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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대와 변화의 어려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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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3월1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3월17일 18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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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대’다. 테크놀로지가 이끄는 변화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제4차 산업혁명, 바이오 등이 이 변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개인이나 기업에게는 이에 맞춰가는 ‘변화’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불확실성 속에서 시대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해답을 찾기 힘들어하는 개인과 기업들은 요즘 불안하다. 직장인들은 AI가 소멸시킬 것이라는 직업의 명단을 미디어에서 보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생산직 노동자, 사무직 노동자, 심지어 의사, 회계사, 변호사들마저 AI와 로봇으로 인해 자리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경고를 들으며, 그동안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이 어느 순간 쓸모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자녀들이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도록 조언해줄 것인지 모르겠다며 무력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기업들도 기술 발달이 자신의 비즈니스 영역에 어떤 ’파괴적 변화‘를 가져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 계산대 없는 미래형 매장인 ‘아마존 고’의 개장... 우리에게 익숙한, 해당 비즈니스의 전통적인 모습을 파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위 사례에 해당되는 현대기아자동차나 신세계그룹만 긴장할 일이 아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매개로 완전히 새로운 컨셉과 경쟁의 룰을 만들어 기존의 강자들을 위협하고 배제시키려는 시도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불안감 속에서 변화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변화하기는 어렵다. 개인과 기업 모두 그렇다. 변화가 어려운 건 인간의 본성이 그렇고, 조직의 로직이 그렇기 때문이다. 인간과 조직은 모두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안주를 선호한다. 그게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안함을 이렇게 합리화한다. “지금 정도도 충분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데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어. 이게 안전한 거야...”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서서히 쇠락하고 결국 소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안주하는 것이 안전하기는커녕 위험 그 자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어진다.

 

이런 유혹을 이겨내고 변화에 착수했다고 해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변화에 대한 ‘반발’이 즉시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이라면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조직이라면 개혁으로 피해를 보거나 피곤해지는 집단과 사람으로부터 거센 저항이 시작된다. 개혁에 따를지 모르는 리스크를 내세우거나, 개혁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을 이유로 들면서 변화를 무산시키려 한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변화 시도는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 축소되고, 흐지부지된다. 무언가 시작하긴 했던 것 같은데, 1년 후 돌아보면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많은 개인과 기업들의 모습이다.

 

필자는 변화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나름의 원칙을 두 가지 세워두었다. 첫 번째는 ‘정기적인 변화’다. 1년이라는 시기를 정해 놓고, 의식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작은 것 하나라도 바꾸려 노력한다. 두 번째는 변화를 위한 ‘꾸준한 배움’이다. 예전에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 코리아에 1인용 사무실을 임대해 한 달간 사용해본 적이 있다. 필자에게는 회사 사무실과 서재용 개인 작업실이 있지만, 혁신적인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위워크, 그들의 생각을 배우고 싶었다. 사실 처음 외국 잡지에서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접했을 때 필자는 시장성을 무시하며 평가절하 했었다.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던 거다.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고, 텍스트가 아닌 경험을 통해 배우기 위해 변화의 현장을 찾아갔다.

 

영화 ‘인턴’에서 노년의 로버트 드니로는 젊은 사장 앤 해서웨이의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며 이렇게 말한다. "전 여기에 당신의 세계를 배우러 왔어요(I'm here to learn about your world).“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식했다면, 그 시대를, 바뀐 세계를 배워야 한다. 로버트 드니로처럼, 그 세계를 배우러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 

 

변화는 어려운 것이지만, 생존을 위해서라도 변화는 필수다. 하기에 따라서는 고통이 아닌 가슴 뛰는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변화를 위한 정기적인 시도와 배움, 그리고 그것을 통한 도전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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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3월1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8년03월17일 18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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