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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상압력, 한·일 대처 전략 차이와 시사점 <상> 한국의 대응, 무엇이 잘못됐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2월27일 17시45분
  • 최종수정 2018년02월27일 19시32분

작성자

  • 국중호
  •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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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트럼프 정권은 한국이 수출하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해 세이프 가드를 발동한데 이어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3배나 더 큰 일본은 규제 조처를 받지 않고 있어 한국과는 대조가 되고 있다. 과연 일본과 한국은 어떤 점이 다른 걸까?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어떠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죽었던 법까지 꺼내 든 트럼프 대통령

 

지난 2월 16일 미국 상무부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방안을 마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언했다, 미국의 통상압력은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통해서 제시되었는데, 이 조항은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꽤 오래 전인 1962년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발족 이후엔 사실상 사문화된 상황이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하여는 많은 국가에서 ‘자국법을 동원해 국제사회가 약속한 자유무역 질서를 깨뜨린다.’는 비판도 있어 왔다. 미국 국방부 등 행정부 내부에서도 관련 제품의 가격상승이나 상대국의 무역 보복조치 등을 이유로 그동안 반대해 왔던 조치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무부의 권고안은 세 가지 안으로 되어 있다. 1안은 모든 국가의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최소 24%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다. 2안은 한국, 중국, 브라질, 러시아, 터키, 인도, 베트남, 태국, 남아공, 이집트, 말레이시아, 코스타리카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3안은 각국의 대미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불명확한 기준 설정 및 경제외적 요인

 

한국으로서는 위에서 언급한 12개국 대상 53%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2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대상국가 12개국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였는가에 대하여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이 ‘인사이드 US트레이드’라고 하는 미 무역전문지에서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특별히 어떤 공식에 따라 규제 대상 국가를 선정한 것은 아니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생산능력 증가율, 수입품의 성격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대미수출 증가율’을 들고 있다. 

 

한국은 2017년 기준으로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3위의 대미 철강 수출국이다. 그런데 1위인 캐나다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더욱이 미 상무부 장관이 말한 ‘대미수출 증가율’ 기준도 일관성을 결여한 일면이 있다. 2011년 이후 작년(2017년)까지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율을 보면 42% 정도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만은 그 증가율이 116%, 스페인 106% 정도나 된다. 

 

 이렇게 보면 꼭 경제적인 요인만이 아닌 다른 기준이 있다고도 의심해 볼 수 있다. 경제외적 요인이 작용하였다 하더라도 어떤 배경(예, 중간선거용)에서 선정한 것인지는 정확하게 짚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한국으로서는 ‘어떠한 근거에서 이번 조치를 하였는가?’ ‘공평성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가?’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여 미국에 제시하고 답변을 요구함이 그 순서일 것이다.

 

한국의 착오와 정치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

 

그 동안 한국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 전망하고 있었다. 한미 동맹을 근거로 철강은 예외일 것이라고 낙관하던 이러한 전망은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2017년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서 중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조치를 한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최근에는 정치나 안보문제가 경제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통상압력에서 캐나다, 일본, 대만 등 이른바 미국의 동맹 국가들은 대상 국가에서 빠졌지만 같은 동맹 국가인 한국은 들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철강산업 견제를 위한 노림수에 한국이 휘말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휘말렸다는 분석은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해석 수준’이지만, 이러한 경제외적 요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중국에 휘말렸다’는 설 이외에도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예컨대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북한의 접근을 보면서  ‘한국이 한·미·일 공조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철강을 비롯한 무역 규제로 압박하려 한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경제외적 요인이 얼마나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경제 지표처럼 수치로 나와 있는 자료도 얻기 어렵고, 또 상황에 따라 변하기 쉬운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거다’하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상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함은, 그 만큼 통상압박의 진의를 파악하는 정치 외교적 노력이 더욱 요구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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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8년02월27일 19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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