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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이란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이익을 정치적으로 표출하고 집약하며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결사체이다.

 이런 정당의 핵심 기능은 공직 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선거에 승리해 자신들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20대 총선 공천(公薦) 과정에서 여야 정당은 추악하고 일그러진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당 민주주의는 후퇴를 넘어 저질화로 치달았다. 헌법을 비롯한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이 지켜지지 않았고, 각 당의 당헌 당규가 편법으로 무시되었다. 

 

 ‘지극히 반민주적’인 여야의 공천 행태

대한민국 헌법 제8조 2항에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공직선거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2항엔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여야 정당이 보여준 공천 행태는 지극히 반민주적이다. 공천이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과 세력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되었고, 결국 사천(私薦)이 되어 버렸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친이계가 주도한 친박계 공천 학살에 대해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공천에 배제된 친박 인사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지상명령까지 내렸다. 박 대표의 이런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이 한나라당을 집단으로 탈당해 ‘친박 연대’라는 정당을 창당해 총선에 참여했다. 지역구 선거에 51명의 후보자가 출마해 6명이 당선되었고, 정당 투표에서는 13.2%의 지지를 얻어 8석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했다. 친박 연대는 총 14석을 차지해 자유선진당(18석)에 이어 제4정당이 되었다.

 

 당헌․당규에도 없는 ‘전략공천’

 8년이 지난 이 시점에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다. 친박에 의한 비박과 친이계에 대한 보복 공천이 자행되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배반의 정치로 낙인찍은 유승민 의원과 친소관계에 있는 의원들은 초토화 되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100%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며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이한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천관리위원회의 발족과 함께 허무하게 무너졌다. 새누리당 당헌․당규 어디에도 전략공천이란 규정은 없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3월 16일까지 공천 심사를 마친 249곳 가운데 전략공천에 해당하는 우선 추천. 단수추천 지역은 108곳이나 되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유승민계의 조해진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는 이것도 저것도 안 되니깐 이유도 설명도 없는 묻지마 낙천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공천 학살의 수단 - ‘정체성’ 기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가장 잘못한 것은 ’정체성‘을 기준으로 공천을 하겠다는 발상이었다. 문제는 이 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재오·진영·조해진·이종훈 의원 등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신 있게 맞서다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탈락한 것을 보니 정체성이란 다름 아닌 박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것이 입증 되었다. 다시 말해 공천 학살의 수단으로 정체성을 들고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2항에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국회법 제114조의2 (자유투표)에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되어 있다. 자율성과 책임성에 충실했던 의원들이 오히려 공천에서 보복 학살되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못한 것이며 그 자체가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정체성을 무기로 공천 학살의 칼춤을 추고 있는  이한구 위원장은 자신이 얼마나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과 역사에 큰 죄를 짓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 위원장은 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유 의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유 의원 본인이 결단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발언인가. 정치권 공천이 아무리 난장판이라 해도 이런 식의 비겁한 행동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게 공천권을 돌려줬다“는 세간의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정무적 판단’‧ ‘경선 없는 단수’ 엉터리 공천경쟁

더불어 민주당은 어떠한가? 더민주당은 작년 6월에 김상곤혁신위를 구성해 공천과 관련해 세부적인 규칙을 제정했다. 그 핵심은 ’시스템 공천‘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가 물러나고 등장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이런 ’시스템 공천‘에 대해 ”정치를 모르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공천을 주도했다. 한마디로 더 민주는 지나친 이중 잣대와 정무적 판단에 따라 완전히 권력 투쟁적, 계파 갈등의 공천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절대 군주의 상징인 차르라는 별명까지 얻은 김종인 대표는 대권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관훈 클럽 토론회에서 “킹 메이커 노릇은 더 이상 안 하겠다.”는 말을 했다. 대권에 대한 김 대표의 과대망상이 결국 친노 강경파 의원들을 정무적 판단이라는 미명하에 공천에서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패권적 양당 체제를 깨고 새 정치를 위해 창당했다는 국민의 당에서도 '현역 기득권'을 깨겠다던 약속이 무색한 공천이 이뤄졌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와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은 경선조차 없는 단수공천을 받았다. 3월 20일 현재 새누리당의 현역 공천 탈락 비율은 32.5%, 더 민주는 33.3%다. 새누리당은 18대 39%(128명중 50명), 19대 46.6%(174명중 81명)의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더민주는 18대 32%, 19대 37.1%(89명 중 33명)의 현역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 양당 모두 추가 공천이 남아있어 비율은 다소 변화가 있겠지만 과거와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원칙은 사라지고 보복만 난무한 최악의 사태

지난 2012년 4월 총선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공천이 ‘매우 잘했다’는 비율은 5.9%, 민주당 공천의 경우, 그 비율이 1.4%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여야가 이런 오명을 씻어내기는 어렵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공천 과정이 더 추악하고 무질서하게 치러졌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조차 깡그리 무시된 채 온갖 편법이 동원되었다. 공천혁신을 와치며 공정한 공천과 강도 높은 물갈이를 약속했지만 양과 질에서 모두 매우 미흡했다. 한마디로 원칙은 사라지고 보복만 난무했던 최악의 공천이었다.

 

 더구나, 이번 공천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정당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공천을 앞두고 느닷없이 나타난 자객들이 공천 학살을 자행해도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는 이상한 정당이 됐다. 여야는 공당이 아니라 사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정당들을 과연 ‘민주 정당’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런 비민주적이고 퇴행적인 정당들에게 왜 국민들의 혈세인 세금으로 보조해주어야 하나? 헌법 제8조에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정신을 키지는 않는 정당에게 헌법에 따라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정당 국고 보조금 지급 제도 이참에 폐지해야

정당의 국고보조금 제도는 1981년 제5공화국 시절 신군부 세력이 관제 야당을 지원하기 만들어진 나쁜 제도이다. 이참에 정당에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폐지해야 한다. 더불어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펼쳐야 한다. 

독일은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기록해 선거관리위원화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후보 신청 자체를 불허하고 있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모든 정당들의 공천 과정을 녹취해서 중앙선관위에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사법부도 국민 편에 서서 정당들의 퇴행적이고 반민주적인 공천 행태에 대해 단호한 응징을 가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의 요구에 적극 응답해야 한다. 사법부가 법을 지키지도 않는 사람들이 법을 만드는 국회로 가는 이 참담한 현실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 

 

 ‘전략적 선택’ 통해 잘못된 공천 국민이 응징

 그러지 못하면 국민이 바로잡아줘야 한다.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을 우롱한 최악의 공천을 응징해야 한다. 오만과 탐욕의 권력자가 전략 공천을 했다면 결코 어리석지 않은 국민들은 유능한 인재가 국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반드시 옥석을 가려내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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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3-20 19:57:28 최종수정 2016-03-21 09: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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