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이 보여준 인간과 정치의 '품격'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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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 '품격'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준 미국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81)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다가온다. 그의 가족이 치료중단 결정을 내린 8월24일(현지시간)부터 장례식이 있었던 9월1일까지, 필자는 TV 채널을 CNN에 거의 고정시켜 놓았었다.
매케인을 기억에 오래 넣어두고 싶어서였다. 계속되는 매케인 추모 특집 방송에 출연한 미 공화당과 민주당 인사들이 오래간만에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시작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8월25일 토요일이었다. 주말을 맞아 모처럼 여유롭게 TV채널을 돌리던 필자는 CNN에서 매케인의 가족이 치료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 즉시 CNN은 화면에 '미국의 영웅'(American Hero)라는 문패를 달고 매케인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그야말로 하루 종일 그의 별세 소식을 방송했다. 다른 뉴스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교황의 성 추문 사과 소식이 단신으로 가끔 나올 뿐이었다. 미국 전체가 추모 분위기였다.

 

이처럼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불렸던 공화당의 매케인이 당파를 초월해 미국 전체의 존경을 받으며 세상과 이별한 것은 그가 '매버릭'(maverick)이라는 별명처럼 정파적 이해에 함몰되지 않고 독자노선을 추구하며 '품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미국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정파나 당리당략을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치라는 진흙탕 속에서도 품위를 지켰다.

CNN의 표현대로, 그는 '미국의 영웅'이었다. 우선 '전쟁 영웅'이었다. 매케인은 1967년 베트남 전쟁 당시 자신이 몰던 비행기가 격추돼 인질로 잡혔고, 고문을 받으며 5년간 포로생활을 했다. 월맹군은 그의 아버지가 1968년 베트남 전장의 모든 미군을 관할하는 '태평양 지구 총사령관'(Commander-in-Chief, Pacific Command (CINCPAC))으로 임명되자, 아들을 우선 석방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아들은 "나보다 먼저 붙잡힌 포로가 모두 석방될 때까지 풀려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아버지 역시 거절하며 아들이 잡혀있던 하노이 폭격을 명령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이는 매케인을 미국의 애국심과 자존심의 상징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는 또 '품격'을 보여준 '정치 영웅'이었다. 오바마와 경쟁했던 2008년 대선. 유세 중 한 여성 지지자가 오바마의 인종과 성향을 문제 삼으며 "그를 믿을 수 없다. 아랍인이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매케인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경쟁자 오바마를 옹호했다.

"아니다. 그는 품위 있는 가정의 미국 시민이다..."

당시 매케인의 정확한 워딩은 이랬다.
"No ma'am, he's a decent family man, citizen, who I just happen to have disagreements with on fundamental issues, and that's what this campaign is all about,"

'decent'는 '품위 있는, 예의 바른'이라는 의미다. 근거도 없는 악의적인 비난이 판을 치는 이전투구의 정치판에서, 매케인은 '품격'을 잃지 않았다. '영웅'이란, '품격'이란 이런 것이다.

 

당시의 대선 유세에서 그가 한 또 다른 말에서도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그는 당시 반대 여론이 높았던 이라크전 증파안을 옹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국이 전쟁에서 지는 것보다 내가 선거에서 지는 편이 더 낫다."

그는 일단 여론에 편승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그의 워딩은 이랬다.
"I would rather lose a campaign than a war."

결국 그는 오바마에게 패했다. 그리고 바로 멋진 승복연설을 남겨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주었다.

매케인을 실은 장례차량이 자택에서 애리조나의 주도 피닉스로 향하고 있던 작은 시골길. 이 장면을 생중계하던 CNN 화면에 농부가 손으로 쓴 듯한 커다란 글씨가 보였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

 

CNN이 반복해 보여주었던 워싱턴D.C.에서의 추모식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앞자리에 오바마, 미셸, 부시, 로라, 클린턴, 힐러리가 보였다. 세 전직 대통령 부부들이다. 민주당, 공화당, 민주당 순이다.
오바마가 추모사를 하던 한 순간, 부시는 옆자리에 앉은 미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따뜻하고 편안해 보였다. 부시가 부인 로라 손에 있던 무언가를 집어 미셸에게 건네주며 역시 미소 짓는 장면도 화면에 보였다. 초콜릿이나 사탕이었을까. 그게 무엇이었든 어떠랴.

 

물론 매케인이 만들어주었던 '동화'는 그의 장례식과 함께 끝이 났다. 미국의 정치와 미디어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렇더라도 품격 있는 군인, 품격 있는 정치인, 그리고 그 이전에 품격 있는 인간이었던 매케인의 모습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동시에 그 열흘 동안 매케인이 만들어 주었던, CNN 화면에 비친 '품위 있는 정치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훨씬 더 짧더라도 좋겠다. 우리의 방송과 신문에서도 그런 품격 있는 정치인, 품격 있는 정치의 모습을 보고 싶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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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23 21:48:43 최종수정 2018-09-23 21: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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