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까지 법으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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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입법 무더기 발의, 하루 평균 22건씩 제출
‘기업 옥죄기’부터 지나친 ‘시시콜콜’ 사안까지 망라
ifs POST 이계민
지난 5월30일 제20대 국회 회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채 못됐다.4년 임기를 생각하면 아직 워밍업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을 법한 기간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놀라울 정도로 왕성하다. 지난 25일현재 의원들이 발의해 쏟아낸 법안은 1000건이 넘었다. 여기에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150여건 이어서 정부발의법안까지를 합치면 국회가 심의 의결해야 할 법안이 7월25일 현재 1168건이 쌓여있다.
20대 국회 개원 이래 공휴일을 제외한 업무일수만을 따져보면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하루 20~30건씩이 넘는다. 정부 발의안을 포함해 개원 첫날인 5월30일에는 모두 52건이 접수됐고, 6월30일에는 59건, 가장 최근인 지난 7월25일에는 55건이 접수됐다. 대단히 의욕적인 입법 활동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내용은 어떤가? 양(量)에 치우치다보면 질(質)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이치다. 가히 ‘차떼기식 법안발의’라 할 수 있으니 질을 따져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
최근 일부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보면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기업 옥죄기 법안들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되고 있고, 화장실 청소에 관한 것에서부터 이력서 사진부착여부나 시간외 업무지시에 관한 것 등 정말 시시콜콜한 잡동사니 일들에 대한 규제까지 법으로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으로 지적된 것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최고임금법안’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조항으로 잘 알려진 「헌법」 제119조제2항에서 규정한 경제주체 간의 조화로운 발전 및 소득재분배가 불가능하게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것이라는 입법 배경설명이다. 법 제5조(최고임금액 이상의 임금등 지급 금지 등)는 “① 법인 등은 매년 소속된 임원 등에게 전년도 고시된 최고임금액 이상의 임금 등을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법 2조 (정의)에서는 ‘“최고임금액”이라 함은 「최저임금법」 제10조제1항에 의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최저임금액의 30배에 달하는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했다. 기업 임직원의 급여를 최저임금의 30배 이상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16년의 경우 최저임금이 시간당 6030원이어서 이를 적용하면 임원 임금 상한이 약 4억 5500만 원 선에 묶이게 된다.
최고임금액 이상이 지급됐을 경우 초과 금액을 부담금으로 징수하고, 지급한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해 그 수입으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최저임금자, 저소득층, 비정규직 지원 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럴듯한 명분과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누구도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방법으로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까? 우선 세계는 지금 국경 없는 경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제한받는 보수상한액으로 인해 우리의 우수한 인재들을 해외기업들에게 빼앗기면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또 왜 30배인가? 무슨 근거에 의한 것인가? 25배는 안되고,35배도 안 되는가?
임원의 보수는 회사와 개인 간의 계약사항이다. 그런데 ‘계약자유의 원칙’은 근대 민법의 기본원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고 임금제를 도입하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넘어설 법적 정당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같이 최저한을 설정하는 것은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만 임금 최고치를 설정하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지적이다.
당면한 우리경제의 실상에 비추어 경제 활력을 되찾을 수 없을 만큼 기업규제를 양산(量産)해 내고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이 현재화(顯在化)되고 있고, 내수 위축, 그리고 브렉시트로 대변되는 세계경제환경의 불확실성 증폭 등 밀려오는 장기침체의 거대한 물결이 눈앞에 밀려오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오직 소속 정당과 정파의 이익 옹호에 앞장서거나, 개인 차원의 치적 쌓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무분별한 법안발의가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과연 이런 내용들을 법으로 정해서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들도 많다. 이력서에 사진부착 금지, 기업의 직원 출퇴근시간 기록 의무화, 여성 미화원의 남자화장실 청소 금지, 근무시간 외 SNS로 업무지시 금지 등이 법률 제·개정안에 포함돼 발의됐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그 법률안의 핵심 주제들은 아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의 경우 많은 기업에서 이력서에 사진을 부착하도록 하거나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어 제4조2항을 신설해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조건과 관련된 사진 등을 부착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력서에 붙여오던 사진 한 장 붙이는 것도 법으로 금지해야만 하나?
‘환경미화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법률안의 경우 환경미화원을 ’8대 공공직역‘의 하나로 지위를 확인하고 그들의 고용안정과 직업능력 개발 ,복리후생과 처우개선 문제를 담고 있는 중요한 법이다. 그런데 여자화장실은 여자만, 남자화장실은 남자만 청소를 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사안인가? 상식과 관행으로는 규율이 불가능한가?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제6조의 2(근로자의 사생활 보장)를 신설해 “사용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휴대전화를 포함한다),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넣었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아무리 긴급한 사안이라도 업무적인 전화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생활보호가 과연 바람직한가?
지나친 규제만능주의의 발상이자 ‘한 건 올리기 위한’ 입법발의가 아닌가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법안도 발의돼 있다.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의 내용은 글자 두자를 고치는 것이다. “제8조1항 중 “당해”를 “해당”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식 한자어인 ‘당해’를 보다 알기 쉬운 우리식 한자어‘해당’으로 개정하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내용인즉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도 ‘당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법률이 한 두 개가 아닐진대 필요하면 좀 더 조사해서 일괄 정리하는 입법안을 제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자 한 자를 고치나 수많은 조항을 고치나 ‘법안발의 1건’으로 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보면 가장 효과적인 실적 쌓기인 셈이다.
법안 발의의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유사한 법안발의가 너무 많다. 국회법 개정안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물론 이들 법안의 내용을 일일이 검토해보지는 못했지만 일부만 살펴보더라도 대개는 비슷비슷하다. 근로기준법 관련 법안은 9건, 최저임금관련 법안은 7건이 각각 발의돼있다. 특정업종이나 사업에 대한 세금감면 등을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역시 13건에 이른다.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은 법안들이 계속 발의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회가 왕성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거대담론을 담은 입법이나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한 새로운 질서 확립을 위해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은 더 큰 박수를 받을 일이다.
문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제도나 새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면 바람직하지만 대개는 특정지역이나 특정계층, 또는 특정 이익단체의 이해와 상관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물론 국회의원이란 지역 대표성, 또는 직능 대표성이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어느 정도 불가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고 지나친 요구나 규제사항을 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문제다.
따라서 이제 입법 활동도 조금은 성숙돼할 시점에 와있다. 건수 채우기식 입법발의나 특정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편파적 법률, 그리고 국가경제발전에 족쇄가 될 만한 규제를 만드는 것은 한 번 더 생각해 볼일 아닌가?
<ifs POST 이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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