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강, 청년들의 각기 다른 자화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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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03일 12시59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03일 13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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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한 가을 날씨와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됐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 청명한 하늘 덕분에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들떠있고 각자의 방학에 대한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개강.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한 학기의 시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짓눌리는 버거움이다. 무더운 여름의 끝과 시작한 개강에 마냥 웃고 떠들 수만은 없는 청춘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학교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 ‘불편한 청춘’들이다. 미래라이프대학으로 학생과 학교간의 갈등이 붉어진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의 등교 분위기는 설렘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7월 30일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의 강행을 막기 위해 모인 학생들 1600여명이 학교가 투입한 경찰 인력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 당했다. 공부를 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자신들의 공간에서 학생들은 몸과 마음 모두 짓밟히며 멍들었다.

 

 하지만 멍든 마음보다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계속되고 있는 불통으로 인한 ‘찝찝함’이다.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 아니라는 교수의 말도, 학생들에겐 등을 돌린 채 언론에게 보이기식의 소통을 하려는 총장의 모습도 교실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학생과 교수 간에 발생한 심리적인 간극과 상처는 충분한 소통과 이해가 성사되지 않는 한 더욱 깊어질 것이다. 

 

 개강(開講)은 교육의 시작을 의미한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학습하는 행위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간의 상호작용이며, 그 상호작용이 활발하고 원활할 때 참된 ‘가르침’이 발생하는 것이다. 상호작용은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발휘되어야 하며 그것의 바탕에는 신뢰가 있다. 상처가 아물지 않아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교실에서 마주하는 수업이 불편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까.

 

 개강을 하면서 불편하고 아파하는 학생들을 뒤로, 개강을 맞이하지 못해 아파하는 청춘들도 있다. 9월 1일,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아닌 ‘생계’를 위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바로 반 강제로 휴학을 결정해야만 하는 학생들이다. 

 

 2학년까지 이수한 14학번의 김모양은 현재 2학기 째 휴학 중이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위해 지난 학기에 휴학을 택했지만 최저 시급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생활비로 지출해 저축을 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계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 등 장학금 제도가 여럿 있지만 실질적으로 받는 혜택의 정도는 미약하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득분위에 해당되지 못하는 경우, 학생에게 주어지는 것은 300만원이 훨씬 넘는 등록금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3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학금이 등록 기간 뒤에 지급된다는 국가장학금의 폐해 역시 많은 학생들의 골머리를 앓게 한다. 여기에 중복수혜를 방지하려는 여러 정책과 실질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부채증명서에 찍힌 숫자와 같이 구체적인 객관성만을 요구하는 장학금 정책들이 학생들의 마음을 또 한 번 후벼 판다. 

 

 ‘돈’과 관련된 일은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말에 청춘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지만 학교를 다니고 싶은 마음과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회가 없다는 것에 가슴이 아파온다. 

 

이번에는 좋게 말해 ‘취업을 준비하지만’ 현실은 ‘백수가 싫은’ 졸업 유예자로 캠퍼스 내에서는 ‘화석’으로 통하는 고학번들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 중 여럿이 고의적으로 졸업 요건을 채우지 않는 것은 ‘백수’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기업 때문이다.

 

 학생들은 졸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재학생을 선호하는 회사의 등쌀에 떠밀려 개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뉴스 통계센터(STAT)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휴학한 경험이 있거나 휴학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은 70.7%에 달했다.

 

 휴학의 이유로는 44.8%로 토익 및 필수 자격증 공부가 1위를, 36.6%로 인턴십과 아르바이트로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서가 2위로, 36.1%로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가 3위로 꼽혔다. 이처럼 취업을 위한 경험 쌓기와 회사의 입맛에 맞게 졸업을 미루는 행위가 학생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쉼’과 ‘휴식’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취업 전선에서 학생들은 스펙과 취업준비라는 포장된 말로 그들의 휴식을 채워야 한다. 

 

9월 1일, 개강을 하며 청춘들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을 때, 각자의 자화상은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인터넷에는 ‘개강 여신 되기’, ‘개강 메이크업’ 등 개강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내포되는 새로움과 들뜬 마음이 도배되지만, 우리들의 현실과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각자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누구에게는 설레는 학기의 시작이 누군가에게는 함께하지 못한다는 소외감과 설움으로 얼룩으로 남는 대한민국의 사회가 씁쓸하다. 자기연민에 빠지며 ‘헬조선’을 외치는 청춘들이 가장 아픈 것은 청춘일 때 그 청춘을 맘껏 발휘하지 못할 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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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03일 12시59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03일 13시00분

댓글목록

9670님의 댓글

9670

씁쓸한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