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으로 보편복지를 실천해야 > 젊은이의 광장

본문 바로가기
젊은이의 광장

본문

우리 조상은 십시일반(十匙一飯)의 가치를 실천하던 사람들이었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양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단어를 행동으로 옮겼다. 두레, 품앗이, 계 등과 같은 마을제도가 대표적이다. ‘두레’는 마을에서 농번기 때 서로 힘을 모아 공동으로 일을 하는 작업공동체다.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수로를 내는 일, 길쌈, 모내기 등 주민 모두에게 필요한 마을공동체의 일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품앗이’는 소규모로 노동을 교환하던 제도다. 바쁜 농사일을 돕기 위해 가까운 이웃끼리 함께 돌아가며 일을 하는 것이다. 협동조직 ‘계’는 계원들끼리 돈이나 곡식을 얼마씩 거뒀다. 마을 큰 행사, 결혼, 초상 등이 있을 때 계원들끼리 물질적으로 상호부조하며 사회적 연대를 실천했다. 이렇게 과거 조상들은 서로 도와가며 혼자 힘으로만 하기 어려운 일들을 사회적 연대로 해나갔다. 

 

현대에는 공동체가 하던 일에 공백이 생겼다. 공동체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공동체가 농번기 때 농사일뿐만 아니라 육아 또한 함께 했다. 아이는 엄마가 일하러 나가느라 없는 시간엔 이웃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대가족형태 시절, 나이 든 노모는 자식이 효를 다하며 극진히 모셨다. 지금은 다르다. 맞벌이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부모의 생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2002년 70%에 달했으나 불과 12년 후 32%로 줄었다.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진출 등 사회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그 공백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메워야 한다. 노인부양은 사회 공동 책임이라는 답은 18%에서 48%로 늘었다. 사람들이 노인부양에서 가족이 해왔던 역할을 점점 정부와 사회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원하는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도움을 주던 소극적 복지국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연대의 중심축이 됐던 공동체의 역할을 국가가 해야 한다. 보편서비스의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적 연대 기능에서 국가의 몫을 점차 늘려나가는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한국은 두레와 품앗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지출이 매우 낮다. 2016년 OECD 35개 회원국 중 34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 추산치는 10.4%로, 한국보다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낮은 국가는 7.5%인 멕시코 단 한곳뿐이었다. 사회복지지출은 노인, 보건, 실업, 주거, 가족급여 등 9개 분야의 급여 및 사회보험 비용을 합한 것이다. GDP대비 사회복지지출이 높을수록 보편서비스인 사회보호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OECD 35개 회원국의 사회복지지출 비중 평균치는 21%로, 한국의 두 배 수준이었다. 국가가 사회적연대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fd4db4c4e93bf48348052ed9b15e9e06_1510302
 

 

현대국가는 계주와 같은 역할을 도맡고 있다. 세금을 걷는 것이다. 이 세금을 통해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시민들은 노동을 통해 얻은 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며 공동체의 번영에 힘을 보탠다. 부유층은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직접세를 많이 낸다. 소득이 적은 국민들은 소득세에서는 면제를 받지만 부가가치세 등 소득이 적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간접세를 많이 납부한다. 

 

이미 납부한 곗돈을 통해 모든 국민은 보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편서비스를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은 부유층을 사회적 징벌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현재와 같이 빈곤층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등 도움이 매우 필요한 사람들에 한해 선택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노컷뉴스에서 이정우 경부대 교수는 “의료제공체계의 경우, 선진국은 전체 병원 중 공공병원의 비중이 60~90%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10%에도 미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재정의 경우 의료비 중에서 공공이 부담하는 비율이 유럽 선진국이 80% 이상인 데 비해 한국은 53%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개인화되고 공동체가 붕괴된 상태다.”라고 꼬집었다. 일상의 부담을 개인이 혼자서 도맡는 형세인 것이다. 모든 국민이 자신이 낸 곗돈으로 보편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이후 꾸준히 7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다. ‘문빠’라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인기가 뜨겁다. 대통령의 행보를 방해하는 기타 의원에게 이들은 일명 ‘문자폭탄’으로 불리는 문자를 보내며,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문재인 정권은 이 지지율을 지키려고만 하면 안 된다. 이 지지율을 등에 업고 보편서비스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증세는 지지율에 썩 좋지 않다. 국민들은 복지서비스를 받는 것은 좋아하지만, 세금을 더 내는 것을 껄끄러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인기 없는 개혁도 강행해야 한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증세 추진을 공식화했다. 다만 임기 중 증세는 초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와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에 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이며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달라”고도 말했다. 핀셋 증세로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세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8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세입 순증 효과는 연간 5.5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을 위한 소요 재원인 연간 35.6조원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재원 마련에 대한 초석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증세를 추진하면 단기적으로 인기를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위험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과감하게 증세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복지국가의 초석을 세운 정부로 기억될 것이다.​ 

좋아요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정책 저작권정책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