

이에 법원은 NTP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법인세법 해석상 NTP가 얻은 특허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한국 과세 당국의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은 법인세법이 아닌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국제조세조정법이 외국 법인의 국내원천소득 구분에 관해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보다 조세조약을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헌법 제6조에 따라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재판부는 이어 특허권 속지주의를 따르는 한미조세협약 해석상 특허가 등록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특허권 침해가 발생할 수 없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NTP에 지급한 특허 사용료도 국내에서는 특허 사용의 대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NTP의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고, 과세 당국의 법인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법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결론이기도 하다.

국외에서 등록됐을 뿐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미국 법인의 특허권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 미국 법인이 사용 대가로 지급받은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판례다.

과세 당국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의 세금 환급 요구가 쇄도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삼성전자에서 받은 특허 사용료에 대해 납부한 법인세 6천340억원을 환급해달라며 지난 8월 국세청에 경정 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발생한 특허 사용료는 약 23조5천56억원,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이 한국에 납부한 세금은 약 3조5천2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원이 이런 판례를 고수하면 미국 기업이 특허 기술을 대가로 거액의 사용료를 받아가고 있는 게 엄연한 경제적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결론이 초래된다"며 "소송 대응 논리를 계속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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