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격증 빌려 사업, 세금은 누가 내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1월2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1월21일 19시35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메타정보

  • 22

본문

 어떤 특수한 업무는 반드시 법에서 정한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자만이 수행할 수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의사 등이 그렇다. 이러한 전문자격은 특정업무수행에 그 자격 보유자체가 필수요소이기 때문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이러한 업무를 사실상 수행하려는 경우 불법이지만 자격증을 빌려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자격증을 빌려 사업을 하는 경우 일단은 자격대여를 금지하는 법 규정에 저촉된다. 예를 들면 사무장이 변호사의 이름을 빌려 변호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일단은 변호사법 제34조 제3항에 위배되어 동법 제109조 제1호, 제111조 또는 제112조 제1호의 벌칙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변호사법 제34조(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 등) 제3항은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의 경우 제109조제1호, 제111조 또는 제112조제1호에 규정된 자로부터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을 알선 받거나 이러한 자에게 자기의 명의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자격사의 명의대여금지는 변호사의 경우만이 아니다. 공인회계사의 경우 공인회계사법 제22조(명의대여 등  금지) 제1항, 세무사의 경우 세무사법 제12조의 3(명의대여 등의 금지)에 의하여 금지되어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적용할 벌칙규정도 있다.  

 

 자격증을 빌려 준 자(이후 A라고 함)와 빌려서 사업을 하는 자(이후 K라고 함)가 있는 경우  명의대여금지와 그 벌칙은 각각의 전문자격사법에서 규정된대로 적용하면 된다. 그렇다면 명의대여사건과 관련한 제반 세금(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은  A와 K중 누가 납부하여야 할까? 

 

 실제 사례를 보면 K사무장은 A변호사의 명의를 빌려 법률사무소를 운영하여 A변호사에게 명의대여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사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11월30일 2018년구합74303 부가가치세처분취소소송에서 명의대여자인 A변호사의 이름을 빌려 법무용역을 공급한 K사무직원의 수임료 631,000,000원이 법률사무소의 매출액에서 누락된 사실을 확인한 과세관청이 명의대여자인 변호사A에게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사건에서 행정법원은 원고인 A변호사가 K사무직원의 법무용역 공급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K사무직원으로부터 변호사 명의를 대여하는 대가로 명의대여료만 지급받았기 때문에 법무용역의 공급은 실질적으로 K가 한 것으로 소득의 실질귀속자 역시 K로 보아야 마땅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러므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원고인 A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되어 부가가치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A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2018년구합74303판례는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원칙의 측면에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판례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해보면 이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변호사A와 사무직원K의 업무형태에 따라 K가 명의를 빌려서 업무를 수행하는 자로 볼 수도 있고, A의 지휘·감독을 받는 이행보조자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명의대여와 관련된 사건에서 형사재판에서는 변호사A가 사무직원K를 지휘·감독하였가 때문에 A가 명의대여한 것이 아니고 K가 A의 이행보조자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다가 형사재판에서 명의대여로 판결이 나면 이와 관련된 조세소송(행정소송)에서는 형사재판의 판결을 근거로 A는 K의 법무용역공급과정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을 변경하여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K에게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이 경우 법원이 실질과세원칙을 원용하면 K에게 관련 세금을 부과하게되는데 이 판결이 2018구합74303 판결인 것이다. 

 

 하지만 유사판결들을 검토해보면 또 한가지 고려하는 사항이 있다. 그것은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추징금 납부여부이다. 만약 추징금을 납부하여 위법소득에 내재되어있는 경제적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등이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하여 납세의무에서 벗어날수 있다. 하지만 추징금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는 위법소득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어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A에게 부가가치세나 종합소득세를 과세하였다.

 

결론적으로 자격증을 빌려주고 빌린 정황이 확정된다면 일차적으로는 명의대여에 대한 형사법적인 책임을 묻고 이차적으로는 명의대여로 인한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실질과세원칙에 의하여 과세하기 때문에 만약 A가 K의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름을 빌려준 대가로 받은 금원에 대하여는 과세되지만, 그 이외에 K의 소득에 대하여는 A에게 과세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최종심은 아니지만 자격증대여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과 그로 인한 조세법에서의 판단은 별개라는 점에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 때문에 자격증을 대여한A는 자격대여에 관한 형사재판에서는 자격증대여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다가 조세소송에서는 자격증대여라는 주장을 부각시키는 모순된 행위를 함으로써 과세관청이나 세법을 입안하는 측에서는 “자격증대여를 하는 경우 자격증의 사회적 신뢰를 고려하여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ifs POST> 

22
  • 기사입력 2019년01월2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1월21일 19시35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