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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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가 확대되고 플랫폼 종사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노동법 보호의 범위밖에 놓여 있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혁신 및 사회적 후생 증가 등을 두루 고려한다면,기존 근로자-사업자 개념에 따른 이분법적 논의를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외견상 유사한 근무 형태를 보이더라도 거래상대방인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 정도에 따라 보호수준을 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보이고 있다. 노동정책과 경쟁정책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
<결론 및 정책제언> : 플랫폼의 노동수요 독점력 기반의 사회적 보호 설계
지금까지 국내 플랫폼 종사자 보호 논의는 주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러한 논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냐 사업자냐 하는 이분법적 관점은 현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려하기 어렵고 대다수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의미있는 보호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본고에서는 먼저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 관점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웹 기반 프리랜서 및 지역 기반 노무제공 플랫폼 각각의 주요 사례에서 노동수요독점력을 실증적으로 살펴본 결과, 웹 기반 프리랜서 플랫폼에 해당하는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의 경우 노동수요독점력의 추정치는 일반적인 노동시장 수준에 머물러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반면, 지역 기반 노무제공 플랫폼에 해당하는 배달앱의 경우 배달앱 종사자들에게서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나 플랫폼 간 전환의 어려움 등이 관찰되어 높은 노동수요독점력을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최근 플랫폼 간 경쟁 및 소비자 멀티호밍도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플랫폼 분야마다 경쟁 상황이 다르고 플랫폼 종사자 보호의 필요성도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과소 혹은 과잉 규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각 분야마다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이 다를 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쟁 상황이 변화하는 등 각 분야 내에서도 노동수요독점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에 의한 혁신을 허용하면서도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적 보호를 제공하려면,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낮추거나 그 남용을 억제한다는 목표하에 유연하고 통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플랫폼 간 경쟁 촉진만으로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공정거래정책과 협상력이 열악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정책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도 요청된다.
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지위에 있는 경우, 플랫폼 종사자를 일단 사업자로 바라보되 해당 플랫폼의 수요독점력을 측정하여 사회적 보호의 수준을 비례적으로 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만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독점력이 측정되거나 그러한 정황이 합리적으로 추정될 경우, 당국의 검토를 거쳐 개입 수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물론 상황이 변화한다면 개입 수준을 다시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수요독점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판정되면, ‘거래상 지위’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아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플랫폼 종사자뿐만 아니라 노무제공자 전반7)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지만, 플랫폼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독점력을 추정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에 보다 적합할 것이다.
또한 알고리즘 투명성 규제도 수요독점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알고리즘 투명성 규제는 자사우대와 관련하여 논의된 바 있는데, 예컨대 구글이나 애플의 앱마켓에서 검색 순위와 관련된 앱 개발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국내 모빌리티 앱에서도 자사우대 관련 논쟁이 전개된 바 있다. 수요독점력이 높을수록 더 높은 알고리즘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는데, 예컨대 업무 배정에 관한 자동화된 결정에 대해 사람이 사후적으로 검토하고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포함하여 핵심사항에 대한 플랫폼의 설명의무 부과를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시대 알고리즘에 대한 안전성 확보(‘guardrail’) 차원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플랫폼 간의 경쟁은 플랫폼 종사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통해 보수를 포함한 근무 여건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통적 경쟁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만,플랫폼 간 경쟁이 있더라도 플랫폼 간 종사자의 이동성이 제약되는 상황에서는 개별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이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플랫폼 내지 임금근로로 이동하는 제약을 적극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이 강한 상황에서 멀티호밍 금지 혹은 최혜대우 조항 등을 제한하거나 데이터 이동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노동정책까지 포함하여 일반적으로 논의하자면, 관행적으로 계약서에 포함되는 겸업 및 경업 금지 약정의 효력 인정을 보다 엄격하게 하거나 해당 약정의 미포함을 권장하고, 플랫폼에 축적된 각 종사자의 업무 수행 관련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이동할 수 있게 하거나 경력증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플랫폼 간 경쟁 촉진이나 사업자 기반의 공정거래정책만으로는 종사자 개인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노무제공자 전반에 걸친 기초적 보호도 필요하다. 예컨대 안전 · 보건과 관련된 규제나 재해보상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초적 보호는 인적 서비스의 특성상 최소한의 인권 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에 대한 최소한의 제약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보호를 ‘플랫폼 종사자’에게만 적용한다면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노무제공자 전반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최소 보호수준이 너무 높게 설정된다면 국내 플랫폼 경제를 지나치게 위축시키거나 규제 사각지대(예: 해외 플랫폼)에서의 부당한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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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KDI FOCUS 2023 Vol.124](2023.8.23.)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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