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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증가의 재(再) 역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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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2월2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2월28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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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 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마련한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의원 295인 중 재석 162인,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의결되었고, 기금운용계획안은 재석 158인, 찬성 158인으로 의결됐다. 당초 정부안 513.5조원에서 1.2조원 축소된 512.3조원으로 내년도 예산이 의결·확정된 것이다. 확정된 예산에 따르면 2020년말 국가채무는 805.2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39.8%로 정부수립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행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습니다.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입니다.”라며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이전에도 대통령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뭐냐?”고 경제부총리에게 물으며 이에 집착하지 말라고 주문한 바 있다. 과연 이 같은 대통령의 평가는 타당한 것인가?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을 해보자. 

 

첫째, 국가채무 통계는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 등 3가지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채무(D1)’ 통계는 우리 정부가 만든 기준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차입금, 국채 및 지방채 등 현금주의 회계방식(cash base accounting)으로 작성하는 채무(debt)를 의미한다. 반면, ‘일반정부 부채(D2)’는 IMF, OECD 등의 국제지침에 따라 국제비교를 위한 기준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비영리공공기관까지 포괄하고 차입금, 국채 및 지방채 이외에 연금충당부채도 포함하는 발생주의 회계방식(accrual base accounting)으로 작성하는 부채(liability)를 의미한다. ‘공공부문 부채(D3)’도 일반정부 부채(D2)처럼 발생주의 회계방식으로 작성하는 부채 통계인데 비영리공공기관은 물론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까지 포괄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추이를 살필 때에는 국회의 통제를 받는 국가채무(D1) 통계를 사용해야겠지만 국제비교에는 일반정부 부채(D2) 또는 공공부문 부채(D3) 통계를 사용해야 한다. <표 1>에서 보듯이 국가채무(D1) 규모가 680.5조원(2018년 기준)으로 가장 작고, 공공부문 부채(D3)가 1,078.0조원으로 가장 크다. 일반정부 부채(D2)나 공공부문 부채(D3) 통계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고용에 따른 공무원연금충당부채 753.9조원, 군인연금충당부채 186.0조원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충당부채는 제외되어 있다. 또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국채 및 지방채 122.0조원도 정부내부 거래로 제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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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일반정부 부채(D2) 기준으로 OECD가 지난 11월 전망한 2020년말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는 GDP 대비 40.4%로 33개 OECD 국가 평균 79.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그림 1] 참조). 대통령이 언급한 OECD 평균 110%는 32개 OECD 국가를 하나의 국가로 보았을 때 전체 국가채무 규모를 전체 GDP 규모로 나눈 수치인 110.3%, 즉 국가별 GDP로 가중평균한 국가채무비율(이를 OECD는 ‘Total OECD’로 표시한다)을 의미한다. 반면, 32개 OECD 국가별 국가채무비율을 단순평균하면 79.7%이다. 단순평균치가 가중평균치에 비해 작은 것은 GDP 규모가 큰 미국의 국가채무비율이 111.9%, 일본이 225.2%로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반정부 부채(D2)에 포함되지 않은 비금융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GDP 대비 22%(2017년말 기준)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고 있는 7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크다(일본 17%, 멕시코 10%, 캐나다 8%, 호주 8%, 포르투갈 3%, 영국 1%)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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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비록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작기는 하지만, 최근 OECD 국가들의 국가채무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게 우리나라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그림 2] 참조). 우리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채무(D1) 기준으로 2000년말 국가채무비율이 17.5%였는데 2015년 35.7%로 15년 만에 2배가 되었고, 이후 2018년까지 35.9%로 잠시 안정되었다가 최근 다시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해 2023년말에는 46.4%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2016년에 제정을 추진했던 「재정건전화법(안)」에서 국가채무비율 상한을 45%로 제한하려 했었는데, 불과 3년만에 자신들이 제시했던 상한을 초과하는 내용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반면 OECD 국가 평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53.7%에서 2014년말 86.7%로 급격히 상승했었지만 이후 하락세로 반전되어 2021년말에는 79.3%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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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내년도 예산을 보면 금년에 비해 총수입은 5.7조원 증가에 그친 반면 총지출은 42.7조원이나 증가한다. 정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총수입은 165.7조원 증가하지만 총지출은 이의 2배가 넘는 338.0조원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재정지출 증가속도 제어와 더불어 획기적인 세입확충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는 한 향후 급격하고 지속적인 국가채무 증가는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정부의 재정건전성 관리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국가채무 전망치 내지 관리목표 변경추이를 살펴보면 종전과 달리 최근 정부의 재정건전성 관리 의지가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다. [그림 3]에서 보듯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9년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계획기간 후반으로 갈수록 국가채무비율이 하락하여 정부의 국가채무 관리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3년~2016년의 4개년은 계획기간 중에 큰 변동이 없었고, 2017년~2018년의 2개년은 계획기간 후반으로 갈수록 국가채무비율 다소 상승하게 계획하더니, 이번에 발표된 2019년 계획에서는 계획기간 후반으로 갈수록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허용하는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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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이번 재정악화는 과거 경제위기로 인한 재정악화 때와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그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과거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로 인한 재정악화는 경기침체로 인한 일시적인 세입감소와 경기부양을 위한 일시적인 세출확대에 기인했기 때문에 경기만 회복되면 세입복원 및 세출정상화를 통해 재정악화 문제가 해소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재정악화는 경제위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의도적인 재정정책으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지출의 급격한 확대와 세입확충의 지연이라는 현재의 재정정책 기조를 변경하지 않는 한 재정악화 문제는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과거에는 재정건전성 조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정책적 노력이 매우 강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 걱정이다. 예를 들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과 재정확장으로 10년간(1997년~2006년) 국가채무비율이 약 20%p나 증가했었다. 이에 재정당국은 국가채무가 늘어나기 시작한 초기인 2002년에 국회심의를 거쳐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마련하였고 지금까지 총 20조원을 상환하고 21조원이 남았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6년간(2008년~2013년) 국가채무비율이 6%p 증가하였는데, 증가 초기인 2010년 총지출 증가율을 2.9%로 억제(2009년 10.6%, 2011년 5.6%)하는 등 조기에 재정건선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강력한 지출통제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재정악화는 규모 측면에서 향후 5년간 국가채무비율이 10.5%p 증가해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연평균 2%p나 되는데도, 국가채무 관리 등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정부의지나 계획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국가채무 증가의 재역습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하고 무너진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을 다시 세워야 한다. 특히 3년 전에 중단된 「재정건전화특별법」 제정을 다시 추진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에 대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또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처럼 현재는 정부지원 규모만 포함시키고 있는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을 공공기금으로 전환시켜 전체규모를 국가재정에 포함시켜 관리해야 한다. 나아가 재정지출 증가나 세입감소를 초래하는 법안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재원조달 법안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PAYGO 원칙’을 법제화하여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또한 재정당국이 보다 강력한 지출구조조정과 효율성 제고로 가능한 한 국민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고 국가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제대로 정책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각종 유사‧중복 예산사업들을 통‧폐합하고 정책 우선순위에 입각해 과감하게 기존 예산사업들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등 보다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을 위해 ‘전략적 지출검토’(strategic spending review)를 도입하는 등 재정지출 증가속도를 억제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복지정책의 가성비를 높이는 맞춤형 복지를 강화하는 문제가 매우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국제적인 조세정책의 큰 흐름에 따라 세입을 확충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복지 등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대규모 초과세수만 믿고 그 동안의 증세정책 기조를 완화한다면 국가재정의 악화는 불가피하다.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증세를 추진하되, 증세의 내용으로는 OECD 국가에 비해 세수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소득세와 소비 관련 조세부담을 주로 늘리고 증세정책이 우리경제의 활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부담은 다소 인하할 필요가 있다. <ifsPOST>​ 

 

참고자료 : 국가재정, 정말 문제없나? -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건전재정포럼 세미나​(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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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2월2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2월28일 13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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