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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재벌의 경영권 승계 관행, 어떻게 평가하고 풀어나갈 것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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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2월12일 20시05분
  • 최종수정 2015년12월12일 20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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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여타 주주들’ ‘소유자-경영자’ 간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

투자자 보호와 소액주주 권익 강화 등이 필요

가족승계의 ‘부당한 혜택’을 줄이고 ‘경영권행사에 따른 책임’ 강화

자회사 보유 요건 상향조정 등 지주회사제도 개선

“ 완전고용 보장은 사장(社長)이 아니라 시장(市場)이 한다”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보수)

먼저 가족승계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대리인 이론에 따라 설명하고 이와 관련한 외국의 실증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즉, 주식회사에는 ‘소유자-경영자’ 간의 대리인 문제와  ‘지배주주-여타 주주들’ 간의 대리인 문제가 있는데, 가족승계 기업은 지배주주의 경영참여로 소유자-경영자 간 대리인 비용이 줄어 기업의 성과가 높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지배주주 경영자의 사익추구나 참호구축(entrenchment)으로 지배주주-여타 주주들 간 대리인 비용이 증가하여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가족기업들에 대한 실증연구 결과, 창업자 CEO는 기업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나 후손의 경영권 승계는 빈번히 기업성과 하락을 초래하며, 가족지배 강화를 위한 장치(차등의결권 주식, 피라미드 등)들은 기업성과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족지배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유럽의 가족 기업들에 비해 한국의 재벌들은 소유권-지배권 괴리가 훨씬 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지배의 사적 이익’을 누리고 있으며, 가족경영자의 참호구축으로 무능한 경영자를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유권-지배권 괴리를 줄여 ‘지배주주-여타 주주들’ 간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지배의 사적이익을 축소함으로써  ‘소유자-경영자’ 간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즉 , △피라미드 지배와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강화, △차등의결권․황금주 도입 반대,  △사익편취 규제 강화, △투자자 보호와 소액주주 권익 강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경영자의 참호구축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자에게 진정한 권한을 부여하고 지배주주는 전문경영자들에 대한 경영감시에 전념해야 한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진보)  

 국내 기업이 직계가족에 의한 경영자승계에 집착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라며, 한국에서 가족승계가 가능한 이유는 순환출자와 피라미드출자를 통한 계열사의 우호적 지분 확보가 가능하고 일감몰아주기와 회사 기회편취 등으로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너가족의 지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무능한 후계자가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기회손실의 부담이 높지 않은 반면,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적혜택이 매우 크고 이에 대한 제재나 규율은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가족승계를 선호하게 되는 배경이다. 

 

따라서, 가족승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은 가족승계의 ‘부당한 혜택’을 줄이고  ‘경영권행사에 따른 책임’은 높이는 방향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가족경영과 전문가경영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한 어려운 고민과 상관없이 사회적 공정성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제도개선 과제로는 △자기거래 성격의 거래에 대한 무관용정책 추진 △자회사 보유 요건 상향조정 등 지주회사제도 개선 △일정 지분 이상 주주의 이사추천권 도입 등 이사회의 규율기능 강화 △순환출자구조의 점진적 해소 및 피라미드구조의 단계적 축소 △기관투자자의 외부견제기능 강화 등이다. 다만, 강성규정 위주의 접근은 기업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거래소 상장규정으로 지배구조모범규준의 comply or explain제도를 도입하는 연성규제 방식 등 기업에 선택기회를 제공하고 시장의 투자자들이 이를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계안 전 국회의원(진보)

 1998년 현대 자동차(주)사장이 되었다. 외환위기 때 이름뿐인 명예퇴직 등으로 수많은 임직원이 떠난 현대자동차가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기아자동차 그룹을 국제입찰을 통해 인수한 것에 대한 현대자동차(주) 노동조합의 반응이 싸늘한 것을 넘어 얼음 덩어리 그 자체라는 것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체협상을 시작하기 전 선결요건이 대표이사가 ' 노조원의 완전고용을 보장한다'라는 약속을 담은 이른바 '완전고용각서'를 노조에 제출하는 것이었다. 노사담당 부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이 공장문을 닫으면 닫았지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대표이사로서  그런 내용의 '완전고용각서'를 썼다. 다만 이런 문구를 넣었다.

  “여러분의 완전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사장(社長)이 아니라 시장(市場)입니다”

정 주영 회장이 스스로 창업한 현대그룹의 그룹 회장 자리를  무슨 기준으로 동생 정 세영 회장을 세웠으며 장남 정몽구 회장으로 바꿨는지, 또 장남 정몽구회장과 5남으로 2명의 그룹회장을 세웠다가 다시 5남 1인 그룹 회장체제로 바꿨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런 까닭에 ' 창업자 정 주영 회장의 뜻에 따라"라는 표현을 썼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옆에서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토론자가 보기에는 노조원의 완전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 시장인 것처럼 자기 자신의 창조물이라 할 수 있는 현대 그룹이 지속가능하기를 바랐을 창업자 정 주영회장은 "아버지 뜻이 아니라 시장"이 그룹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그에 따라 결정했다고 믿는다.  결국  "시장, 이것이 문제다, 문제." 이것을 결론으로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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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2월12일 20시0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8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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