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그때 그렇게 했을까?- 화이트 칼라 범죄의 자기 변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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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사상 주요 금융 사건들의 배경 심리를 본다” Businessweek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왜, 이미 높은 지위와 엄청난 부(富)를 거머쥔 기업 임원들이 금융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가? 미국 Businessweek 誌는 최근호에서 Harvard 대학 Business School의 Eugene Soltes 교수가 ‘Why They Did It; Inside the Mind of the White-Collar Criminal’ 이라는 제목으로 새로 펴낸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많은 고위 기업 경영자들은 도덕적으로 ‘회색 지대(gray zone)’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개념이 함축되어 있다. Soltes 교수는 그들이 회계 규정을 위반하거나, 혹은 불법적인 내부자 거래를 자행하는 등 금지선(禁止線)을 밟고 넘어가는 것은 부분적으로 직관(intuition)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정 사실로 단정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직관이 결국 그들 자신들을 파멸로 몰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의 분석 노력보다도 더욱 강렬한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저자가 아주 범상한 조사 방법을 택한 것이고, 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즉, Soltes 교수는 대단히 존경스러울 만큼 순진한 열정으로 50명에 가까운 형사 범죄자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 중에는 전설적인 ‘Ponzi 사기’ 기획자인 Bernard Madoff를 위시하여 이제는 해체되었으나, 당시에는 미국 최대 에너지 그룹이었던 Enron Corp. CFO Andrew Fastow, 그리고, 한 때 Tyco Int’l CEO 였던 Denis Kozlowski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회답을 보내왔다.
저자 Soltes 교수는 이러한 최초 목격자로써 얻은 관찰 내용을 가지고 이 저서를 생생한 내용들로 채울 수 있었다. 또한, 화이트 칼라 범죄의 가장 극단적인 범죄 당사자들의 자기 변명들도 담을 수 있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 “내가 전부 상환해 줄 것이다, 약속한다” Madoff의 경우
Madoff는 “그 때는 마치 ‘실수 연발 코미디(comedy of errors)’ 같았습니다. 손실을 벌충하기 위해 헤지 펀드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했지요. 나는 그렇게 하는 동안에 투자자들에게는 자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한 장기적인 계략을 획책해야 했습니다. 나는 시장(市場)이 내가 그런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허용하는 한, 나는 그것을 메꾸어 갈 수 있다고 상정하고, 자금 모으기를 계속했던 것입니다’ 고 말한다.
이것은 아마도 잘 의도된 ‘Ponzi 사기(詐欺)’의 달인(達人)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결국은 이러한 사기는 기적적으로 이익을 만들어 냈고 모든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78세가 된 Madoff 씨는 지금 연방 교도소에서 150년 징역형을 살고 있는 중이라서 소통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아이쿠, 내가 옳고 그른 것을 잊어 버렸네” Enron 사태의 경우
Enron Corp. CFO를 역임했던 Fastow씨는 “내가 그 때 갖추어야 했던 성품을 가졌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Time Out!”. . .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한다. 그는 “사실은 만일, 내 직장 경력 중 어느 한 시점에서 ‘Time Out’ 이라고 말하는 것은 허구(虛構)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만일, 그랬다면 아마 그들은 다른 CFO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만일 내가 어떤 사람을 죽이지 않았더라도 다른 어떤 사람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고 말한다. Fastow 씨는 올 해 54세가 됐고, 6년 동안을 복역했다. 그가 저지른 범죄 행위는 Enron의 재무적 실상을 은폐하기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부외(簿外)로 SPE(Special Purpose Entities)를 설립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 주; Enron 스캔들; 미국 텍사스 기반 에너지 회사 Enron Corp. 경영자들이 회계 조작을 통해 부당하게 자금을 조달했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당 거래 행위가 적발되어, 결국 해당 기업은 해체되고, 회계감사 법인 Arthur Anderson(당시 미국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은 서류 폐기, 조작, 은닉 등 범죄 행위로 사실상 와해되는 결과를 가져 왔던 큰 사건이다. 이에 연관된 Chairman & CEO Skilling 및 CFO Fastow를 비롯한 경영 책임자들은 기소되었고, 법원은 이들에게 최고의 경우 24년 징역형을 선고 했다.
■ “내 이기심을 탓하다” Tyco Int’l CEO Kozlowski 씨의 경우
Kozlowski 씨는 Soltes 교수에게 털어 놓았다. “회사의 이사회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의 말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이사회까지도 자신들의 아집(我執)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사실, 우리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69세인 Kozlowski 씨는 2005년에 그가 승인 되지 않은 보너스 조로 수 천만 달러를 받은 범죄 행위와 관련하여 유죄가 인정되어 감옥에서 6년 반을 복역했다.
■ “남들이 나를 그렇게 얽어 놓았다”
올해 66세인 Robert Allen Stanford 씨는 저자 Soltes 교수에게 “그것은 모두 미국 연방 정부 당국에 연유(緣由)되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도둑 사건의 한 부분입니다” 고 불평을 털어 놓았다. Stanford 씨는 110년 징역형을 살고 있다. 그는, Ponzi 음모를 획책하면서 운영해 온, 그가 경영하던 투자회사가 관련된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어 장기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그는 “나는 이 싸움에서 이길 것이다” 고 말한다. “Soltes 교수, 두고 보시요. 나는 반드시 이길 테니까” 하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10월에 미국 연방 항소심에서는 그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번에 펴낸 Soltes 교수의 저서에서 서술하는 이런 저런 화이트칼라들의 성격들에 관련한 관점들을 읽어보고 나서, 저자가 제기하는 “왜 그들은 그 때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해, 다른 어느 것보다도 초점이 되는 한 가지 대답이 돌아 왔다. 그들은 그들이 그런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 여기나 저기나 이런 부류의 변명은 그렇고 그런 것
이 기사를 옮기면서, 세계 어디를 가 봐도 이런 부류의 변명은 대체로 거기가 거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언장담’형 이거나, ‘법망 회피 확신’형이거나, 모든 것을 남 탓만 하는 ’철면피’형 이거나 하여, 거의 모두가 대체로 그런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양(洋)의 동서를 불문하고 법의 테두리를 일탈하는 사람들의 심리(心理) 상태는 과히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제 범죄를 징벌하는 실상과 중첩되어 묘한 감상도 느끼게 된다. 이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소위 재벌 기업들의 경영 책임자들 중에는 범죄 전과가 없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씁쓸한 전언이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는 ‘3 • 5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던가? 재벌 총수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3년 징역에 5년 간 집행유예를 내린다는 뜻인 모양이다. 이에 더해 때때로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 아예 사면해 주기도 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미국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다른 선진국들은 기업 경영자들의 회계 및 금융 범죄에 대해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조세 관련 범죄는 더욱 가혹하다. 오죽하면, 아기 울음을 그치려고 하면 ‘호랑이가 온다’ 보다도 ‘세금 관리가 온다’ 고 해야 울음을 뚝 그친다는 말까지 있을까? 예사로 수 십년, 아니면 10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기도 한다. 다른 것보다 금융 • 조세 범죄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사회적 합의인 것이다.
이런 외국의 사례에 비춰보니 우리네 돌아가는 모양은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수백, 수천 억 규모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고 야단법석을 하다가 종당에는 그저 그렇게 슬그머니 빠져 나오는 것이 거의 상례처럼 되어 있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지금이라도 한 번 되물어 볼 일이다. 그러니 힘없는 서민들의 복장(腹臟)은 무너지고 내쉬는 한숨은 끝이 없는가 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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