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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노미네이션 검토 필요하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21일 20시5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3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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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노미네이션 검토 필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은 화폐가치 변동 없이 화폐의 액면단위만 바꾸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두 차례 실시한 적이 있었다. 1차는 1953년 2월 15일 ‘대통령긴급명령 제13호’였다. 당시 전쟁으로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된 반면 거액의 군사비 지출로 인플레이션 압력과 더불어 우리 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했다.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바꾸고, 화폐 액면금액을 100대1로 변경했다. 2차 리디노미네이션은 1962년 6월10일 ‘긴급통화조치법’에 의해 단행되었고, 화폐의 액면을 10분의1로 조정하면서 새로운 ‘원’으로 표시했다. 퇴장자금을 양성화하여 경제개발계획에 필요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경제규모의 확대로 거래단위 편리성 요구
이제 제3차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대내적으로 한국경제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전체 금융자산이 2010년부터 1경(10,000,000,000,000,000)원을 넘어섰고, 2013년 9월에는 1경 3,403조원에 이르렀다. 규모가 이처럼 크다 보니 조 단위로 발표하고 있다. 거래 단위의 편리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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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대외적으로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한국의 대외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다. 2013년 한국의 교역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9위인데, 현재의 1달러 당 1100원대의 환율은 너무 높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대만 통화는 2015년 1월 6일 현재 미 달러당 32.0 대만달러, 싱가포르 1.33 싱가포르 달러. 말레이시아 3.56 링깃 등으로 단위가 낮다. 중국 위안도 달러당 6.21위안 정도이다. (아래 <표> 참조) 한국 원화환율도 두 자릿수 이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우리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했던 나라들을 보면 대체로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던 2008년부터 한국경제에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 이하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가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다. 2013∼4년 소비자물가가 1.3%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국은행이 목표로 내세운 2.5∼3.5%의 하한선을 벗어나고 있다.
 
넷째, 내수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35%(명목 GDP 기준)에서 2012년에는 56%(2013년 54%)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4%에서 51%로 하락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현금지급기 등 다양한 기기와 금융거래 관련 소프트웨어가 변경되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그 규모를 쉽게 추정할 수 없지만 상당한 투자와 고용 창출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노미네이션으로 지하경제를 어느 정도 양성화하고, 세수를 증대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5만원 권 발행이 50조원을 넘어섰는데, 환수율(한국은행으로 돌아오는 돈의 비율)은 44%로 낮아졌다. 2013년 5만원 권의 환수율 49%는 물론 2012년(62%)보다 훨씬 떨어진 것이다. 물론 이 돈 전부가 지하경제에서 거래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들이 일상적인 거래를 위해 지갑에 넣어 둔 돈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폐단위를 변경하여 새로운 통화를 발행하면 사장된 돈이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원이 노출되고 세수가 증가할 것이다. 
 
화폐단위 변경으로 비용은 부담해야
이런 장점과는 달리 리디노미네이션을 했을 때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주체가 불안해 할 수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표시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단위만 바뀔 뿐이지 재화와 서비스들의 상대가격에 변화가 없다. 따라서 각 경제주체의 소득이나 물가, 환율 등 거시 변수에도 실질적 변화는 없다. 그러나 일부 경제 주체가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껴 자금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면서, 이들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를 수 있다. 
 
또한 화폐단위를 변경하게 되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국은행이 새로운 돈을 찍어내기 위해서 값비싼 종이를 수입해야 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기존의 기기를 교체해야 하며, 여기에 맞은 소프트웨어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생산하는 물건의 가격표를 다 바꿔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중국음식을 파는 음식점도 메뉴에 적혀 있는 가격을 전부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메뉴코스트’를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비용과 편익 중 어느 것이 더 클 것인가에 있다. 한국은행 등 정책 당국이 ‘통일 한국’을 내다보면서 편익과 비용을 분석하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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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1월21일 20시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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