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현실화…車·전자·철강 '초긴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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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도요타 멕시코공장 계획에 간섭…국내 기업도 대안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호무역과 신(新)고립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외국 기업에까지 노골적으로 압박하면서 일찌감치 통상 압박의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절대로 안된다.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도요타자동차는 물론 멕시코에 공장을 둔 다른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주가가 바로 급락했다. GM, BMW 등 멕시코에서 완성차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인 글로벌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산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멕시코 공장을 가동 중인 기아자동차, TVㆍ냉장고 등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도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국 수입규제의 주요 타깃인 철강업계도 통상 환경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즉각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수차례 공언했다.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무관세 제품에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중국 상품에도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각종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아차[000270] 멕시코공장 피해 우려
기아차는 미국시장을 겨냥한 생산전략거점인 멕시코 공장이 피해를 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아직 현실화된 정책은 없다"면서도 "트럼프의 발언과 정책 기조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북동부 누에보레온주(州) 주도인 몬테레이에 자리 잡은 기아차 공장은 작년 5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기아차는 작년 10만5천대를 생산했고 올해에는 25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포르테(K3) 1개 차종만 만들고 있지만, 올해 신형 리오(프라이드)를 추가할 방침이다.
생산량의 60%를 북미로, 20%는 중남미로 수출하고, 20%는 멕시코 현지 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약대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관세를 매길 경우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포르테는 대형차보다 마진율이 낮은 준중형차로, 약간의 관세만 붙어도 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다만, 기아차는 공장 설립계획을 취소하도록 압박받은 포드나 도요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의 경고는 멕시코에 공장이 신규로 설립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 기아차처럼 이미 공장을 운영 중인 곳은 예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때문이다.
실제 미국 자동차 '빅3'인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모두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만큼 고관세는 오히려 미국 업체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미국 빅3는 2015년 197만대(GM 72만대, 포드 64만대, 피아트-크라이슬러 61만대)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139만대를 미국으로 들여왔다.
기아차의 공장 설립에 발맞춰 멕시코에 모듈 공장을 지은 현대모비스[012330]도 상황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부품을 수출하지는 않지만,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에서 만드는 차량에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트럼프의 새 정책으로 기아차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 현대모비스의 모듈 판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전자업계도 '관세 위협' 대비 나서
삼성·LG[003550] 등 전자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멕시코 게레타로 기지에서 제조한다.
트럼프 정부가 NAFTA에 손을 대고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공산품에 보복관세를 물린다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인 것은 맞다.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트럼프의 주장대로 미국 본토에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채산성을 비롯해 복잡한 계산을 해봐야 하는 만큼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LG전자도 멕시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등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일부 가전업체에서는 미국 생산공장 건립 움직임도 일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등에 생활가전 공장을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물동량 조정이 필요한 경우 생산지 최적화를 통해 대응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기본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기술 봉쇄 정책을 쓸 경우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堀起·산업의 부흥)를 겨냥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에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전략적으로 반드시 나쁜 징후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 철강업계, 미ㆍ중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조금씩 경기가 살아나는 철강업계는 트럼프 리스크가 상승세를 가로막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수입규제가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가 업계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대비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서로 막무가내식으로 '관세폭탄'을 던지면 우리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중국산 철강에 잇따라 고율의 관세를 매겼고,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철강 분야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화약고'가 된 상태다.
만약 미국의 무역장벽을 피해 값싼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 같은 우리나라의 수출 시장이나 국내로 밀려들게 되면 국내 철강업계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저가의 중국산 철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뿐만 아니라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어 제품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주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강화한다면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을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내 공공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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