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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한반도…<北 핵실험> 김정은, 국제압박 비웃은 '극한도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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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10일 08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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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정권교체 前 핵역량 최고조로 끌어 올리려는 듯
한미일, 민생용 수출입까지 건드리는 초강력 제재 추진여부 주목
사드로 한미와 틀어진 중국 변수…'제재 vs 도발' 정세긴장 불가피

 
북한이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9일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단행한 지 불과 8개월 만이며, 4차 핵실험에 대해 유례없이 강력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2270호)가 채택된 지 6개월 만에 이뤄진 일이다.

최근 중국, 라오스 등지에서 열린 다자 및 양자 정상회의를 앞두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으로 도발의 수위를 올려가던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압박 목소리를 비웃듯 초강경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미국 새 정부 들어서기 전 최대한 핵역량 강화 의중" = 북한이 정권수립일에 5차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도발을 감행한 것은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계속 압박하면 이에 맞서 초강경 조치를 뜻하는 '사변적 행동조치'를 계속할 것임을 보여주려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안보리 대북 제재의 효과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제재가 강화할수록 더욱 강경한 도발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더불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따른 내년 미국 신(新) 정부 출범으로 새로운 '판'이 짜이기 전에 서둘러 자신들의 핵·미사일 역량을 최대한도로 향상시켜 실전 배치를 달성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더 이상 오바마 행정부와 협상할 뜻이 없는 듯 하고,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비핵화가 아닌 핵개발 동결 협상을 하는 상황을 상정하면서 그때까지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이 필요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제재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초조해진 김정은이 빠른 시일내에 핵억지력을 확보해서 미국과 협상을 하려는 생각이 있는 듯 하다"며 "북한 핵무기 개발과 핵무기 투발(운반) 수단 개발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왔으며, 핵탄두 소형화(통상 1t 이하)도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역량을 과시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는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한미일과 중러 사이에 발생한 균열을 파고든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특히 사드로 한미일과 전략적 차원의 갈등을 하고 있는 중국이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도발이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재·억지력 강화 對 추가도발의 '강대강' 대치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한미일 중심의 대북 압박 강화와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또는 도발 위협이 팽팽하게 맞서는 긴장 국면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한미일 등은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상회하는 초강력 대북 제재 결의를 추진하며, 현재의 압박 기조를 한층 더 고조시킬 계획이다.

특히 2270호에서 빠진 민생용 대북 수출입까지 통제하는 방안과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오는 10∼13일로 예정된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의 한일 순방과 이달 말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 등이 논의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 이번 핵실험으로 한 계단 더 올라갈 북한의 핵무기 역량에 대응하는 한미일 간의 대북 억지력 강화 노력도 가속화할 것이 확실하다. 사드 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고,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맞서 북한은 핵무기 운반 수단 확보의 마지막 단계로 꼽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등을 시도하는 한편 남북한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드에 뿔난 중국 제재 강화 동참할까

북한에 대한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막가파식' 도발에 어떤 대응을 할지도 한반도 정세의 향배에 중대 변수다.

사드 문제에서 한미와 틀어진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일정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겠지만, 북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민생용 수출입을 제재하는 부분까지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중국도 한중정상회담(5일)까지 한 마당에 한국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기 어렵고 북한에 대해서도 강한 행동을 하기 어려워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중국이 대 한반도 정책 조정을 놓고 숙고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중국 동의하에) 안보리 결의 2270호보다 추가적인 제재를 채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해결, 대화를 통한 해결 등 기존 원칙을 다시 거론하며 '각측의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한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정도의 강력한 대북 수단을 쓸 의지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사드 문제를 핑계로 수수방관하는 것은 책임 있는 강대국의 모습이 아닐 것이기에 중국도 전략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일정한 제재안에 동의하되, 국면 전환을 위한 북핵 6자회담 재개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불만을 품은 북한이 2006년 10월 첫 핵실험을 한 뒤 각국의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중단됐던 6자회담이 재개됐던 전례도 있다.

그러나 한미의 결연한 대북제재 태세, 미국의 새 대통령 선출을 앞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6자회담의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이들이 많다. 김흥규 소장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중국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해 북한이 '노'(No)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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