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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화. 역사를 쓰다

 

 2016년 언론에서 가장 많이 본 단어 중 하나를 꼽자면 ‘해방이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해방이화’란 무엇일까? 해방이화라는 단어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불 당시, 이화여대 학생들이 외쳤던 단결 구호로부터 탄생했다.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당시 이화대여대생들이 독재정권 치하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과 노동계, 그리고 민족의 해방을 바라며 붙인 단어다. 이후 수많은 정권 교체를 거쳐 2016년의 이화여대에는 다시 ‘해방이화’를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86일간 지속하였던 이화여대 해방운동과 그 배경에 대하여 살펴보자.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발

 

 최 총장에 대한 이화여대생들의 불신은 학교 측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사업은 국책사업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참가하기 위해 이화여대가 계획한 사업이다. 20세 이상 성인 학습자들을 선발해 교육할 수 있는 단과대학의 설립을 지원하고 과정을 수료하면 인증된 학위를 받는다.
 
 7월 28일 이화여대 대학평의원회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관련한 학칙 개정안 심의가 있었고 학생들은 설립계획 철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반발했다. 여성의 재교육을 위한 평생교육원이 이미 설립되어 있고 미래 대학 내 개설 예정인 전공은 기존의 학부 과정에 개설되어 있는데, 이와 중복되는 과정을 새로 만드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학위 판매일 뿐이라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학생들은 계획의 전면 철회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7월 30일 학교 캠퍼스 안팎에 21개 중대(1,600여 명) 경찰이 투입되었고, 본관 진입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부상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유례없는 교내 공권력의 투입으로 총 동창회를 비롯한 졸업생들까지 평단 설립에 반대했다. 일부 동창회 대표들은 최 총장과의 면담에서 “평단 추진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일부 졸업생들은 졸업장 사본에 반납도장을 찍어 학교 정문에 부착함으로써 재학생들의 시위에 동참하였다.

 

 결국, 8월 3일 오전 학교 측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설립계획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8월 3일과 8월 10일 저녁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학교 내에 경찰을 요청하고 학생들의 신체와 정신을 억압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 시위를 진행하였다.

 

 학교와 학생 간의 심화된 갈등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은 8월 26일의 학위수여식이다. 이날 열린 하계 졸업식에서 최경희 총장이 축사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학생들은 일제히 “해방이화, 총장사퇴”를 외쳤고, 계속되는 구호에 총장은 축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른 일부 학생들은 총장과의 악수를 거부하기도 하였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은 철회되었지만...

 

 2016년 2학기가 시작되고 열린 9월 12일 학생총회에는 4천여 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학생들의 3대 요구안은
① 총장과 처장단의 책임 이행 및 사퇴 ②민주적 의사결정 제도 수립 ③징계와 법적 처벌 등 불이익을 학생에게 가하지 않을 것 등이었다. 또한, 이 요구안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채택에 관한 안건을 논의했고 대부분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결로 통과되었다.
 뒤이어 10월 7일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재학생, 졸업생의 3차 합동 시위가 열렸다. 3차 시위의 특징은 총장 사퇴에서 총장 해임으로 구호가 바뀐 점이다. 최 총장이 완강하게 사퇴를 거부하자 해임권을 가진 이사회에게 압력을 가하기로 한 것이다.

 

특정 학생의 특혜논란으로 재점화된 시위

 

 한편 9월 28일 국정감사에서는 이화여대가 정모 학생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후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누리집에 당시 입시 면접관이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 한 것은 사실이다.

 이후 정상적 입시절차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지만 처장의 발언이 영향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라고 글을 올리며 특혜 논란에 불을 지폈고, 이후 출석 및 학점 등의 특혜 논란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10월 17일 학교 측은 정 모 학생 관련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학교의 해명에 대해 교수 및 학생들은 진실과 먼 변명이라고 비판하였고, 간담회가 끝난 후 교수들은 10월 19일 오후 3시 30분에 총장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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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들의 집단시위가 예정된 10월 19일 오전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기 위해 총장직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총장은 이날 발표에서도 정모 학생에 관한 특혜 논란은 전면 부인했다. 다만 미래라이프대학 등 일부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의사소통 부재에 대해서 아쉽다는 반응 정도를 보였을 뿐이다.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 교수들은 예정대로 오후 3시 30분 이화여대 본관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약 5000여 명의 학생이 함께 참석한 이 집회에서 교수들은 최경희 총장 사퇴와 관련해 견해를 밝힌 뒤 학생들과 함께 교내를 한 바퀴 행진했다.

 이틀이 더 지나고 10월 21일, 이화여대 학생회 측은 7월 28일부터 약 86일간 지속하여온 본관 점거 농성을 해지함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해방이화. 대학생들에게 남긴 메시지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故 스테판 에셀은 ‘분노하라’라는 책을 통해 현대 청년들의 무관심한 태도를 지적하고 청년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것을 촉구하였다.


 대다수 구성원이 사회 현상이나 이슈에 무관심해져 가는 가운데 이화여대 학생들이 보여준 모습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을까. “학교의 주인은 학생입니다.”라는 말을 부르짖지만 않고 직접 행동함으로써 주인의식을 표출하고 자유와 정의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이화여대 86일간의 해방운동.


  재학생들의 뜨거운 분노로 시작하여 졸업생의 화답을 받고 끝내 교수진의 협력을 얻어내어 원하는 결실을 얻어낸 이화여대생들의 정의를 향한 열정이 오늘날 사회문제나 학내문제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주인의식 없이 안분지족한 다른 여러 대학생에게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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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04 18: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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