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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정부신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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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09일 11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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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보고서는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국가전략, 제27권 1호 2021년 봄호, p39~68]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김태심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문재인 정부, 코로나 재난 초기부터 정치적 차원 대응…정부신뢰 상승효과

박근혜 정부의 재난 대응 실패에 따른 학습효과가 빠른 정치적 대응 유도

한국에서 재난 대응의 정치적 메커니즘은 지속될 것

“성공적인 재난 대응 효과는 짧게 지속, 실패의 효과는 오래 갈 것”​

 

1. 연구는 전국설문조사를 사용하여 코로나 질병재난 중 정부신뢰와 그 변화를 추적한다. 위기결집(raly round the flag), 피해-귀책(damage-blaming) 및 정부성과(government performance) 이론들을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위기결집과 피해-귀책의 효과보다는 정부성과, 즉 코로나 대응 노력에 대한 평가가 정부신뢰의 수준과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2. 이는 과거 정부들에서 예상치 못한 재난을 행정수준에서 대응하고 정치적 파장을 차단하려 했던 점과 비교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재난을 초기부터 정치적 차원에서 대응하였고, 정부대응의 성과가 정부신뢰의 상승과 같은 정치적 이익으로 선순환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재난의 정치적 학습효과는 위기와 재난 속 한국정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3. 본 연구는 전국 성인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한국인들의 정부신뢰와 그 변화를 경험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지난 여름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의 비율은 약 60% 정도로 상당히 높게 유지되었고, 이는 과반에 해당하는 유권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② 다음으로 본 연구는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그 변화의 요인을 분석하였다. 위기결집과 피해-귀책의 독립적인 영향은 매우 미약했고 정부성과에 의해서 일부 영향마저도 상쇄된 반면, 정부성과는 코로나 재난 시기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③ 정부신뢰의 수준과 변화에 미치는 정부성과 평가의 영향이 여당 지지층, 야당 지지층, 그리고 무당파 사이에서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정부 대응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정부신뢰에 반영하는 경향은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모든 정치집단에서 발견되었으나 그 영향의 크기는 여당 지지층보다는 야당 지지층과 무당파 중도층에서 훨씬 컸다. 

 

4. 이와 같은 분석결과는 재난 시기 중 시민들의 정부신뢰 형성에 관해 두 가지 이론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① 재난시기 시민들은 정부 대응을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합리적 관점에서 정부신뢰에 반영한다. 이는 이론적 관점에서 재난시기 정부의 대응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비(非)재난시기에 비해서 그 중요도(salience)가 커진다는 점을 뜻한다(Carlin and Love et al. 2014a). 

 

 ② 흥미롭게도 한국 시민들은 개인과 주변의 피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정부신뢰에 반영하지 않았는데, 이는 기존 연구들(Drury and Olson 198; Uslaner and Yamamura 2016; 조영호 2019)의 발견과 상반된다. 

 

③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경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의 초기 대응은 성공적이었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개인차원의 두려움과 피해의 영향을 상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5.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시민들의 정부신뢰가 선순환 한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정치의 재난 대응에 관해 세 가지 현실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① 첫째, 문재인 정부의 재난 대응은 과거 정부들과는 달리 정치적 접근을 취해왔다. 이는 물론 코로나 위기가 그 범위와 영향에 있어 행정적으로만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큰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재난 대응은 과거 정부들과는 초기 대처부터 달랐다. 

 구체적으로 과거정권들은 재난을 행정적 수준에서 대응하고 이후 그 정치적 여파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였다면, 문재인 정부는 재난 발생 초기부터 이를 정치적 문제로 규정하는 한편, 행정적 대응과 더불어 투명한 소통 및 적극적인 자원 동원을 통해 정치적 대응 역시 수행해나갔다. 가령 2017년 1월 발생한 포항지진에서 김부겸 장관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기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2019년 4월 강릉-동해 산불에서 이낙연 총리는 화재 발생 다음날 전국의 소방자원을 총동원하였다. 이와 같은 정치적 대응의 기조가 코로나 재난 대응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② 둘째, 문재인 정부가 왜 정치적 대응을 초기부터 시도해왔는가 하는 점은 박근혜 정부의 재난 대응이 정치적 실패로 귀결된 것으로부터 얻어진 일종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러한 학습효과는 다시 정치적 차원과 질병역학적 차원으로 분리해 검토할 수 있다. 먼저 잘 알려져 있듯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 당시 적극적인 정치적 대응을 하기 보다는 재난에 대한 책임과 대응을 행정적 차원으로 제한하였다.  이후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고, 폐쇄적 소통으로 일관하는 한편, 정보를 알리려는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대처하였다. 

 

결과적으로 세월호사건과 메르스 사태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추락하였고(송동근·민귀홍 외 2016; 조영호 2019; 한승주 2018), 아직까지 이를 경험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부재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의 새누리당의 수도권 참패 역시 이처럼 장기적으로 축적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응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질병역학적 차원에서의 학습효과의 역할 역시 검토해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성공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더불어 대만, 베트남,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이다. 이 세 나라는 모두 2000년대 초반 사스(SARS)를 경험했고, 당시 방역 대응의 경험을 축적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 다음으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에 대한 학습효과 역시 이번 코로나 사태대응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징계를 받은 3명의 책임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점도 이러한 학습효과를 증거 한다. 

 

③ 세 번째,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였고, 이를 정부신뢰의 상승과 같은 정치적 이익으로 보상받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2020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압도적 승리에도 기여하였다는 점에서(신정섭 2020), 성공적인 재난 대응이 가져온 정치적 이익은 막대했다고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의 재난대응과 정치적 이익 간 선순환은 특히 박근혜 정부 시기의 악순환과 비교될 수 있으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까지 범위를 확장하더라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6. 이와 같은 재난에 대한 정치적 대응은 한국정치에 나타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현실 정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우선 긍정적 차원에서는 정치인들이 재난의 정치적 활용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제 한국에서 재난 대응의 정치적 메커니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정적 차원에서 잠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재난 시기 정부가 시민들을 재난을 중심으로 결집시키고 이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면서, 한편으로는 특수한 재난상황을 이용하여 재난 이외의 다른 거버넌스 이슈들은 저평가하게 만드는 기회 구조(opportunity structure) 역시 열릴 수 있다는 점이다. 

 

7. 문재인 정부의 재난대응 성공과 정치적 이익 간 선순환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선행연구에서 재난의 영향이 언제까지 지속되는가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2020년 말 기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지난여름에 비해 상당히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럽지만, 본 연구가 검증한 정부성과 이론과 합리적 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성공적인 재난 대응의 효과는 비교적 짧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실패의 효과는 오래 갈 것으로 전망한다. 즉, 문재인 정부의 재난 대응에서 초기의 성공 효과는 코로나 재난 확산이라는 조건에서 효과를 발휘하였지만, 재난 상황의 종식이 다가올수록 점차 감쇠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및 메르스 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실패한 대응은 재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그 영향을 지속시키는 경향을 가진다. 카너먼(Kahneman 201)의 전망 이론을 떠올려 볼 때, 피해의 아픔은 이득의 달콤함보다 늘 크고 오래 가기 마련이다. 

 

8. 코로나 사태가 최소 2021년 혹은 그 이후까지도 오랫동안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코로나 재난 속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사태의 완전 종식 전까지 예상치 못하게 벌어질 사건들과 상황의 변화, 그리고 그에 대한 정부의 위기 대응에 의해 지속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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