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대 금리 시대 도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25일 19시1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10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메타정보

  • 28

본문

1%대 금리 시대 도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1%대 금리 시대가 올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구 변화 등 구조적인 요인과 몇 가지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해보면 조만간 금리 1%대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장년층 인구비중 증가로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져 
인구구조의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와 금리에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된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저축률과 투자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생애주기설(life-cycle income hypothesis)에 따르면 인구 중 중장년층의 비중이 늘면 저축률은 높아진다. 전 생애에 걸쳐 소비의 평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생애주기에서 소득이 가장 많은 중장년층 시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저축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유년층과 고령층의 인구비중이 늘어나면 저축률은 떨어지게 된다.
 
한편 인구구조는 투자율에도 영향을 준다. 우선 유년층이 줄어들면 교육과 주택 등에 대한 투자수요를 감소시켜 투자율을 떨어뜨린다. 또한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점차 저하되고 투자 수요도 위축된다.
 
한국의 인구구조를 보면 유년층(청소년 포함, 0∼29세) 인구 비중이 1985년에 61.5%였으나, 2000년에는 46.7%로 떨어졌고 2014년에는 34.2%로 더 낮아졌다. 반면, 중장년층(30∼59세) 인구 비중은 1985년 31.8%에서 올해 48.1%로 계속 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2014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서 2020년에는 45.7%로 떨어진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유년층 인구 비중은 34.2%에서 31.2%로 더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로 미뤄보면 앞으로 저축률과 투자율이 같이 떨어질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투자율이 더 낮아질 전망이다.
 
자금 잉여로 금리 하락 추세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투자는 자금 수요이고 저축은 자금 공급이다.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다는 것은 자금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저축률과 투자율이 같이 떨어졌으나, 투자율이 더 떨어져 자금의 초과 공급 현상이 나타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물론 저축이 투자보다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중장년층이 증가하면서 저축이 증가한 데 있다. 2003년부터는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유년층 비중을 넘어서면서 저축률과 투자율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금리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장년층 인구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
국민소득 결정식에서 재정이 균형을 이룬다고 가정하면, 저축과 투자의 차이는 수출과 수입의 차이와 같게 된다. 인구구조 중 유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을 시기에는 투자율이 저축률을 웃돌고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에 중장년층이 늘어날 때는 저축이 투자보다 더 많아 경상수지는 흑자를 낸다. 그 이후 고령층이 더 많아지면 다시 경상수지는 적자를 보이게 된다.
 
실제로 1998년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보이고 있다. (물론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투자율이 낮아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경상수지 흑자 요인이다.) 특히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거의 정점에 도달하고 있는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779억 달러(GDP대비 6.1%)로 규모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850억 달러로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해 10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707억 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683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2015년부터 중장년층 인구비중이 줄어들고 1차 베이붐 세대(1955∼63년생)가 직장에서 은퇴하면서 저축률이 낮아지고 경상수지 흑자폭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유년층 비중 감소와 더불어 투자율이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 흑자가 나는 만큼 어느 정도 원화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2013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대비 6.1%로 너무 많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우회적으로 원화 가치가 올라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환율보다는 인구 등 구조적 요인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가치 상승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떨어진다. 
 
물가상승률 둔화도 금리 하락 요인
원화가치 상승과 더불어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여기다가 한국경제에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이 존재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에 그쳤고, 올해도 11월까지 1.3% 상승해 여기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2013∼2015년 중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를 2.5∼3.5%로 설정했는데, 2013년 이후 실제 물가는 이를 넘어선 때가 없다. 2015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2%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물가 목표를 왜 수정하지 않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면 피셔 방정식(명목금리=실질금리+예상물가상승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채권 투자에서 기대수익률도 낮아진다. 1%대 초반의 물가 안정이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한국 채권 매수 증가
최근 국고채 10년 수익률이 2.8%, 3년 수익률은 2.2%로 떨어졌는데, 시장이 앞서 살펴 인구구조와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 특히 안정성이 높은 국채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인들이 한국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4조 달러(9월말 현재 3조 8,877억 달러)에 근접하고 있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돈이 주로 미국 국채에 투자되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중국은 미국 국채를 더 이상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외국인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중 중국 비중이 2010년 26%에서 올해 9월에는 21%로 낮아졌다.) 이 돈의 일부가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11월 말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채권은 13조 8,240억 원으로 미국(18조 9,600억 원) 다음으로 많다. 중국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채권 중 14.1%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5년 이내에 미국 비중(11월 현재 18.8%)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도 채권 매수 
다음으로 국내에서도 채권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1차 베이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원금 보전 심리 때문에 개인이 주식보다는 은행 예금이나 채권에 돈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예금금리가 거의 영(0) 퍼센트에 가까운데도 개인자금의 53%가 은행에 있는데, 한국의 인구구조가 점차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지난 6월 말 현재 한국의 비금융법인기업이 484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이 돈 역시 대부분 은행에 들어가 있다.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대출을 해주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그러나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은 은행 돈을 덜 빌려 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은행의 신규 기업 대출 중 44%가 역마진’이라는 금융감독원 통계가 보여주는 것처럼 기업의 자금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현재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가계의 자금 수요는 늘고 있지만, 1천조 원이 넘는 가계 부채를 고려해보면 은행도 마냥 가계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은행의 자금 운용처는 유가증권시장이다. 유가증권은 크게 주식과 채권으로 구분되는데, 은행은 변동성이 높은 주식을 많이 사지 않고 안정성이 높은 국채 중심으로 채권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작성해서 발표하는 자금순환에 따르면 한국 금융회사의 6,104조원의 자산 중 24%(2014년 6월 기준)가 채권에 투자되고 있는데, 이 비중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금리 1%대 시대 도래
중장년층 인구의 상대적 증가로 저축(자금 공급)이 투자(자금 수요)보다 많아졌고, 여기다가 중국인과 한국의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2.2%까지 떨어진 국채(3년) 수익률이 2015년에는 1%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방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2.00%로 인하했다. 그 뒤 한국경제에서도 1%대의 금리가 가능한 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살펴본 이유로 머지않아 시장금리는 1%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시장을 뒤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구조 등 구조적인 변화를 재점검 하면서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칠 때이다.

 

20141225191416p0km901780.jpg
20141225191421z47w244014.jpg
 
 

28
  • 기사입력 2014년12월25일 19시1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1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