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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IP금융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2) - 국내 VC가 IP금융을 선도하려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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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0월05일 21시53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17일 11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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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의 본질과 순기능에 대하여…

 

  신기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여 기업의 성장과 함께 금융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탈(VC, Venture Capital)의 역할이 ‘선별(screenning)’과 ‘모니터링(monitoring)’중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많은 이견이 있어왔다. 

흔히 VC의 기본적 역할을 신기술을 보유하여 성장 가능성은 높으나 자금이 부족하여 기술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의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닌 투자하는 기업의 기술 및 그 기술이 반영된 상품과 시장에 대해 전문지식을 소유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즉, 이러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지배구조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VC의 순기능으로 꼽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한마디로 ‘모니터링’이라 하며 기업 육성(Nurture)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모니터링의 역할을 선별 능력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을까? 즉, VC들이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될 성 싶은 기업을 잘 ‘선별’하는 것에 그친다는 것은 아닌가? 자금이 필요한 신기술 기업의 수가 상대적으로 자금 공급자 보다 상당 수 많기 때문에, 자금 공급자는 이러한 기업들을 선택할 수 있으며, 처음부터 성공가능성이 높은 타고난 기업을 잘 선택해서 투자하는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즉, 투자기업의 성공은 기술기업의 본성(Nature)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VC는 다른 금융 자금 공급자와 다를 바가 없고, 이 선별 기술만 어찌어찌 잘 습득한다면 굳이 VC의 존재 가치는 없다고 확대 해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VC의 역할, ‘선별’이 아니라 ‘모니터링’ 

 

VC의 역할에 대해 “‘Nature’냐 ‘Nurture’냐?”, “‘Screening’이냐 ‘Monitoring’이냐?”가 꾸준히 주요한 연구과제로 인식되어 왔다. 일일이 다 나열 할 수는 없으나, 주요 연구 논문으로 Kaplan and Stromberg(2003), Hellmann and Puri(2002), Chemmanur, Krishnan, and Nandy(2011), Puri and Zarutskie(2012)을 꼽을 수 있겠다. 대체로 VC의 모니터링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긴 하나, 논쟁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몇 주 전 필자의 눈에 흥미로운 논문이 들어왔다. Bernstein, Giroud, and Townsend가 2016년 8월 재무학 최고의 저널로 뽑히는 ‘Jounal of Finance’에 개재된 논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VC의 역할은 ‘선별’이 아니라 ‘모니터링’이란 것이다. 필자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정독한 결과 매우 세심하게 전개된 질 높은 연구 결과로서 기존의 논쟁을 일단락 할 수 있는 가장 최신 연구결과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특히 이 논문에서 필자의 관심을 끈 부분은 VC 투자가 기업의 혁신(innovation)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그럼 혁신을 어떻게 정량화 할 수 있을까? 지난 20여 년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어진 혁신의 양과 질의 측정 방법은 특허출원 수 와 특허 인용 수이다 (Lanjouw, Pakes, and Putman(1998), Jaffe and Trajtenberg(2002), Lerner, Sorensen, and Stromberg(2011), Aghion, Van Reenen, and Zingales(2013), Seru(2014)). 이 논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VC 모니터링의 결과가 기업의 특허출원 수와 특허 인용 수 증가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공적인 회수(Exit)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즉, VC가 IP금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는 점이 강하게 암시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국내 VC들의 투자 행태도 미국 VC들과 같은가? 또 국내 VC들도 기업의 혁신에 기여하여 IP금융의 중심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나아가 투자 환경 및 자본 시장 구조가 미국과 동등하다고 볼 수 있는가? 

 

"VC관련 용어를 먼저 정의하자"

 

국내 VC들의 투자 행태를 살펴보기 전에 VC관련 용어를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겠다. 국내 여러 매스컴의 기사 및 글들을 보면 VC관련 용어가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 않아 혼돈을 야기하는 경우를 빈번히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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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벤처캐피탈(VC) 혹은 벤처캐피털리스트(Venture Capitalist)라 하면 자금조달(fundraising)을 통해 기업(portfolio companies)에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활동의 주체이다. 국내의 창투사(창업투자회사)가 VC와 같은 의미이며 ‘신기사’(신기술사업금융회사)가 VC활동을 하기도 한다. 

벤처투자조합 혹은 VC펀드는 VC가 벤처회사 투자를 위해 조성된 자금을 의미한다. VC가 여러 개별 투자자로부터 직접 자금조달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정책펀드로부터 출자를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정책펀드로 모태펀드(Fund-of Funds)를 꼽을 수 있다.

 

VC 문헌들에 근거하여 엄밀히 벤처회사를 정의하자면 벤처캐피탈의 자금공급을 받은 회사, 즉 벤처투자기업(VC-backed companies)을 벤처회사라 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벤처회사라 하면 일반 제조업 및 타 산업과 분류된 첨단기술기업(high-tech companies)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국내 VC, 즉 창투사는 115개이다. 이 중 업력 10년 이상인 창투사는 약 50여 개로 45%정도를 차지하며, 설립 3년 미만인 신생 창투사는 20여 개 사로 18%정도이다. 자본금 규모로 살펴보았을 때, 300억 원 이상인 중대형 창투사는 11개사로 10%정도를 차지하며, 자본금 50억 원 미만인 소형 창투사도 20여개로 20% 미만이다.

 

2015년까지 운영 중인 국내 조합 수는 532개 이고, 총 결성 금액은 14조 1,379억 원으로, 운영 조합 당 평균결성금액은 266억 원 이다. 운영조합 출자자의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정책기관이 23.8% (모태펀드 19.3%)로 가장 높으며 금융 기관이 22.7%이다. 그 다음으로 일반 법인 15.2%, 연금/공제회와 벤처캐피탈이 12.4% 순이다. 금융 기관 중, 산은과 정은을 정책기관에 포함시킨다면 35%로 국내 VC펀드의 정부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하겠다.  

투자 실적을 보면, 2015년 까지 1,045개 업체에 2조 858억 원이 신규로 투자되었다. 업체당 평균 투자 금액은 2000년도 10.6억 원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15년 20억 원에 이르렀다. 

업종별 투자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 ICT 서비스가 19.3%로 가장 많이 투자되었고, 다음으로 바이오/의료(15.2%), 유통/서비스(14.6%)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력별 투자패턴을 보면, 2015년 기준, 3년 이내의 초기단계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체 투자의 47.2%를 차지하며, 중기(3년~7년)가 26.7%, 후기(7년 초과)가 26.7%로 나타나고 있다. 초기기업은 기업 당 투자금액이 작아 금액 기준 비중으로는 31.1%를 차지하여 후기기업인 41%에 비해 낮지만, 업체 수 기준으로 볼 때 VC가 초기기업 투자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투자 유형에서는 2015년 기준, 우선주가 42.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보통주(20.3%), 투자사채(15.7%), 프로젝트(1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우선주’는 대부분의 상장기업에서와 같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가 아니라 ‘상환가능 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VC에서 대상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투자유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투자의 성공 여부는 자금 회수에 의해 결정된다. 회수 유형을 크게, IPO, M&A, 프로젝트투자 회수, 장외매각 및 상환, 기타(해외투자)로 분류할 수 있는데, 국내의 경우 장외 매각 및 상환이 50~6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익률이 높아 가장 성공적인 회수 유형으로 꼽히는 IPO는 15~18% 수준이었으나 2015년 27.2%로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코스닥 IPO기업 중 VC투자를 받은 기업의 비율은 36%로 미국의 경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M&A의 비율이 상당히 높으나, 국내의 경우 2015년 기준 1.5%로 매우 작다.

 

국내 VC가 IP금융을 선도할 수 있을까?

필자는 VC 산업이야 말로 시장경제 메카니즘에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작용하는 금융 산업이라 본다. 즉, 벤처케피털리스트가 그들의 전문 지식을 이용하여 투자 가치가 높은 기술기업에 투자하고 양성하여 기업과 동반 성장하며, 회수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이러한 성공 케이스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자금이 조성되며 이를 반복하여 VC와 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메카니즘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VC가 양성되어야 한다. 국내 VC의 투자 패턴을 보면 특정 산업 및 기술에 특화되어 투자를 행하는 VC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이 점이 필자의 관점에서 미국 VC의 투자패턴과 비교했을 때 관찰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금융 이상의 전문적인 VC가 실제 국내에 존재 하는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이들이 전문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국내 시장의 규모와 다양성이 미국에 비해 훨씬 작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특정 기술이나 산업에 특화되어 있지 않고, 산업 전반에 걸쳐 수익이 있을 법한 기업을 찾아 투자를 행하는 투자 패턴이 일반적이라면, 기술기업의 모니터링이 단순 재무적 감시 이상의 것을 수행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을 양성하여 혁신을 이끌어 내는 VC의 순기능은 기대할 수 없다.

VC가 타 금융 기관과 다른 점은 기술기업에 특화된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보는 관점은 금융전문가 이상이다. VC의 가치는 그들의 모니터링에 의해 결정되고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특정 산업 및 기술에 특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는 것이다.

 

특화된 VC의 활약,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VC펀드의 가장 큰 부분이 연금(pension fund)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연금 및 공제회는 15%미만이다. 그 대신 정책 자금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수익률이 최대 목표인 미국 VC들과 달리, 국내 VC들은 정책 목표와 수익률 둘 다를 추구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아직 성숙되지 않은 국내 VC 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서 현재로서는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뚜렷한 정책 목표와 함께, 이러한 목표에 따라 투자를 하는 VC들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 하는 등 수익률에 대한 부담을 낮추어 주어야 한다. 

VC는 공익단체가 아니다. VC가 투자회수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창출 할 수가 없다면 이러한 VC는 시장에서 퇴출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투자회수의 전제조건은 IPO나 M&A같은 자본시장의 발달이며, 강력한 투자자 보호법이다. 여기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IP금융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IP에 대한 인지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와 함께 금융기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바로 VC이다. 하지만 국내 VC의 IP에 대한 전문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VC들이 IP금융을 선도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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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0월05일 21시53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17일 11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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