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이 아인슈타인 이론을 증명하다-FRB, BoJ, ECB는 ‘정신착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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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고 나서도 고리타분한 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못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정신착란(insanity)’이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똑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런데 세계 중앙은행들인 FRB, BoJ, ECB는 금융위기를 겪고 난 뒤에도 똑 같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마이너스 금리 등 여러 가지 금융실험을 계속하고 있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성장촉진-인플레 촉발 정책 바닥났다
시장의 많은 사람들은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성장을 촉진하고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바닥이 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않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도입한 것이나, ECB가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나, 미 FRB가 초저금리 수준의 정상화를 늦추기로 한 결정이나 이들 모두는 정책 담당자들은 아직도 더 많은 실탄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중앙은행들이 충분히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정책들이 오도(誤導)되고 있고, 글로벌 재균형(rebalancing)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정책 담당자들이 2008-09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평균 이하의 실적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세 가지의 중요한 교훈을 배우는 데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첫째; 만일 경제가 부채의 늪에 빠질 때에는 해법은 더 많은 부채를 쌓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ECB가 유로권 은행들에게 새로운 TLTRO(Targeted Longer Term Refinancing Operations)조건 하에서 대출을 늘리라고 제시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평가를 받는 것이다. ECB가 양적확대(QE)를 시행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동시에 ECB는 새로운 감독 권한을 행사하여 유로권 은행들로 하여금 불량채권의 감축 및 해소를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대출의 약 20%는 불량채권(NPL)이다. 지금까지 ECB는 양적완화(QE)를 시행함에 있어서 유로화 약세를 통해 작동하는 것을 감안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QE를 은행들의 대차대조표를 청소할 시간 벌기를 위해 사용해야 할 것이다.
경쟁적 자국통화 약세 유도 경쟁은 '모두가 패자(敗者)'
둘째; 오늘날과 같이 과도한 저축으로 인해 글로벌 소비자 수요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경쟁적 자국통화 약세 유도 경쟁을 통해서는 아무도 승리할 수 없다. BoJ는 통화 경쟁에서 거대 전단을 배치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아베노믹스라는 경제 전략은 통화 완화와 재정 촉진 및 구조적 개혁을 묶은 정책으로 상징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 2년 동안, 엔화 약세로 귀착되었다. 그러한 좁은 기준으로는, 아베노믹스는 성공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BoJ의 통화완화 정책의 결과로 엔화는 과도하게 평가절하되었고 투자자들이 입질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은 BoJ의 정책은 ECB와 마찬가지로 잘못 생각해 낸 것(ill-thought-out)이다. 일본의 가장 큰 경제적 불균형의 문제는 너무 큰 소득이 기업들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나, 이들 이익을 투자로 돌리거나 주주 등에게 나누어 주거나 하지 않고 현금 산더미를 깔고 앉아 있다는 사실이다. 엔화 가치가 낮은 것은 이런 문제를 더욱 가중시킨다. 통화 약세는 수출 소득을 늘리고 수입은 귀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소득을 가계들로부터 기업 쪽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이유에서 BoJ는 최근의 엔화 가치의 회복을 반겨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중앙은행들은 올바른 일을 하기 전에 너무 오랜 동안 시간을 끌어 왔다. 일본에서의 금융 위기는 이제 일어날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일 뿐이다. 물가수준 하락과 싸우고 있는 경제에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위기는 인플레이션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위기는, 일본 시중은행들이 BoJ에 팔 수 있는 국채가 바닥이 나서 보험회사나 비은행 금융기관들로부터 매입을 늘려야 할 때에야 비로소 발생할 것이다. 결과는 실물경제의 성장과 맞지 않는 통화량의 급격한 확대가 될 것이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우려를 주어서 미국 국채나 다른 해외 자산으로 유출하도록 촉발하여 엔화의 활력을 위축시킬 것이다. 만일, 그러한 사태가 다음 한 두 해에 찾아 온다면 전세계는 이미 쇠약해서 그런 사태를 감당하기에 힘이 부칠 것이다.
셋째; 위기 이후의 미적지근한 성장 과정에서의 교훈은 단기적이고 급격한 조정 및 과거의 ‘과잉’에 대한 정리는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인 현상(status quo)을 보전해 끌고 가려는 시도보다 좋은 것이라는 점이다. 미 FRB는 금리를 인상하면 다른 모든 국가들에게 해악을 줄 수 있다거나 자산시장을 화나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말고, 2016년 중에 금리를 4 차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밀고 나가야 했다. 금리를 인상해도 긍정적인 국내 경제 추세(특히 강력한 고용시장)로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고무적인 메시지가 미국 소비자들로 하여금 저유가로 인한 예상 외의 이득을 소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었다.
ECB, BoJ, FRB 모두 궤도 수정의 황금 기회 놓쳤다.
요약하자면, ECB, BoJ, FRB는 모두, 보다 절실한 궤도 수정의 황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유로권, 일본은 아직도 취약한 상태에 머물고 있고, 미국 또한 훨씬 개선된 기초 여건(fundamentals)을 최대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는 아직도 파탄적 불균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는 또 한 해를 혼란 속에 보낼 지도 모르지만,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2017년도 비참할 수 있을 리스크를 걷어내는 데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Financial Times, 2016년 3월 21일)
* 해설; 최근 ECB에 이어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함으로써, 양적 완화에 이은 비전통 금융정책을 시험하고 있다. 미 FRB 일각에서도 이를 검토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정책 관련 논쟁에서 자주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정책 대응의 시의 정합성 문제다. 본문의 주장처럼 디플레 탈각을 위해 사투하는 중에 인플레 재앙을 우려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항상 정책 입안자들은 실험을 해 볼 수도 없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정책 당국이라 한들 모두를 언제나 만족시킬 수 있는 마이다스 손을 가진 주술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주 듣는 지적이나, 때로는 불 난 데 기름을 붙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득을 노린 것이 독이 되기도 하고, 어쩌다 보면 우연히 생각지도 않은 득을 챙기기도 한다. 이렇게 흔한 아이러니의 연속이 이들 정책 입안자들의 숙명적 애환(哀歡)이기도 하다.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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