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말한다 ⑦교육시스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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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위주의 교육제도에선 ‘잡스ㆍ저커버그’ 안나온다”
융ㆍ복합 시대에 걸맞은 교육풍토 조성을
고교 때부터 ‘연합형 종합캠퍼스’도입 필요
학교마다 다른 학과 만들어 수강할 수 있게 해야
스위스선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직접 교과과정 결정
한국일보와 국가미래연구원, 좋은정책포럼이 공동 기획한 릴레이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의 일곱 번째 주제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입니다.
국가미래연구원에선 고려대 교육학과 김경근 교수를, 좋은정책포럼에선 경북대 사회학과 김규원 교수를 토론자로 추천했습니다. 이번 대담에선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일반적 현황 보다는, 한국 경제의 인재 및 노동력 양성 과정이란 측면에서 교육문제를 다뤘습니다.
토론자= 김경근 고려대 교수, 김규원 경북대 교수
사회= 이성철 부국장
우리도 중앙집권적 교육시스템 지방분권형으로 바꿔야
사회= 자본 기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는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시스템은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선 왜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나오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은 교육제도에 뭔가 문제점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경근 교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는 쉽게 말하면 ‘별종’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별종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인 거죠. 우리나라는 온통 관심이 “어떻게 하면 정해진 틀 안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명문 대학에 갈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지 않습니까. 학부모들의 요구가 그러니까 학교에서도 대학진학 실적만 중시할 수 밖에 없어요. 학생들 역시 문제 출제자의 의도가 뭔지 생각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훈련만 받기 때문에 잡스나 저커버그처럼 독창적 접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겁니다. 특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불안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위 우수한 인재들이 법조인, 공무원, 의사 같은 안전한 길만 희망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알파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고 있고 이젠 그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데, 정말로 걱정입니다.
김규원 교수= 교육도 문제지만 결국은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봅니다. 과연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사업화를 한다고 할 때, 우리나라에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 까요. 아마 대기업들 때문에 안됐을 겁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성공을 이뤄내기 힘든 우리나라의 기업생태계도 짚어 봐야 할 겁니다.
사회=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사실 과거 압축성장시대에 최적화된 방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표준화된 제품을 조기에 대량 생산하는 게 압축성장 모델인데, 교육도 표준화된 인력을 최대한 배출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죠.
김규원= 시대가 바뀌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교과서만 외우고, 스펙만 쌓는 표준화된 능력을 키우는 데만 치중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런 능력이 다가올 사회에도 정말 유용한 능력일 까요. 저는 그런 암기식 재능은 머지 않아 필요 없는 시대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김경근= 지금은 융복합의 시대입니다. 물론 교육도 융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안착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겁니다. 교육풍토가 너무 배타적이기 때문인데요.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대학에선 교수를 임용할 때 지원자의 학부 전공과 박사학위 전공이 다르면 소위 ‘정통’이 아니라고 해서 불이익을 줍니다. 전공이 다르면 오히려 다른 시각,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도 있는데 말이죠. 외국을 한번 보세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학부 때 경제학 아닌 역사학이나 수학을 전공한 사람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런 게 융복합의 장점 아닐까요.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이 접목돼 새로운 영감과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는 거지요. 압축성장시대에서 융복합형시대로 바뀌었으면 교육풍토 역시 변해야 합니다.
융복합 모델은 홍콩의 연합형 종합캠퍼스
사회= 융ㆍ복합 시대에 맞는 교육을 예로 든다면요.
김경근= 제가 서울시교육청 고교체계 개편방안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융?복합 교육의 일환으로 ‘연합형 종합캠퍼스 학교’를 제안한 적이 있는데요. 이건 홍콩이 2006년에 도입한 학교 시스템입니다. 고등학교 한 곳에 인문, 자연, 공업, 디자인 등 모든 과목을 개설하기는 어려우니까, 인근 학교마다 서로 다른 학과를 만들어 학생들이 옮겨 다니면서 공부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걸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공학도가 되고 싶은데 디자인을 결합시켜서 뭔가 참신한 걸 만들어내고 싶으면 디자인 과목이 개설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식입니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부터 융복합 교육과정에 노출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융복합 교육과정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접근방식일 겁니다.
사회= 평준화가 좋으냐, 수월성 교육이 좋으냐는 우리나라 교육계의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우리나라는 평균화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인재양성을 위해선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김규원= 지금은 평준화가 좋으냐, 수월성이 좋으냐를 따질 때도 결국은 어떤 것이 성적을 더 잘 내느냐, 대학을 더 많이 보내느냐로 판단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런 식의 평준화와 수월성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생각의 틀을 바꿔서 어느 것이 창의성 개발에 더 적합하냐를 따져야 하는 거죠. 시골학교가 서울강남의 학교보다 더 창의적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고, 그런 점에서 보면 설령 명문대 입시율은 낮더라도 시골학교가 강남학교보다 더 뛰어난 학교로 평가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국가전체적으로 보면 잘 하는 사람을 육성하는 교육도 좋지만, 못 하는 사람을 낙오자로 만들지 않는 교육도 중요하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회= 똑똑한 열 명을 키우는 것 보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게 하는 교육시스템이 낫다는 말씀이신가요.
김규원= 똑똑함의 기준이 지금까지는 정답 찾기를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줄을 세워서 소수자 위주로 키워내는 방식으로 갔던 거죠. 그러나 그런 소수가 정말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일 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정말로 누가 언제 어떤 능력을 발휘할 지 모르는 일입니다. 정답 찾기를 잘 못하던 학생도 나중에 엄청난 창의력을 드러낼 수 있는 거죠. 따라서 대학 학부까지는 전국 어느 학교를 진학하든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육투자가 지금보다 늘어야겠지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을 봤을 때 OECD 평균이 1.2% 대인데 우리는 아직 0.8% 수준에 불과합니다. 더 투자해야 해요.
김경근= 평준화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게 1970년대입니다. 당시 국민소득은 500불이었지요. 지금은 3만 불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평준화를 원형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소득수준도, 기대수준도 높아진 만큼 일정 부분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요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를 수용해 줄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차 성적 중심의 학교 서열화가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교과 성적으로 한 줄 세우는 방식의 고교 서열화는 상당수 학생들을 낙오자로 만드는데 이건 시대 적합성도 떨어지는데다, 치러야 될 경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 교수님 말씀대로 성적이 좋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이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방식은 4차 산업 사회 맞지 않습니다. 지금은 교과 성적에서 두각을 못 나타내더라도 다른 사람이 못 가진 재능을 가질 수도 있고, 그 재능이 과거와 달리 경제적으로 훨씬 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평준화든 수월성이든 이런 학생들의 재능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지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일정 정도 가능하게 하는 범위 내에서 평준화 골간을 유지해 가는 게 최선의 정책적 선택입니다. 전국적으로 과학고, 외국어고 등이 30개 정도면 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스위스의 분권형 학교모델 참고해야
사회= 평준화든 수월성이든 우리나라는 모든 교육 정책을 정부가 정합니다. 큰 정책뿐 아니라 작은 지침까지 모든 걸 다 정부가 정하는 구조이지요. 아마 규제로 따지면 교육분야만큼 심한 데도 없는 것 같은데,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김경근= 교육에 규제가 일정 부분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학교는 누구나 다 보내야 되는 건데 통제할 수 없는 일이 학교에서 벌어지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규제보다 더 큰 문제가 학교 교육이 정치에 너무 휘둘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는데 정권이 바뀌면 입시제도를 포함해 모든 게 다 바뀌잖아요. 교육정책이 보수와 진보 간 이념경쟁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상당히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사회= 우리가 좀 배워야 할 만한 외국모델이 있습니까.
김규원= 저는 스위스 얘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스위스의 기초공동체인 게마인데(Gemeinde)에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쓰는 예산의 70%가 교육에 관한 것입니다. 주민들이 끊임없이 회의하고 논의해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죠. 진정한 교육자치입니다. 우리나라는 교육자치와 교육감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세세한 지침이 다 중앙정부에서 내려옵니다. 궁극적으로는 스위스처럼 학교형태까지도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정할 수 있도록 해야 새로운 사회에 맞게 유연한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김경근= 전 세계적으로 공교육의 전범을 보여주는 나라가 핀란드입니다. 핀란드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에르키 아호(Erkki Aho)의 역할이 컸는데요. 그는 1972년부터 무려 20년간 국가교육청장에 재임하면서 교육개혁을 하나씩 추진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 장관이 바뀌어도 계속 청장직을 유지했는데, 정치권도 장기 비전에 의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교육정책은 핀란드처럼 철학과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합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과실이 빠른 시일 내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또 나타난다고 해도 가시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씨앗은 내가 뿌리지만 과실은 후대의 다른 누가 거둬도 무방하다는 생각으로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핀란드 교육개혁: 모든 나라들이 ‘경쟁과 효율’을 지향했을 때에도 핀란드는 ‘평등과 협동’을 교육철학으로 삼아 일관된 공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교실이 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교사의 질을 높이고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성적 중심의 주입교육을 배제했음에도 2000년대 초 OECD 국제학생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는 3년 연속 최고성적을 거뒀다.
핀란드 공교육의 주역 에르키 아호
사회= 핀란드가 이상적 모델인 건 맞는데, 입시교육 소홀히 하면 큰 일 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학교풍토에서 과연 시도나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
김경근= 그럴수록 더 필요합니다. 당파를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교육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요. 사실 우리나라는 교육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리다 보니 그저 대증요법만 생산되고 있잖아요. 학부모 표를 의식하니까 오로지 사교육비 경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론 절대 사교육비는 줄지 않을 겁니다. 사실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건 고용 복지가 워낙 취약하니까 어떻게든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감이 큰 원인인데요. 실제로 사교육비를 낮추려면 무엇보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실증연구결과도 있고요. 때문에 정치적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서 교육정책뿐 아니라 사회정책, 복지정책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사교육비 문제도 이렇게 풀어야 하고요.
김규원= 정치논리도 문제이지만, 기업논리도 걱정입니다. 대학이 오로지 취업률과 산학협력실적으로 평가 받는 건 문제예요. 기업들은 대학이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다고 자꾸 불평하는데, 당장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좁은 테두리 안의 능력만을 가르치는 곳이 대학은 아니잖아요. 대학은 기본적으로 소양을 쌓아주고 통섭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입니다. 그럼으로써 졸업 후에 직장에 들어갔을 때 자기 직무에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 기업들은 너무 단기적 인재상만을 요구합니다. 대학은 당장 끼워 쓸 수 있는 부속품을 생산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회= 21세기에 맞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교육을 위해 사실 정부도 바뀌어야 하고, 학교 교사 학부모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정책을 끌고 가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김규원= 가장 중요한 건 고등교육의 붕괴를 막는 겁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상당수 지방대학들은 문을 닫게 될 거고, 그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선 지속 가능한 학교 체제, 특히 고등교육기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대학구조조정을 위해 설립자에게 퇴로를 열어주자는 논의가 있는데, 설립자만 걱정하고 해당대학의 구성원들, 교수나 직원, 학생들의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이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법안들이 시급히 제정돼야 합니다. 아울러 재정지원도 중요합니다. 연구능력과 기술개발능력이 국가 미래를 끌고 가는 시대인데, 인재를 키우려면 국가적 투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얼마 전 조선 해운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11조원을 조성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이 많은 돈을 넣으면서 대학에는 정부가 과연 얼마나 지원을 했나 묻고 싶습니다. 기업을 살리는 건 당장의 경제적 파국을 막는 것이겠지만, 대학을 지원하는 건 국가와 경제의 근간인 교육의 붕괴를 막는 예방적 투자입니다.
메가스터디 회장도 “사교육 그만”말해
김경근= 우리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저출산인데, 교육 문제 때문에 아이를 적게 낳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교육비가 워낙 많이 드니까 아이를 하나만 낳고 대신 그 아이에 경제적으로 올인하겠다는 거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전혀 줄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젠 사교육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조차도 학부모들에게 “이젠 아이들에게 사교육 시키지 마시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교육 자체가 압축 성장기를 거치면서 생겨난 변종적 부산물이라는 얘깁니다.
사회= 그럼 다가올 시대에는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경근= 사교육 받고 스펙만 쌓은 아이들이 과연 이 사회에 나가서도 우수 인재로 활동하게 될까요. 아닙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적고, 그러다 보니 기업에 가도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실제로 기업들도 요즘은 채용 할 때 스펙을 별로 안봅니다.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과도한 사교육에 노출된 학생들은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돼 지친 상태로 대학에 들어옵니다. 평생 학습곡선을 그려보면 고등학교 졸업시점에 정점을 찍고 계속 하향세로 떨어지는 거죠. 최근 실시한 OECD 국가의 성인 문해력(literacy) 검사에서 한국은 16~24세에 정점을 찍고 하향세가 지속되다가 50대가 되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걸로 나옵니다. 이건 사회적 생산성 측면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지요. 이젠 과한 교육열을 억제하고 공감 능력,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며 자녀를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그게 중요합니다.
김규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지금의 중앙집권형 교육시스템으로는 안될 거고요. 스위스처럼 공동체 구성원에게 교육과정에 대한 많은 권한을 일임하는 분권형 공유교육체계로 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경근 교수는
고려대 사범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고려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사회학 관점에서 소득 수준에 따른 계층간 교육격차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한국교육사회학회장도 역임했다. 2009년 자사고 도입 당시 전국 자사고 희망학교를 순회하며 역량조사를 했고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체제 출범 후 서울 고교교육체계 개편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김규원 교수는
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메디슨)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육정책과 사회불평등 간 상관관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고등교육격차 등을 연구했다. 한국사회학회 부회장, 한국가족학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구광역시 지방분권협의회의장과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대 사회과학대학장과 교무처장, 대학원장 겸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이 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기사는 지난8월1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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