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PP 통과 안되면 아시아에서 패퇴에 직면할 것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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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권, 중국 발흥에 대한 평형추(平衡錘)로 삼고 있어” WSJ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지금 한창 열기를 더해가는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문제와 연관되어 TPP 협정을 둘러싼 논쟁이다. 민주 • 공화 후보들은 같은 목소리로 자유무역을 통한 다자간 무역 및 경제 파트너십을 지향하는 이 협정을 찬성하지 않고 있다. 배경에는 ‘Rust Belt’로 묘사되는 미국 산업 중심 지역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고용 불안, 실업 증가 현상 및 이들 유권자들의 표를 획득해야 하는 후보들의 정치적 고민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 • 중국 G2 간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 다툼이 고조되면서 협정의 본질이 경제적 측면보다는 이제는 외교 경쟁의 무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따라서 생각해 보면, TPP 협정 자체가 표류하게 된 것은 미국 대선 레이스 및 중국의 지역 전략이 맞물려 다분히 보호주의 및 자국우선주의의 부상(浮上)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협정은 이미 참가 예정국들의 다자간 협상이 완료되어 각 참가 예정국들의 국내 비준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식으로 발효되면 지구 상에 거대 규모의 자유무역 지역이 또 하나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태까지 동 협정을 주도해 왔던 미국이 자국 내 보호주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배경으로 의회의 비준이라는 마지막 문턱을 넘어설 수가 있을 것인지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미 대선에서 경제 이슈가 주요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을 감안해 보면, 앞으로 후보들 간의 찬 • 반 논쟁도 한껏 고조될 것이다. 최근 WSJ이 전하는 TPP 관련 보도는 이러한 국제 정치, 경제 및 외교 구도 하에서, 향후의 TPP 협정의 진행 과정에 다대한 어려움을 예시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 TPP는 경제적 이득에서 정치 • 외교적 동기로 변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온 태평양 연안 지역의 포괄적인 무역 협정인 『환(環)태평양동반자협정(TPP; Trans Pacific Partnership)이 미국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 정책을 위협하고 있다. 이 협정안은 미국이 중국의 발흥(勃興)에 대항하는 평형추(平衡錘)로서의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 동 협정을 추진해 오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12개국이 참가하는 동 협약을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군사 및 다른 자원의 배치에 중심이라고 설파해 왔다. 그러나, 지금, 미 의회에서는 여 • 야 양 진영에서 이 비준안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 의회에서의 비준 전망이 흐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의회 비준에 실패한다면,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안보를 떠받쳐 온 이 지역에서 무역에서 다른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미국의 신뢰에 흠이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 영국 외교 관리로 호주 시드니 Lowy 국제정책연구소에서 지역 안보를 연구한 바 있는 Euan Graham씨는 “미국이 이 정책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경제적 이득을 훨씬 넘는 일종의 전체주의적 가치치(totalistic value) 가치를 얻고 있다” 고 말한다. 또한, “지금 참여하는 아시아 파트너 국가들을 버리는 것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도력에 재앙을 초래할 것” 이라고 전망한다.
■ 오바마 정부는, 반대 여론 불구 여전히 의회 승인을 희망
현 정부는 아직도 TPP가 의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Mike Froman 미국 통상대표는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투표 결과에 따라서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 지도력을 공고히 할 것인가, 아니면 성(城)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중국에 넘겨 줄 것이냐가 결정될 것이다” 고 언급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여태까지 비준안이 거의 모든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쳤고, 이제는 수 년 동안 TPP 및 다른 무역 협정들을 지원해 온 핵심 공화당 의원들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의회에서 지지를 결집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현재 캠페인 중인 두 대통령 후보들도 이 TPP 협정에 대해 공격을 했다.
지난 주에는 자유시장 경제학의 보루인 ‘성장을 위한 클럽 (Club for Growth)’ 전 회장 Pat Toomley 공화당 상원의원마저 TPP에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는, 곧 있을 Pennsylvania 재선거에서 노동자 계층 표를 얻기 위해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Clinton 민주당 후보는 국무장관 재임 동안에는 동 협정을 지지했고, 지금은 현 상태의 협상안을 반대한다고 발언해 왔으나, 점점 좌파 유권자들로부터 더 확실하게 협상을 파기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 중국과의 균형 관계에서 경쟁 구도로
2011년에 공개된 ‘아시아의 축(軸) 미국’ 에서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힘을 군사적 힘(hard power)으로의 전환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군사적 압도를 시험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한국 내에 미국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에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긴장은 높아가고 있다.
작년에 협상을 마친 TPP 협정안은 글로벌 경제의 약 40%를 차지하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 즉, 아메리카,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각국 그룹 간에 18,000개 항목의 관세를 철폐 내지는 감축하는 것이 내용이다. 중국은 TPP 협정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과 별개의 협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신설된 은행 및 400억 달러 실크로드 펀드 등을 통해 더 많은 융자를 약속하고 있다.
많은 무역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 협정안에 대해 글로벌 교역 룰(Rules)을 만드는 것이 중국이냐 미국이냐, 여부를 결정 짓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묘사하는 등, 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이 지지하는 협정은 무역의 틀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평범한 관세 감축 실행을 위한 것일 뿐, TPP보다도 야심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 두 협정은 상호 배타적이지도 않아서, 아시아 국가들은 항상 이 두 개의 협정에 같이 참여하려고 시도해 왔다.
■ 아시아 국가들, 중국이냐? 미국이냐? 선택 기로에
그러나, TPP 협정을 정치지리학적 개념에 대입해 보면, 나름대로 몫을 올리는 것이 된다. 싱가포르 리셴룽(Lee Hsien Loong) 총리는 이달 워싱턴에서 “미국의 우방과 파트너 국가들은 동 무역 협정을 비준하는 것은 신뢰성이나 목적의 진정성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는 것이다” 고 언급했다. 리 총리의 이런 발언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및 브루나이 등과 인도네시아 및 한국 등 가입을 고려 중인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확실히 미국은 중국 및 다른 나라들과 거대한 무역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한국이나 필리핀과는 방위 조약을 통해서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많은 무역 전문가들은 이렇게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가지는 연관성은 무역 협정의 향후 운명에 불구하고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을 이 협정을 지지하는 데 이미 사용한 아시아 지도자들은 동 협정이 다시 표류하게 되면 또 다시 그렇게 자원을 쏟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관계의 균형을 택하려는 작은 나라들일수록 미국에 대해서 회의(懷疑)를 가지게 될 것이고 그만큼 중국 쪽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전임 World Bank 중국 담당 책임자이고 Carnegie Mellon 국제평화 재단 선임 연구원이었던 Yukon Huang씨는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우리들이 어떤 방법으로도 중국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노력의 일환으로 무슨 일이라도 취할 것을 촉구했다” 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무역 협정이 승인되지 않으면 그들은 더욱 회의적인 접근법을 취할 것” 이라고 말한다.
베트남을 예로 들면, 동 협정으로 2050년까지 GDP가 11%나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어 큰 이득을 보는 ‘승자의 나라’로 보여진다. 서로 싸웠던 전쟁으로부터 40년 여가 흐른 지금, 미국과 베트남은, 중국이 베트남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확장주의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면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금년에는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치명적인 무기 판매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동 협정에 가입하는 데 특별한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
Luong Van Tu 전 베트남 통상 담당 부대표는 “우리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 임기 내에 있을 마지막 몇 달 동안에 동 협정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을 희망한다. 그러나, 누구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보다 더 이득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 협정을 자신의 국내 및 국외 전략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 그리고, 일본의 강력한 농업 및 다른 지역 이익 그룹의 로비를 통해 중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 받았던 터이다.
■ 아베 총리는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할 속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이 TPP 협정을 세계에서 세 번 째로 일본 경제를 오랜 동안 늪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끌어내는 성장과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제 무대에서 이 협정은 동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 경제의 영향력이라는 우산 아래에 조직함으로써, 중국을 봉쇄하려고 하는 아베 총리의 광범한 전략의 관건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전 일본 통상 관료로 지금은 도쿄 게이오(慶應) 대학 교수로 있는 Yorizumi Watanabe 는 만일, TPP가 실패한다면 “경제 안보라는 관점에서 대단히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이다” 고 언급한다. 이 TPP 협정은, George W. Bush 전 대통령 시절에 처음 협상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전략적 역할이 덜했었다. 중국조차 참여할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중국이 점차 외향적으로 공격적인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고 오바마 정권이 이를 보다 강화된 아시아 전략의 경제적 앵커로 활용하기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Michael R. Wessel 의회 미-중 경제 및 안보검토위원회 위원은, 아이러니한 것은, 이 협정이 지금 비틀거리고 있는 것은 이것이 충분한 경제적 이득에 대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외교적 정책으로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Wessel 씨는 “논쟁이 아주 초기부터 일자리보다는 이 지역에서 외교 정책의 목표를 지원할 필요성으로 전환됐다” 고 말한다. 동 씨는 많은 민주당 의원들 및 노동조합과도 일을 해오고 있고, 오랜 동안 이 무역 협정에 반대해 오고 있다. 그는 “미국의 노동자들은 외교적 목표를 위해 일자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에 힘들고 지쳐 있다” 고 말한다.
■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쉽지 않은 상황
이번 미 대선 레이스에서 두 유력 후보 가운데 누가 11월에 백악관의 권좌를 차지하게 되더라도, 현재 모습대로 TPP 협정이 의회에서 승인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상황으로 되어 가고 있다. 미국 사회 전반에 예비 선거 초반에 확인된 보호주의 및 자국이익 우선주의 물결을 쉽게 거스르기가 어렵기도 하고, 오히려 그런 방향으로 방향타를 맞춘 적극적인 정책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新) 자유주의가 횡행하던 70, 80년 대에 미국 주도로 자유무역 사조가 글로벌 대세를 이루고 있던 한 시대가 종막을 고하는 서곡이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느낌도 든다. 아니면 교묘한 선동을 획책하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포퓰리즘의 롤러코스터가 일시 하강하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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