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국방예산 절감하려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2월27일 15시19분

작성자

  • 장영근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메타정보

  • 35

본문

 

우리나라의 내년도 국방예산이 드디어 40조원을 돌파했다. 무기체계 획득과 개발을 위한 방위력개선비는 전년도에 비해 4.8%가 증가한 12조 1,970억원, 병력과 전력의 운영 및 유지를 위한 전력운영비는 3.6%가 늘어난 28조 1,377억원으로 확정되었다. 국방비는 GDP 대비 2.39%, 정부재정 대비 14.7%에 해당한다.

 

최근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정부 세수의 감소, 복지예산의 수요증가, 전시작전권 환수 대비 독자적 작전수행을 위한 노후 무기의 대체 및 신규 전력증강, 그리고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에 따른 위협 대응체계의 구축(킬 체인 및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등) 필요성 등에 따라, 국방예산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예산절감의 요구는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국방경영 효율화를 위한 노력

그동안 정부는 한정된 국가재정 여건 하에서 국방예산의 급격한 증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국방경영 효율화를 통한 자원 재분배를 통해 국방예산을 절감하고 군의 전력증강 등 꼭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왔다. 

 

무기체계 분야의 전력증강사업 소요검증 추진, 비무기체계 분야의 군수품 상용품 구매 확대, 군수지원 분야의 린 6 시그마 운동, 군 정비 분야의 생산성 향상 및 수리부속 조달 효율화, 국방시설 분야의 총사업비 관리제도 도입, 국방시설 기준 표준 정립, 국방정보화 분야의 국방정보시스템의 효율적 구축, 그리고 민간투자 분야의 군 책임운영기관의 지정 및 운영, 국방예산 개선추진 점검단 운영 등이 대표적인 추진사항이다.

 

방위력개선사업 중심의 국방예산 효율화 

국가 재정상태를 고려하여 모든 국방예산 활용의 효율성을 증대하여 국방비를 절감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특히 국방예산의 30%를 차지하며 대규모 무기체계 획득 및 개발을 위한 방위력개선사업은 절대적으로 예산활용의 효율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본 고에서는 방위력개선사업을 중심으로 국방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는 방위력개선사업의 중복투자방지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소요검증제도 및 사업타당성 조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국방예산 활용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방위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제고하고자 한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방전력소요의 적절성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검증을 위해 2010년 12월에 ‘국방전력소요검증위원회’가 출범되었다. 국방부는 그동안 전력소요검증을 통해 무기체계 획득과 개발을 위한 방위력개선비를 상당히 절감했다는 자평이다.

 

무기체계 획득 등의 전력증강사업은 먼저 각 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합참은 무기소요 결정을 한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들 소요를 중기계획에 반영하고 기재부는 예산편성을 한다. 전력소요검증은 무기소요가 결정되고 사업에 대한 중기계획이 수립되기 이전에 수행한다. 한편 예산편성 직전 단계에서 방위사업청 주도로 ‘국방 사업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여 대상 무기의 획득방안을 분석하여 국방예산의 효율성을 검증한다.

 

전력소요검증은 합참에서 제시한 무기소요에 대한 적절성(소요량)과 작전요구성능(ROC)의 적정성 등과 같은 전력소요가 적절한지, 사업 간 중복성과 대체 가능성을 분석하여 무기체계가 꼭 필요한지, 도입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선순위는 적정한지 등에 대한 타당성을 점검하고 심의한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검증절차를 거친 무기체계 중 60%가 수량 및 성능 조정 등이 이루어져 2011~2012년에만 약 2조3,431억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2011~2015년 사이 중기계획에 반영된 총 사업비 1,000억원 이상 사업 80건 중 34건이 다양한 사유로 전력소요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한겨레신문이 보도(2016년 9월 27일자)하였다. 

 

하지만 민간전문가를 포함하여 19명으로 구성된 전력소요검증위원회도 특정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면 완전한 소요검증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효율적인 전력소요검증을 위해서는 무기체계별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소요 무기체계별로 소요검증을 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전문성 부족이 국방예산을 낭비한다

군 무기체계 획득 및 개발에서 이해당사자, 특히 획득 또는 구매사업을 관리하고 시험평가를 수행하는 담당자들의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성능, 설계, 시험 등) 전문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기체계 획득 및 개발단계에서 실질적인 기술전문가가 부족한 우리 군의 상황에서 민간전문가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군에서는 무기체계 획득을 군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커서 민간전문가가 진입하기에는 보이지 않는 높은 장벽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군에서는 대부분의 무기체계 획득 및 개발이 보안사항이고 민간인들은 군의 작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움이 안된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군이 무기체계의 전술적 운용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포괄적 운용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등과 같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는 무기체계의 소요제기는 군에서 하지만 소요획득 단계의 분석은 대부분 민간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효율성을 증진하고 있다.  

 

전문성 부재에 따른 국방예산의 낭비 사례

전술한 바와 같이 각 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합참에서 운용개념을 분석하고 군 작전운용성능(ROC)을 결정한다. 합참에서 ROC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무기체계의 운용개념을 상세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현 체계에서는 이러한 군의 분석 능력이 제한적이다.

 

특히 북한의 새로운 무기체계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를 도입하거나 개발할 때 먼저 북한 무기체계의 특성 및 성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운용개념은 전시 및 평시에 이들 무기체계를 어떻게 운용하고 어떻게 싸울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포함한다. 우리 군에서는 대부분의 무기체계 획득에서 이러한 운용개념에 대한 사전 분석이 매우 미흡한실정이다. 그렇다보니 무기체계 도입에서 중요한 지표인 ROC의 설정도 해외의 유사 무기성능을 베끼거나 설정방식도 폐쇄적이어서 수정도 어렵다. 국내개발 시에 우리의 기술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현존의 최고 성능을 지행하다보니 막상 국내개발은 실패로 돌아가거나, 개발 중에 ROC의 완화를 요구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역으로, 정보통신기술의 경우에는 개발을 완료해보니 이미 기술진부화가 되어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는 기술발전 속도를 예측하지 못해 진화적 개발방식을 채택하지 못한 경우로서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무기체계 개발에서 전력화 일정을 지연시키고 개발비용을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우리 전장상황에 걸맞는 운용개념이 나와야 무기체계 획득을 위한 ROC도 맞출 수 있고 적정한 소요비용의 산출도 가능하다. 우리 군에서는 아직도 무기체계 획득에서 소요, 획득, 운영유지를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체계가 가동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c79db877d8a6a213e73aaa9e0859cab1_1482819
 

무기체계 획득을 주관하는 기관은 방위사업청이다. 무기체계의 유형별로 사업관리본부의 통합프로젝트관리팀(IPT)에서 사업 및 기술관리를 맡고 있다. 방위사업청에서는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한 팀에서 3년 정도 근무하고 순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공무원이나 현역들의 전공 분야가 상이해 오랫동안 한 팀에 근무한다고 해도 특정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능력의 증진은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획득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감시정찰이나 공격용 무인항공기 또는 군 정찰위성이나 군 통신위성을 획득하는 IPT에서는 항공공학과 우주공학을 전공한 민간 또는 군 전문가가 다수 포진해야 한다. 고비용 무인기를 해외에서 도입할 때에는 개발기간 중 마일스톤 회의에서 군에서 원하는 성능 요구조건과 전력화 일정을 맞추면서 개발할 수 있는지 주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2012년 해외도입을 추진했던 감시정찰용 전술비행선은 개발 중에 이러한 기술적 문제점을 정확히 식별하지 못해 운용시험평가 단계에서 실패하여 국방예산을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편, 차세대 군 통신위성에 탑재할 중계기(DCAMP; 디지털채널증폭기 포함) 개발사업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가 우주인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여 인증도 하지 못해 비행모델 개발준비에 실패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방위사업청의 IPT에는 충분히 검증이 되어 비행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다가 결국 감사원 감사를 받고 예산을 낭비한 사례가 있었다.      

 

한편 민간의 성숙된 기술을 군사적실용성평가를 통해 무기체계로 바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수행되는 개발사업이 ACTD(Advanced Concept Technology Demonstration) 사업이다. 미국의 중고도무인기인 프레데터와 고고도무인기인 글로벌호크가 ACTD 사업을 통해 양산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무기체계이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ACTD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 사업은 후보 무기체계의 기술성숙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가 이미 6 이상을 확보(예를 들어, 민간 기술을 통해 개발)해 군사적 활용을 위한 수정을 거쳐 군사적실용성평가를 통해 양산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수직이착륙 무인헬기 ACTD 사업에서는 군 요구성능에 대한 핵심기술요소의 기술수준이 4 이하인 업체의 무인헬기를 선정하여 군사적실용성평가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상태로 ACTD 사업에 실패한 전례도 있었다. 기술전문성의 부족으로 국방예산을 낭비하고 군 전력화 일정을 지연시킨 또 다른 사례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다수의 ACTD 사업이 군사적실용성평가를 종료했어도 양산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 실제 주요 핵심기술에 대한 민간에서의 기술성숙도가 6 이상인 것이 평가시에 검증이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ACTD 사업의 취지는 좋았지만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모방만 했지 우리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해 시행착오만 겪는 비효율적인 사업이 된 것이다.    

무기체계 획득에서 제도적 문제도 국방예산 낭비에 피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무기체계 획득의 상당 부분은 항공우주무기체계가 차지한다. 하지만 국내 항공우주분야에는 순수 민간전문가가 수천 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위산업체의 민간개발진을 제외하고는 국방항공우주분야에서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전문인력은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민간인이 국방 분야에 참여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제도적인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비대칭무기에 대한 대응 무기체계 획득시 가성비 고려해야

북한은 경제적 열세로 우리와 재래식 무기경쟁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가 보유하고 있지 못한 비대칭 무기체계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이 시간에도 핵미사일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6년 12월 현재까지 37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방사포 발사도발을 시행했고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쯤 되면 남북의 군사적 균형을 일시에 무너뜨린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이들 비대칭 무기체계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기에 상당한 국방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킬 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특히, 이동식미사일발사대 기반) 발사준비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여 발사 이전에 타격을 통해 적의 미사일 발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일단 적이 미사일을 발사한 후에 우리 영토로 미사일이 날아오는 도중에 미사일을 추적하여 격추하는 것이다.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감시정찰정보 자산 및 정밀타격체계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 핵시설이나 이동식미사일발사대에서의 핵미사일 발사준비에 대한 선제 타격을 통한 무력화를 목표로 하는 킬 체인의 운용개념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북한 전역에 위치하는 발사장소를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전역을 실시간으로 감시정찰하기 위해서는 400여기의 위성을 우주에 배치시켜 동시 운용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장거리 탐지가 가능한 무인정찰기를 운용한다고 해도 역시 200여기에 가까운 위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방부에서 추진 중인 군 정찰위성 5기 개발 및 발사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추정할 수 있는 일이다. 1~2년 내로 수백 기의 위성을 발사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위성은 킬 체인과 같은 작전보다는 전략표적에 대한 주기적인 감시정찰정보를 획득하는데 유효한데, 킬 체인 작전 수행을 위한 무기체계로 과도한 포장이 되는 것도 곤란한 것이다. 결국 무기체계 획득 및 개발에서는 이들 새로운 무기체계가 가격 대비 충분한 군 작전효용성을 갖는 성능을 가지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최근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할 때마다 우리 군은 사전 준비 없이 무기체계 획득을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방산기업 관련자나 무관 등이 수시로 우리 군 수뇌부를 만나면서 자기들의 전장환경이 우리의 전장환경과 동일하다면서 무기체계를 홍보하고 다닌다. 사정이 급한 우리 군에서는 북한의 무기체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도 없이 긴급 소요제기를 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론

우리 군도 국방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기체계의 획득 및 개발을 위한 방위력개선사업은 소요제기부터 개발 및 운용시험을 거쳐 전력화 배치까지 이해당사자들의 기술적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전문성 부재는 군 무기체계 획득에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되고 국방예산의 낭비로 연결되고 있다. 민간전문가의 활용이 시급하고 군 내부에서도 이들 기술전문가를 양성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35
  • 기사입력 2016년12월27일 15시1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