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美대선-AI 등 변수 대응하려면 정책유연성 확보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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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법과 규제를 적극 해석해 적용하는, 유능한 행정조직 만드는 게 급선무
소득 양극화부터 우선 완화해주고… 고급인력 유치, 잠재성장률 높여야”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 3년 동안은 세계 정세 급변이 예상된다.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능동적인 공무원 사회를 만드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
2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만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유능한 행정조직을 만드는 것이 윤 정부의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일수록 공무원들이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국가 행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 역할을 했던 김 원장은 경제 원로로서 양극화, 성장률 하락 등 한국 경제가 가진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현 정부 임기 내에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최근 금융계 인사들과 경제 연구모임을 진행하는 한편 저술 및 강연을 통해 정책 제언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 정부의 임기가 3년이 채 안 남았다. 뭘 해야 하나.
“정책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법 개정, 행정규제 완화 등은 야당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정치 상황을 보면 타협이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행정부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공무원들이 주어진 법과 규제를 적극적, 능동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일이다. 이건 3년 안에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정책 유연성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 대선, 미중 패권 다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국제 정세 변동성이 상당히 심하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산업 전환 국면에서 기술 변화 속도도 빠르다. 이 같은 변수들에 대응하려면 행정조직의 정책 의사 결정이 빠르고 유연해야 한다.”
―현재 공무원 사회는 능동적으로 일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 청산이라면서 ‘저번에 이거 누가 했는지’ 찾아서 벌주지 않았나. 긍정적인 법령 및 규제 해석을 해서 성과를 낸 공무원이 포상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줘야 한다. 윤 정부가 ‘플랫폼 정부’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건 정책 유연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플랫폼 정부는 검색 포털과 비슷한 개념이다. 가령 ‘재건축’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모든 관계 부처가 각자 뭘 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거다. 이 역시도 공무원 개인이 적극적으로 자기가 가진 정보를 공유해 줘야 성공할 수 있다. 정보 공유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윤 정부의 지난 임기를 평가한다면….
“(윤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양극화 해소였는데, 잘 안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 폭등, 코로나19를 거치며 자산 양극화가 심해졌다. 윤 정부는 재산세를 깎아주는 정책을 펴면서 재정 쪽은 건전성을 강조한다. 재정 투입을 줄이면 취약 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도 축소된다. 정부가 양극화 해소에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극화 해소 방안이 있나.
“자산 양극화는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다. 소득 양극화를 우선 완화해 줘야 하는데, 핵심은 일자리 질 문제다. 대기업 등 고소득 직장인보다 중소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수가 훨씬 많지 않나. 특히 다중 채무 등 한계까지 내몰린 자영업자를 위한 구제책이 필요하다. 이들 중 일부를 재훈련, 재교육시켜 인력이 부족한 산업현장에 투입하는 등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고령층 빈곤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중장년 근로자들의 재취업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신성장산업의 핵심 가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미래 산업에서 핵심이 되는 자산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판가름할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AI 부문에선 ‘하이엔드(High-end) 브레인’을 유치하는 게 관건이다. AI 부문은 숙련된 제조업 노동자가 아니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고급 지식 노동자가 필요하다. 15년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해 대학 재정이 나빠진 상황에서, 국내 대학이 그런 인력을 양성할 역량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 기업들도 엔비디아 등 글로벌 대기업에 맞서 고급 인력을 유치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이 기사는 동아일보 2024년 7월 30일자에 실린 것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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