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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 4천억원 투입해 의사 수련체계 혁신…수련 내실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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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8월30일 19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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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투입 예산 2조원 달할 듯…지도전문의에 연 8천만원 수당 지원

연속 수련 24시간·주당 72시간 제한…2031년까지 주당 60시간 수준으로

 

정부가 의사 수련체계를 혁신하기 위해 내년에만 4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며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다.

전공의 수련환경과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내년에만 의료인력 양성과 수급관리에 3천922억원을 쏟아붓는 등 5년간 2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들이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련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데도 집중하기로 했다. 이들의 수련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에게 연간 8천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제6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들이 담긴 '의료개혁 제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 의료인력 양성 관련 예산 3천911억원…지도전문의 최대 8천만원 지원

 

정부는 전공의들의 수련환경과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대거 예산을 투입하는 등 지원을 강화한다.

우선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예산은 올해 291억원에서 내년도 3천922억원으로 3천631억원 증액됐다.

수련 수당 외 수련을 지원하는 예산만 올해 35억원에서 내년도 3천130억원으로 90배가 증가시키는 등 대대적으로 투자한다.

특히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해 전공의들의 수련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자 대학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수련하는 인턴, 레지던트를 통칭한다. 의사 면허를 딴 뒤 인턴으로 1년간 여러 과를 순환 근무한 뒤, 각자 전공을 정해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처럼 전공의들은 수련하는 의사들이지만, 현장에서는 피교육자보다 근로자의 특성이 강조된 탓에 업무에 과도하게 투입되는 문제가 컸다.

이들의 교육을 맡는 지도전문의 역시 병원에서 환자 진료와 연구, 당직 등 기본적인 업무에 전공의 교육까지 맡는 탓에 수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지도전문의가 업무시간을 할애해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8천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정부는 지도전문의 수당을 지급하는 동시에 전공의가 병원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지도전문의의 밀착 지도를 받을 수 있게끔 집중 수련시간 활용을 권고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부족한 임상 실습 기회를 보완하기 위한 임상교육훈련센터도 설치한다.

당장 내년에 강원대, 경상국립대 2곳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병원(10곳)에 설치하고,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임상술기 교육 지원도 1인당 50만원으로 확대한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수련의 질 개선의 핵심인 지도전문의에 대한 역할 부여와 지원을 통해 수련다운 수련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러한 정부 지원의 확대가 전공의 복귀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이 복귀한다면 개선된 환경에서 수련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수련병원 등 현장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독립 진료 가능케' 인턴제 개편…'임상수련의제'는 추후 논의

 

갓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들의 독립적 진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인턴들은 여러 과를 돌면서 수련하다 보니 명확한 책임 주체가 없어 방치되기 쉽고, 진료에 필요한 수련보다는 병원의 잡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료와 무관한 업무를 맡거나 인턴 과정을 마치고도 핵심적인 진료 역량을 습득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큰 데 따라 이 부분을 해결하는 데 집중키로 했다.

정부는 인턴들이 수련 중 지도전문의의 지도하에 난도가 낮은 의료행위를 중심으로 진료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예컨대 환자 병력을 청취하거나 일반 진단·선별검사 결과 해석 등을 인턴들에게 위임할 수 있게 해 이들의 기본적인 진료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수련 기간은 현재의 4∼5년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을 설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원면허제'나 '진료면허제'로 불리는 일정 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임상수련의제'는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후속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는 전공의로 수련하지 않고도 의사 면허만 있으면 개원해 진료를 볼 수 있게 돼 있는데, 최근 복지부가 수련을 마친 의사만 진료할 수 있게 하는 '개원면허제'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의대생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 제도는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가 충분한 진료역량을 갖추지 않은 채 곧바로 환자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영국에서 의사들은 의사 면허와 별도로 진료 면허도 따야 하고, 캐나다에서는 졸업 후 2년간의 교육을 거쳐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수련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될 경우 애초 취지와 달리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복지부는 현재 의료개혁 특위에서 임상수련의제나 진료면허제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앞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진료면허제 같은 경우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도 있지만, 인턴제 내실화 등 수련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병원에서 근로만 하다가 현장에 나오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수련 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의료계와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하면서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도입…연속 수련 24시간 제한·수련 실태 파악

 

전공의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료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는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도입한다.

현재 전공의의 70%가 수련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도 높은 환자 위주의 임상 경험을 하기 때문에 전문 역량 함양에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고 2차 의료기관 등에서 주로 진료하는 질환군에 대해서는 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내년에 다기관 협력 수련 시범사업을 도입해 중증 환자뿐 아니라 중등증 이하 환자에 대한 수련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필수의료도 경험하게끔 지원한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들의 연속 수련은 24시간, 주당 수련은 72시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이후 시범사업 성과 평가를 통해 2026년에는 수련시간 단축을 제도화할 예정이다.

이어 주당 평균 수련시간은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60시간 수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련시간 단축과 함께 전공의 1인당 적정 업무량을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필수분야 전공의 등에 대한 연간 1천200만 원의 수련수당 지급 대상도 대폭 확대한다.

전공의 수련 등 의사 인력 양성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한다.

중장기적 방향성을 잡고 전공의 인력 양성 정책을 운용하고자 내년에는 제1차 전공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수련 실태 파악을 통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3년 주기 수련 실태조사도 도입한다.

지역에서도 질 좋은 수련이 가능하도록 지역의 수련병원 여건을 개선하고,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을 현 45%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역에서 의대를 졸업한 전공의들이 지역에서 수련하고 정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역의 공공의료원이나 전문병원 등으로 수련병원 유형을 다양화하고, 이 과정에서 병상이나 시설 등 형식적인 요건이 아닌 실제 교육이 가능한지 여부를 중심으로 수련병원을 지정할 예정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을 확대하고 사무국 인력을 보강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수련 평가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수련 평가 기능을 일원화하면서 평가를 내실화한다는 구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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