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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지향 통상정책의 확산과 핵심 중견국가(G10) 한국의 선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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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4월05일 14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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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보고서는 K-폴리시플랫폼(연구원)이 발간하는 ‘K-Policy 브리프 6호(2021.4.5.)’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차례 >

 

1. 서론

2. 가치지향 통상정책의 확산

3. 디지털 무역 활성화와 규범화

4. 핵심 중견국가(G10) 한국의 선택

5. 정책 과제와 향후 전망 

6. 결론

 

< 요약 >

 

미국, EU 등 선진국들이 환경, 노동, 인권, 민주주의 등 비경제적 가치들을 통상정책에 연계시키면서 향후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예상된다. 올해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통상정책에 환경, 노동 문제를 연계할 것임을 이미 예고한 데 이어 이를 이행하기 시작했고, EU는 가치 지향 통상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비경제적 가치는 환경과 노동을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형이상학적 가치 체계와 정치 시스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같은 가치 지향 통상정책의 부상은 그동안 각국의 통상정책이 상품과 서비스 및 지식재산권의 무역과 투자 자유화에만 집중해 온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미국이라는 패권국을 정점으로 단극화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소외된 이슈와 계층이 주요국들의 국내정치 전면에 내셔널리즘 강화 형태로 급부상하였고,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정치 지형의 변화가 디지털 신기술, 미·중 패권경쟁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을 만나 더욱 공고한 추이로 자리 잡는 상황이 되었다. 내셔널리즘의 통상정책적 발현이 바로 보호주의와 반(反)이민주의이다.  ​

 

한편 통상정책의 물적 기반에서는 디지털 무역의 활성화라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무역규범의 경우, CPTPP(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 외에도 최근 디지털무역 관련 많은 국제규범이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다양한 수준과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무역의 원활화를 위한 핵심 규정이 의무조항으로 포함된 국제규범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협정별로는 예외조항의 유무, 금융서비스 시장 적용 여부 등 자유화 수준과 적용 범위 등의 차이로 인하여 국제규범의 파편화 현상 또한 심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사회적 가치를 주요 통상정책 항목으로 포함하는 가치 지향적 통상정책에 대해 진보나 보수 등 이데올로기적 진영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뚜렷한 국제환경의 변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 EU의 통상 압력에도 효과적인 대응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통상정책 연계 또한 서방을 중심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에 경사되어 온 우리의 입장과 시각에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한반도 재균형 전략(rebalancing strategy)’을 적극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적극적인 재균형 전략으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한·미·일 FTA 이니셔티브를 주창하면서 미국과 일본에 3국 FTA를 제안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일 FTA는 2012년 이후 진행 중인 한·중·일 3국 FTA 협상에 대해 대륙과 해양 세력 간의 균형을 잡아주는 정책이 될 것이다. 한·중·일 FTA와 한·미·일 FTA 동시 추진은 명분도 있을뿐더러 한국의 중국 경사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CPTPP에 조기 참여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CPTPP는 아시아 중심의 RCEP을 태평양 연안국(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들의 네트워크로 보완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대륙이 아닌 태평양에 방점을 두는 ‘태평양 중시 (Pivot to Pacific) 전략’인 셈이다. 바이든 집권 초기 미국이 CPTPP 가입을 추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바이든 통상외교팀의 성향으로 볼 때 미국의 CPTPP 가입은 시기의 문제이다. 한국은 미국의 가입에 앞서 CPTPP에 가입함으로써 가입비용도 낮추고 중국의 저항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 주도의 쿼드 플러스(Quad Plus; 미국, 일본, 호주, 인도에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이 추가되는 형태)나 D10(G7에 한국, 호주 인도 포함된 민주주의 10개국) 뿐만 아니라 미국이 대중국 제재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신통상질서에 참여하여 우리의 입장을 적극 개진하는 동시에 상황 전개에 따른 국내 제도의 적응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국 통상정책의 방향은 다자무역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성공적 개혁을 지지하는 것을 기본 입장으로 하고 지역무역협정 및 복수국 협정 등이 다자무역체제를 보완하는 데 우리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포괄적인 대외경제비전도 없이 생존에 급급해 선진국을 따라가기 위한 수동적인 정책과 입장을 답습하고 사안별로는 일관성 없이 임기응변식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핵심 중견국가(G10)로서 달성하고자 하는 포괄적인 대외경제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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