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정책 현실화된다면…3대 시나리오로 본 세계경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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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 인용해 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 어떤 무역정책을 취할지를 놓고 통상 전문가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그가 현실적이고 신중한 정책 방향으로 간다면 글로벌 경제에는 충격이 미약하고 미국 기업에는 장기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나아간다면 글로벌 경제의 축을 흔들고 국제무역에 수십조 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한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3일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자의 무역정책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3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 기존 틀 내에서 재협상
트럼프 행정부는 역기능을 하거나 미국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주요 교역국들과의 협정을 개정하는 데 더욱 공세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 할지 모른다.
일례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발효된 지 23년이 경과하면서 당사국들의 경제가 긴밀히 연계돼 있는 만큼 협정을 유지하되 조항들을 수정할 여지는 많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기존의 틀을 유지하되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간주하는 다양한 업종의 사안들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 특정 품목들을 겨냥한 고율 관세를 병행한다면 더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을지 모른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외국산 철강제품에 특별 관세를 부과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중국산 타이어에 35%의 관세를 매긴 바 있다. 하지만 통상전문가들은 그 효과에는 대체로 회의적 입장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산 타이어에 높은 관세를 매긴 덕분에 미국내 타이어업계에서 1천200명분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타이어 구입에 11억 달러를 더 지출해야 했다는 것이다. 1개의 일자리를 위해 90만 달러를 지불한 셈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의 약속이 실현된다면 양국의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힘든 협상이 될 공산이 크다.
◇ 대통령 비상권한 동원해 전면 공세
미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무역정책에 관한 폭넓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그 권한을 최대한 가동하려 할지 모른다.
개별 품목을 둘러싼 무역 분규를 WTO에 일일이 제소하는 대신, 대통령의 권한으로 특정국에서 수입되는 제품들에 일제히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유세 기간에 호언한 대로 모든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길지 아니면 특정국을 상대로 한 무역적자가 감소할 때까지 관세를 서서히 올리는 방향을 취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외국 기업들로부터 소송이 쏟아질 뿐만 아니라 당사국이 신속하고 날카로운 보복을 유발할 것이 분명한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다. 당사국들이 이런 수단을 방치할 리도 없다.
특히 중국 같은 나라의 보복은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 보잉의 여객기 발주를 취소하거나 미국의 농산물 수입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을 목표로 삼는다면 트럼프의 표밭인 중서부 지역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해외 무역 의존도가 큰 대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요동을 칠 것이다.
◇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질서 불안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면적인 보복 관세를 빌미로 주요국 사이에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기반은 훼손되지 않겠지만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글로벌 경제질서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NAFTA 재협상에서 양보를 얻지 못해 협정에서 규정한 대로 6개월 전에 탈퇴를 통보하거나 WTO 분쟁에서 연속패소해 WTO 규정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만일 트럼프가 대통령에게 부여된 비상권한을 발동하려 한다면 의회가 이를 지지할지 아니면 제동을 걸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화이트 앤드 케이스 법무법인의 스코트 린치컴 변호사는 이에 대해 "경제 위기가 아닌 헌정위기가 초래될 리스크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방향을 놓고 온갖 추측이 무성하지만 미국 재계는 트럼프 당선자가 '모 아니면 도'식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설득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이 트럼프의 당선 이후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온건한 시나리오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우존스 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21일에 이어 22일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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