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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자산처분·강제집행 금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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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31일 17시17분
  • 최종수정 2016년08월31일 17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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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파산6부 배당…오늘 회사 측과 논의·내일 현장검증

한진해운 결국 법정관리…1조원 '혈세' 손실 불가피
현대상선,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 인수…사실상 합병 검토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이 끊긴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 한진해운이 결국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한진해운이 31일 오후 회생 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 사건을 파산수석부장이 이끄는 파산6부(김정만 파산수석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재판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날 오후 한진해운의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 등을 불러 회생 절차 진행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진해운의 자산 처분을 금지하는 보전처분과 채권자의 한진해운 자산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1일엔 곧바로 한진해운 본사와 부산 신항만 등을 방문해 현장검증과 대표자 심문을 한 후 최대한 신속하게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우리나라 해운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근로자, 협력업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회생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 나오면 법원은 채무조정을 통해 한진해운이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낮춰주고 회생 계획안을 이행하는지 감시하며 경영을 관리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해외 채권자들의 선박압류와 화물 운송계약 해지, 용선 선박 회수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 회사의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져 청산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장기 업황 부진과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던 한진해운은 지난 5월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절차(자율협약)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진해운의 부족 자금이 내년까지 1조∼1조3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한진 측에 부족 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한진그룹은 25일 한진해운 최대 주주인 대한항공이 4천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추가 부족 자금 발생 시 조양호 회장 개인과 기타 한진 계열사가 1천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부족 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30일 긴급회의를 열어 "한진그룹의 자구노력이 미흡하고 경영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신규 자금 지원 요청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산업은행 위험노출액 6천600억원, 신보기금 최대 4천300억 원 대신 갚아줘야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STX조선과 대우조선 등 두 조선사에 각각 4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고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산은은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이 혈세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으면서 이미 투입된 1조원 이상의 혈세는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31일 채권단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최대 6천600억 원,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은 4천300억 원 가량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책은행과 공공기관의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혈세 손실이라고 볼 수 있다.
산은은 한진해운에 지원한 돈을 떼일 상황을 가정하고 이미 충당금을 쌓아둔 상태다.
산은은 한진해운에 일반대출 3천400억 원과 대출보증 300억 원을 해줬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사모 회사채 2천400억 원과 공모 회사채 500억 원도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 전체 회사채 발행 잔액(6월 말 기준 1조2천억 원)의 25% 규모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순간 모든 채권·채무는 동결되기 때문에 법원이 파산 결정을 내리면 산은은 원금 대부분을 까먹을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한진해운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꼼짝없이 최대 4천306억 원을 대신 갚아주게 됐다.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참여하면서 한진해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프라이머리 유동화증권(P-CBO)에 지급보증을 선 결과다. P-CBO를 보유한 투자자가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신보가 갚아야 한다.
신보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이 또한 결국 혈세라고 볼 수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2013년 7월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제도다.
기업이 만기가 돌아온 기존 회사채를 갚기 위해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이를 인수해 자금 순환을 돕는 방식이다.
산은 인수 회사채의 60%를 신보가 보증하고 나머지는 보증 없이 채권은행과 금융투자업계(회사채안정화펀드)가 각각 30%, 10%씩 나눠 인수했다.
신보 지원 당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신보가 대기업들의 빚 부담을 나눠 지다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현실화된 셈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한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끝까지 단 한 푼의 혈세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한진해운에도 그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추가로 혈세를 투입한다 해도 한진해운이 회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이 늦어져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조정 비용이 더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극적으로 회생해 그간 투입된 혈세를 모두 회수하지 않는 한 정부와 채권단이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 하에 구조조정 과정이 자꾸만 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채권단의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되, 이렇게 이뤄진 결정에 대해선 면책을 해줘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영업 네트워크·핵심인력 인수해 경쟁력 확보"
협력업체 640억원 떼일 우려…금융지원으로 피해 최소화
현대상선에 한진해운 대체선박 투입 요청
 
한편 정부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부채까지 모두 짊어져야하기 때문에 자산 인수를 통해 한진해운의 '강점'만 흡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해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며 "이에 대비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구체적으로 한진해운 보유 선박 중 영업이익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선박 인수 및 해외영업 네트워크와 핵심인력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미 핵심자산 대부분을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넘겼다.
평택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59%, 부산신항만 지분 50%,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 지분 21% 등이 줄줄이 매각됐다.
그러나 아직 각종 항만과 항로 운영권, 일부 선박, 탄탄한 영업 네트워크 등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현대상선이 인수토록 해 해운업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 추진 상황이 이미 주가와 신용등급 등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채권금융기관 등 은행권도 한진해운 여신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상당 부분 적립했다.

정 부위원장은 "한진해운의 회생 신청에 따른 금융기관의 추가 적립 부담은 크지 않으며, 충분히 흡수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은 올해 6월 말 현재 모두 9천497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추가로 적립해야 할 금액은 2천856억원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가 한진해운 회사채 645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투자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정 부위원장은 밝혔다.
문제는 한진해운 협력업체의 피해와 해운·항만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다.
해운 대리점, 선박용품 공급업 등을 하는 협력업체에 대한 한진해운의 매입채무는 637억이다. 이 중 90% 이상을 떼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면 해외선사들의 국내 환적량이 줄어들면서 협력업체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협력업체 피해를 산은 등 4곳의 정책금융기관 본점에 설치된 특별대응반과 부산·울산·거제·창원·목포에 설치된 지역 현장반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협력업체의 애로를 파악해 금융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대출·보증은 만기를 1년 연장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나서 원금상환을 1년 유예해주기로 했다.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에 '구조조정 협력기업 지원' 보증에 쓰일 금액이 3천억원 책정돼있는 만큼 추경이 확정되면 이를 협력업체 지원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화물 수송 지연, 선원 피해 등 해운·항만 분야 피해는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정부 합동 비상 태스크포스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진해운이 운영해온 노선에 대체선박이 원활히 투입될 수 있도록 현대상선에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금융시장과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금융시장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정 부위원장은 "회생 절차 진행 상황, 신용등급 변화, 주식시장 변동 등 회생 절차 이후 회사와 시장 동향에 대해 일일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필요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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