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을 구하려면 클린턴에 투표해야” > NEWS

글래스맨(Glassman)美부시행정부 국무차관,  NYT에 기고
공화당원들의 고충을 진지하게 토로했다는 평가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미국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묘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미국 일반 유권자들이 주요 양당 후보 모두에게 호감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 대한 ‘비(非)호감도’가 65%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보다는 좀 떨어진다고는 하나 클린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도 50%를 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소 정당인 자유당 Johnson 후보가 세를 넓혀가고 있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아니나 이례적인 상황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지율 면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국가 문건을 개인 이메일을 통해 사용한 사건으로 신뢰성을 잃고 있고,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당초부터 비현실적이고 과격한 정책 및 무분별하고 거친 언행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날이 갈수록 기운을 더해가는 것이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자당의 트럼프 후보를 배척하고, 그나마 더 안심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움직임의 한 예로 최근 New York Times 오피니언 란에 전 부시 행정부 국무부 차관을 지낸 James K. Glassman씨가 글을 올려,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극력 반대하면서, 공화당을 살리려면 오히려 민주당 클린턴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공화당 사람들이 주로 트럼프 후보의 신뢰감이 떨어지는 정견 및 적격하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개인 자질을 지적하며 트럼프보다는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영향력이 큰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당 후보를 반대하는 의사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면 미 대선의 향후 과정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하고 있다. 

■ “그래도 좀 덜 나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
나는 매일, 트럼프를 찍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는 공화당 친구들과 만난다. 진실성에 문제가 있고, 세금을 올린다고 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자유무역을 반대한다고 하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을 것인가? 아니면, 이전에 마리화나 사업을 경영했고,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Garry Johnson 외톨이 자유당 후보를 찍을 것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순결주의에 빠져서 어느 후보에게도 투표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다음 대통령을 결정하게 놔두고 볼 것인가?
나 자신도 이러한 선택의 어려움에 휩싸여 있다. 나는 1980년 이후 줄곧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찍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씨의 오싹오싹 놀라게 하는 변덕스러운 기질은 그 스스로 대통령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의 괴기(怪奇)한 정책 입안들은 링컨 대통령 이후 이어온 공화당의 본질인 ‘자유의 원칙’ 및 ‘개인 존중’ 사상을 조롱하는 것이다.

나는 트럼프씨가 대선 경선 레이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러한 풍조를 감지하고 있었다. 나는 무소속 후보를 위한 오솔길을 열기 위해 노력해 왔다 – 중간 영역에 위치하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의 대충 2/3 정도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확고한 제 3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 어렵지 않게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것이었다. 진실한 후보가 나타난다면 두 주요 정당 후보들로 하여금 양 극단의 유권자들이 아니고 중간 지대의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을 유도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지난 1년 반여 동안 이러한 노력을 해 왔으나, 한 달 전에 포기했다.

■ 美 유권자들, 양당 후보 중에서만 선택해야  
공화당 후보냐, 민주당 후보냐 이외에 다른 후보들은 제쳐두게 되어 있는 정당들의 술수(術數)가 장애물이었다. 무소속 후보들은 거의 모든 주에서 투표에 나서기 위해서 필요한 서명을 받으려면 대단히 어려운 길을 거쳐야 하게 되어있고, 자금 모금에도 엄청난 불이익을 겪어야 한다. 사실상 가을에 있을 후보 토론에 나가는 것도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위원회 조직에 의해 제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번 선거는 트럼프와 클린턴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트럼프를 멈추게 하려면 클린턴 후보에 투표하는 수 밖에 다른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아주 단순한 셈본에 속하는 일이다. 확고한 지지 성향이 없는(Swing State) 주, 예를 들어, 오하이오 주를 예로 들어보자. 가령, 논의를 위해 310만 명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300만 명이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나 같이 트럼프에는 절대 투표하지 않을 것이나, 클린턴 후보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가진 유권자들이 20만명 정도 된다고 하자. 만일, 이 마지막 그룹이 끝까지 투표를 하지 않거나 Johnson 후보나 아니면 다른 제 3의 후보를 찍는다면, 그러면 트럼프는 그 주에서 승리하게 된다. 만일, 그 그룹이 클린턴 후보를 찍는다고 하면 트럼프는 그 주에서 패하게 된다. 즉, 클린턴 후보에 찍는 한 표는 트럼프 후보 표를 중성화해 버린다. 그러나, 기권(棄權)을 하면 트럼프 표를 이기게 만든다.

■ “트럼프를 반대만 하기보다 클린턴을 찍어야”
이런 이유로, 나는 강력하게 내 동료 공화당원들과 견해를 달리한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은 George W. Bush 정권에서 나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바, 트럼프씨가 미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서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지만, 클린턴 후보가 세금을 올린다고 주장하는 것 때문에 클린턴에게도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생각이다.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두 후보 모두 별로 이끌리는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중 하나는 분명히 다른 후보보다 ‘더 나쁜 선택’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달에 이전에 공화당 정권 하에서 일했던 50명의 전직 관료들이 트럼프 후보에 대해서 “트럼프 후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무책임한(most reckless)’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치명적인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다지 많지 않은 공화당 유권자들이 클린턴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밝히지는 않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이들의 입장에 상당한 공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책임 회피의 구실이 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트럼프 후보가 그렇게 경험과 판단력이 부족해서 그가 핵 무기의 방아쇠를 잡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지금 트럼프는 그냥 나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지금 이 나라에 위협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클린턴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불구하고, 그런 트럼프를 떨어뜨려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나는 클린턴 후보가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보다는 더 나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트럼프 후보를 완전하게 떨어뜨리는 것은 공화당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가 이긴다면 자유와 글로벌화에 기반을 두고 이룩해 온 공화당은 전체주의적, 고립주의자들의 정당이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쇠퇴하여 망하게 될 것이다.

■ “2020년 대선을 바라보고, 냉소(冷笑)주의를 버려야” 
올 해에는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들이 승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당히 고전(苦戰)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후보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다. 그리고, 트럼프 후보가 패하고 나면 공화당을 2020년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에 대항하는 강력하고, 지각이 충만한, 그래서 승리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진 공화당 지명자가 겨루게 될 수 있도록 재건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트럼프 선거 진영은 이미 공화당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오고 있다. 충성심에 대한 왜곡된 관념에서, 이전에는 보수적 이상과 정책에 헌신하던 당 지도자들은 지금은 대체로 원칙도 없는 냉소주의(Cynics)로 흐르고 있다. 그들은 그렇다고 해도, 당신은 그런 상황으로부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공화당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다 – 게다가, 그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 – 는 것은 상당한 대가를 치뤄야 하는 일이다. 당신은 사업을 잃을 수도 있고, 때로는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 당신은 클린턴 정부 하에서도 일자리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 하에서는 확실히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트럼프씨가 당신의 나라에 대해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단계로 당신이 해야 할 올바른 일은 나는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트럼프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투표를 해야 한다. <if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