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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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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매일같이 담는 곳은 집이다. ‘집’이라는 의식적 공간에서 벗어나 바라볼 때 이것은 하나의 건물이고, 그 건물은 넓게 건축이 된다. 건축은 특정한 땅의 특정한 시기에 특정의 인간에게 속한 것이다. 따라서 좋은 건축물은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 건물이 속한 지역의 이웃들에게 그 건물이 속한 지역, 시대, 역사의 기억을 일깨울 수 있는 시각적 요소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의 시각적 요소는 특이하거나 아름다운 등 ‘볼거리’가 있는 요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땅 위에 단단하게 서 있는 건축물이 ‘존재감’을 가지고 그 시대 안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느냐의 문제다.

주거의 형태는 오랜 역사간 그 종류와 특성이 다양했지만 사람을 보호하고 생활을 유지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변치 않아왔다. 지푸라기로 짓던 집은 나무로 조금 더 튼튼해 졌고, 벽돌로 더욱 단단해졌다. 그 후 ‘콘크리트’는 더욱 높은 건물을 빠르게 올리는 것을 가능케 했다. ‘콘크리트’는 민주화 이후 건설과 소비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폭발적인 성장과 IMF로 이어지는 짧은 영화의 붕괴였다. 그리고 ‘콘크리트’는 오늘날 주택의 담론을 사뭇 다르게 제시하는 배경이 되었다.

콘크리트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주택’과 ‘투기대상으로서의 주택’이라는 두 가지의 대립되는 주택 관념이 공존하는 사회를 형성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주택은 사용가치를 갖는 생활수단이고 교환가치를 갖는 상품이며, 생계와 수입 보장에 대한 하나의 재산이라는 복합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19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면 생활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투기에 의한 주택 가격이 폭등했고 이에 따라 주택 임대 가격의 상승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과 주거환경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켰다. 콘크리트 건물이 하나 둘씩 머리를 내밀다가 눈 깜짝할 사이 도시 한 복판을 뒤덮는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는 ‘주거 빈곤층’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주택보급율 증가’를 주택 문제의 해결책으로 믿었고 주택공급과 자가소유자의 확대를 시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1가구 1주택’의 의식을 조장하며 투기를 부채질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청년건축 운동가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소유여부와 관계없이 주택사용이 광범한 사회계층에게 보장되는 체제의 마련을 구축하려 했다. 그리고 주요 대안은 ‘공공임대 주택’이었다.

1971년 공공임대의 첫 공급이 이뤄졌고 지난 46년간 100만 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이 들어섰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총 85만 가구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해 주택난 해소를 약속했다.

어느 시대에는 싸워서 쟁취해야 했던 임대주택이 오늘날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지난해 LH 임대아파트 브랜드 휴먼시아와 관련 해 ‘휴거’라는 신조어가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 위례신도시의 임대아파트 단지 내 벽면에는 SH로고가 빠지기도 했다. 임대주택 이미지를 지우려는 주민들의 자체적인 건의로 삭제된 로고였다.

‘휴거’는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성해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비하하는 말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돼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휴먼시아(Humansia)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6년에 출범한 임대아파트 전문 브랜드다. LH가 판교 신도시부터 휴먼시아 브랜드를 적용하면서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임대아파트의 대명사가 되면서 ‘휴먼시아=가난한 아파트’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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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차별과 잘못된 가르침은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일어하는 특이 현상이다.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주위가 온통 다 아파트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개발독재 정권이 내세운 도시와 국토 개발 전략이 낳은 결과다. 쾌적한 생활환경과 기후와 같은 자연의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을 보장하는 주거 공간

이 바로 아파트의 건설 목적이었다. 하지만 아파트가 단순히 주거 공간이라는 의미를 뛰어 넘어 신분을 나누는 벽이 되고 지위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은 과시적 소비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곳에서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구별 짓는 방법 중 하나로 아파트 브랜드 간 차별을 거주자들은 이용했다. 사는 지역, 아파트의 브랜드 동과 평수가 사는 사람들을 구분 짓고 부의 정도를 측정하는 하나의 도구적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동과 평수가, 아파트의 브랜드가 아이들의 동심까지 밟아가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만들고 부모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알려 줄 수 없어서 사는 곳을 쉬쉬하며 숨어 살게 만들었다. ‘중산층적 삶’이라는 꿈을 실현하고자 아파트의 세계로 들어가려 하는 사람들을 피 말리는 생존경쟁에서 두 번 죽이는 꼴이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예전 한 건설사의 아파트 광고 문구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재산형성의 도구이자 자신의 신분과 사회적 위치를 대변하는 ‘상징’이 됐다. 이렇게 거주지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사회에서 ‘임대아파트=거지’라는 이미지 탈피를 위해서 누군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광고를 비롯한 홍보와 마케팅 강화만으로 저평가된 LH 아파트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간 아파트처럼 광고마케팅과 내부 마감에 공을 들일 수 있겠지만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저소득층과 서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LH 사업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나의 집이란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다.’ 로이스 맥마스터의 문장이다. 집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그 자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거주하는 공간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정의하고 분류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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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06 21: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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