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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의 한국 잠룡 전 상서(前 上書)
<11> 개혁총사령부를 구축하라-경제재정자문회의 (下) 본문듣기
기사입력 2017-08-08 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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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25년’ 중에 딱 한번 일본경제가 빛을 발한 때가 있었다. 거센 당내 저항을 극복하고 5년 5개월의 총체적 구조개혁으로 일본을 다시 일어서게 한 고이즈미 내각(2001~2006년)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개혁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장래를 자기에게 맡겨달라는 잠룡들에게, 고이즈미가 편지로 전하는 충언을 한번 들어보자.​​

 

 

 

 

<편지 11> 개혁총사령부를 구축하라-경제재정자문회의 (下)

 

관저주도로 총체적 개혁을 추진했던 나의 경험에 비추어, 총리나 대통령 직속의 자문위원회에 관해 조언을 한다면, 단 한 마디 ‘개혁 등 정책 이념을 공유하는 소수정예의 민간과 각료로 꾸미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대통령 자문위원회보다는 미국의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과 유사한 자문기구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만일 작금의 한국처럼 총리나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적어도 일본의 경제재정자문회의 정도의 권능을 가진 자문기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수정예로 개혁사령부를 꾸며라

 

세계적으로 국가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최근 수년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총의(總意)’를 수렴한다는 명목으로 수십 명의 전문가 또는 각 부문의 대표로 OO국가자문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여기에는, 첫째, 위원이 너무 많다, 둘째, 자문기구의 지향하는 바가 모호하다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30명에서 많게는 50명 가까운 인원으로, 누가 무엇을 자문하고 심의하며, 어떻게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미국의 NEC가 몇 십 명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번 상상해 보라. 중지를 모으기 위해 그런 심의기구를 두는 것인데, 한번 회의에 각 멤버가 한 차례씩 의견 내기도 벅찬 대규모 회의로는 심도 있는 논의나 최소한의 의견 집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면, 관료들 사무국이 준비한 회의 자료를 몇 구절, 몇 표현을 손댈 뿐 사실상 그 내용을 그대로 추인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기 마련이다.

 

또 여러 부문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자문기구를 구성하게 되면 ‘나라 전체의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또 그들은 개혁 등 특정 정책과제에 관해 일치된 지향점을 가지기도 힘들다. 설사 게 중에 국익차원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부문의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국익 차원의 발언을 한다는 것은 주제 넘는 일로 치부되기 일 수다. 그러다 보니, 명색이 국가최고 자문기관인데도 당면 국가과제에 대해 결집된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다. 자연 의장(총리이든 대통령이든)도 관계부처 장관도 이런 저런 핑계로 참석을 피한다. 누가 보더라도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위원 숫자가 많은 종래의 자문기구나 자문회의에서 개혁 등 과감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바로 그것이 관료들이 자문기구를 대형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 변혁을 일군 인물이기 보다는, ‘총리께서 잘 하셔야 합니다’ 둥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능수능란한 인물이기 쉽다. 아니면, 기껏해야 국가 최고지도자한테 ‘쓴소리’ 한답시고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과도 소통을 해야 합니다’ ‘반대세력도 포용을 해야 합니다’는 소리로 논의 주제를 흐려놓을 사람들이다. 다양한 정책관과 성향을 가진 다수의 인물로 정책자문기구를 구성한다는 것은 주요 국가과제나 개혁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셈이 된다는 얘기다. 

 

총리에 의한, 총리를 위한, 총리의 자문회의

 

나의 관저주도 개혁체제의 정점에는 자문회의가 있었다. 자문회의는 ‘고이즈미 개혁 사령부’로 불릴 정도로 나의 개혁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입안하고 그리고 추진했다. 그 조직과 구성원, 운영체제, 역할과 기능은 향후 국가적 개혁과제를 추진하고자 하는 모든 리더들에게 참고가 될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첫째, 자문회의를 국가 최고의 정책결정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내 자신이 정성을 기울였다.  의장인 내가 모든 회의에 빼놓지 않고 참석하여 토론에 참여했고, 중요한 계기에는 언제나 내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내가 자문회의에 정성을 쏟은 것은 자문회의를 명실 공히 관저주도의 최고 심의 의결기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자문회의와 특히 그 담당 대신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 그런 신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적으로 표현하였다.

 

둘째, 자문회의 담당대신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는 나의 분신이었다. 그와는 긴밀한 소통을 통해 주요 안건에 관해서는 그 핵심적 내용과 토론 그리고 그 정리방향까지 회의를 열기 전에 의견을 일치해 두었다. “다케나카는 자문회의가 열릴 때마다, 고이즈미에게 사전 ‘강의(lecture)’를 하러 가고, 중요한 국면에서는 ‘수상지시’로 결단을 내리도록, 은밀히 정지작업을 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淸水眞人(2005), 『官邸主導 - 小泉純一郞の革命』. 日本經濟新聞社. 265쪽.> 이 또한 일관성 있는 개혁 등 정책추진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셋째, 개혁적 민간인으로 자문회의를 꾸미고 그들이 자문회의를 끌고 가도록 했다. 나는 내가 총리가 되기 전부터 내 자문회의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의 개혁적 정책 성향은 익히 알고 있었던 바, 내 내각이 존속한 5년반 동안 그들 4인을 그대로 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유지했다. 자문회의의 개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정책구상, 기본적 내용, 법안 작성 직전까지의 구체화 등을 그들에게 책임지게 하고, 그들에게 실무 스태프도 충분히 제공하여, 관료 사무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정책 제안이 가능하도록 했다.

 

10명의 자문회의 위원 중에 민간위원이 4명이라는 것은, 운영하기 나름에 따라, 간단하게 그들로 하여금 자문회의 운영을 주도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의장인 나와 자문회의 담당대신이 (사전협의 등을 통해) 민간위원 4명과 뜻을 같이 하면, 자문회의의 논의는 사실상 민간위원이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자문회의 의사결정 3 단계: 민간 제안 - 대신(大臣) 정리 - 총리 지시

 

자문회의 초기부터 나와 다케나카 자문회의 담당대신이 가장 고심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자문회의가 개혁의 주도권을 잡느냐’였다. 자문회의가 개혁의 주도권을 잡아야 관저주도로 흔들림 없이 개혁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케나카가 정착시킨 관행이 바로 자문회의의 3단계 의사결정이다. 

 

첫째, 민간위원들이 민간위원 제안서를 통해 자문회의의 의제 설정(agenda setting)를 선점하도록 했다.  민간주도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민간 제안서’를 민간위원 4명의 연명으로 제출토록 하고 회의에서 이를 뒤집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둘째, 매 자문회의마다 다케나카 대신이 자문회의에서의 논의를 개혁의 방향성에 따라 정리한 후 자문회의를 종료하도록 했다.  매회 자문회의에서의 논의 사항을 집약해 다음회의로 연결시킴으로써, 회의의 실효성과 방향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셋째, ‘총리 지시’의 형태로 총리의 공개적인 승인이나 최종 결정을 받도록 했다. 개별 부처에 이견을 제기하는 경우 관저주도의 상징인 ‘총리의 지시’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자문회의의 3 단계 의사결정 메커니즘, 즉 “‘민간 제안서-다케나카 종합 정리-고이즈미 지시’라는 흐름은 자문회의를 무대로 하여 관저주도로 경제정책결정 프로세스를 움직이게 하는 생명선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淸水眞人(2005) 265쪽.>

 

발언 내용을 공개하라

 

뭐니 뭐니 해도, 자문회의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문회의에서 토론하고 심의하며 결정하는 全 과정을 신속히 공개하는 것이다. 회의가 끝난 직후 담당대신이 기자회견을 열어 중요한 논의나 결정사안에 관해 설명을 한다. 그리고 회의 발언의 요약문이 사흘 안에, 발언 전문(全文)은 10일 정도 뒤면 온라인에 공개된다. 자문회의에서 어느 위원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가 낱낱이 밝혀지는 것이다. 투명 공개의 사실 자체가, 개별부처, 개별부문, 개별지역, 개별 이익단체의 입장에 기울어진 발언이나 논의를 사전에 차단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따라서 ‘국익(國益)’과 ‘공정성’이 자문회의의 논의와 결정을 이끌어 내는 최고·최선의 기준으로 정착될 수밖에 없다. 자문회의를 총리 직속의 개혁총사령부로 자리매김한 핵심적 요소 중 하나가 논의의 신속하고도 투명한 공개였다.

 

“자문회의에 경제정책의 사령탑으로서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고이즈미 자신이다. … ‘제도’가 총리가 강력하게 한 것이 아니라, 총리가 제도를 강력하게 한 것임을 알 수 있다.”<大嶽秀夫(2006), 『小泉純一郞 ポピュリズムの硏究』, 東洋經濟新報社. 107쪽.>

<ifs POST>

 

 <순서>

왜 지금 개혁의 리더십인가?

제 1부 제대로 된 잠룡라면

제 2부 대권을 잡고 나면  개혁의 무대는 이렇게 꾸며라

제 3부 모두를 개혁에 동참시켜라

제 4부 논란이 많은 개혁과제를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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