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휴진중단, 타병원 확산할까…의정대화 '물꼬' 주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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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만에 중단 '결정', 불매운동·병원명 공개 등 휴진 비판 여론 영향
다른 빅5 병원 논의 영향 미칠 듯…세브란스 "필요시 전체교수 의견 물을 것"
의협도 내일 재논의…범의료계 특위 구성 맞물리며 의정대화 기대 높아져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료계 내에서 퍼지던 의사들의 '무기한 휴진' 확산 분위기가 멈출지에 관심이 쏠린다.
마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범의료계 특위를 구성하며 의정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이번 '결단'이 본격적인 의정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곳 병원 전체 교수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를 토대로 휴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고,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192명(20.3%)이었다.
이로써 지난 17일 시작한 휴진은 닷새째에 중단되게 됐다. 교수들은 전공의에 대한 처분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를 휴진 중단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휴진을 접게 됐다.
비대위는 휴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로 현 사태가 악화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 중단을 결심한 데에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한 여론이 예상보다도 냉랭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집단휴진에 돌입한 이후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보건의료 노동자 단체들은 연일 기자회견과 성명 등을 통해 휴진을 중단하고 복귀할 것을 촉구해왔다.
부정적인 여론은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을 계기로 더 악화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휴진하는 동네 병·의원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움직임이 나왔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환자를 외면하고 파업(휴진)에 동참한 병의원 명단 공개와 이용 거부 불매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유총)는 다음 달 4일 서울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역대 환자 집회 중 가장 큰 1천명 가량이 참여할 예정이다.
의협 휴진에서 개원의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도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중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하루 휴진에 참여한 비율은 전체의 14.9%로, 참여율은 2020년 집회 때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휴진이 계속되면서 교수들의 참여 수준이 떨어진 상황도 있다. 휴진 첫날 진료와 수술이 20%대 줄었지만 둘째 날 이후에는 조금씩 회복해 휴진 돌입 이전 상황에 가까워졌다.
비대위는 휴진 중단 사실을 알리면서 "휴진 결의 이후 정부는 전공의 처분 움직임을 멈추는 등 유화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다"며 "환자의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 휴진을 중단한다. 정부는 불통이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중단 결정은 다른 '빅5' 병원이나 의협의 무기한 휴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세의대 수련병원인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서울의대의 휴진 중단 발표 후에는 "중요한 의료계의 변화이기에 자세히 맥락과 내용을 파악한 후 비대위 내부 회의를 열고 필요시 전체 교수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재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내달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하기로 결의하면서 이후 휴진을 연장할지는 정부 정책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고, 이후에는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서울성모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으로 휴진 움직임이 번지는 분위기였지만, 일단은 주춤한 상황이다.
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의과대학 교수들은 전날 무기한 휴진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 내리기를 미루고 주말까지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 논의는 진행할 것"이라며 "휴진 말고 다른 투쟁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 교육 불가에 대한 의견 표명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도 서두르기보다 상황을 지켜본 뒤 휴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등이 속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오는 25일 총회를 열어 무기한 휴진 등을 논의한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대형병원들이 무기한 휴진 계획을 접는다면 전날 범의료계 조직이 꾸려지며 기대가 높아진 의정대화의 물꼬가 트일 여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전날 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대표 3인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설치했다. 그동안 정부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낼 조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면서, 의정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의협은 오는 22일 '27일 무기한 휴진 돌입' 여부에 대해서 올특위에서 재논의할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의정대화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날 서울대병원의 휴진 중단 발표 이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들도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해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정부는 의료계와 형식, 의제의 구애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유화 제스처를 재차 내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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