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잘하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나요? > 젊은이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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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보건사회연구원은 13차 인구포럼에서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산의 원인은 여성들의 ‘고스펙’에 있으며 저출산 해소를 위해서는 여성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고스펙 고소득 여성의 하향 선택 결혼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 관습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을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수준’으로 ‘음밀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대책도 내놨다. 2016년에는 행정자치부는 저출산 문제 극복 대책으로 전국 가임기 여성 수를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 지도’를 온라인에 배포했다. 저출산 문제를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시각이 ‘2017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정부기관을 필두로 말이다.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저출산을 해결하고 싶은 정부는 저출산이 모든 것의 원인이기 전에 모든 것의 결과라는 것을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한다. 저출산의 이면에는 경제적 양극화와 이를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직무 유기가 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아이의 생애주기별로 부모의 고민을 살펴보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는 양육하기 벅찬 경제적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 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능력과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는 것도 죄라고 하는 현실이다. 여성가족부가 13일 발표한 2016 육아문화 인식 조사에 따르면 만 9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월평균 양육비는 107만원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양육비용의 부담은 출산기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해당 조사 참여자의 94.6%는 양육비용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국내 종업원 수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적은 상태다. 결국 선택된 소수만이 좋은 일자리의 혜택을 받으며 소득 수준 뿐 아니라 복지혜택의 불평등이 심해진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의 안정적인 기업운영에서 나온다. 좋은 일자리를 위한 단기적인 방법으로는 기업이 채워주지 못하는 경제적 부분을 일정 나이 이하의 사람들에게 국가의 돈으로 채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되지 못한다. 민간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는 대기업과의 수직적 하청관계 해소다. 하청에 하청을 낳는 구조,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기업이 모든 책임을 중소기업에게 전가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적장치가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산학연 클러스터를 활성화하여 각 지역연구소가 중소기업과 협업해 기술연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대기업 위주로 기술연구가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 중소기업에게도 그 기회를 나눠준다면 민간에서 아래로부터의 ‘파괴적 혁신’이 현실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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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부분이 해소되더라도 또 하나 넘어야할 산이 있다. 양육문제다. 자아실현의 욕구를 비교적 과거에 비해 표출할 수 있게 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지면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라는 명목 하에 한 인간에게 특정한 성별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사회문화적 폭력이다. 커리어 포기를 요구받는 성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성임을 알 것이다. 여성들은 직장에서의 커리어와 양육에서 오는 즐거움 중에 기회비용을 따지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린다. 그 과정에서 자발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수많은 사회적 압박을 견뎌내지 못해 후자를 선택한다. 이는 불합리하다. 

 

남성에게도 현재 같은 상황은 참으로 불합리하다. 남자라는 이유로 부성애를 모성애에 비해 평가절하 받는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려면 주변 남자 상사들의 ‘승진에 불리하다’는 등 오지랖 넓은 충고를 들어야만 한다. 육아에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 남성들은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서 아이가 커갈 수록 아이와의 심리적 거리는 점차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남성의 지위는 결국 집안에서 ‘돈만 버는 기계’로 전락하고 만다.

 

이와 같은 상황을 해결하려면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개념을 정착해야 한다.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 것은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다. 이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로는 남성에게 또한 육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며 아빠와 아이의 유대관계가 형성될 기회가 생긴다. 이는 아빠에게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좋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엄마 아빠와 관계를 쌓는 경험을 한 아이는 사회성이 더 좋다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국립아동발달연구소의 연구결과가 있다. 33년 동안 1만7000명의 아이들을 추적 연구해 아빠가 지속적으로 양육에 참여한 가정에서 자란 어른이 사회성이 좋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아빠효과의 전제조건은 엄마의 육아 참여다. 두 번째로는 남성과 여성 모두 육아휴직으로 인한 승진의 불리함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아이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꼭 해야만 하는 일부만 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쓴다면 평등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또 기업은 모든 직원이 특정 기간에 휴직을 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대책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장기적이고 현실에 도움이 되는 방안은 기업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대학과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전문직 여성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어린이집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엄마 아빠의 퇴근시간이 아이의 하원시간과 같다는 점과 아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맞벌이 부부에게 더없이 좋다. 따라서 300인 이상의 기업은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 없이 직원들에게 사회복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기업 어린이집으로 일부가 빠지게 되면서 공립유치원 부족 현상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기업은 기존 민간어린이집과 협약을 통해 초기 자본을 아끼면서도 사회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정책으로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민간어린이집의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저출산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문제라고 한다. 이 접근법도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저출산을 더 문제로 봐야하는 이유는 한국사회의 낮은 질의 일자리, 사회복지부족, 교육 불평등 등의 병폐가 결합된 결과기 때문이다. ‘저출산’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저출산’이라는 키워드에 얽히고설켜 있는 사회 모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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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28 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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