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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말한다③기업 구조조정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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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18일 06시06분
  • 최종수정 2016년07월18일 06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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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국가미래연구원, 좋은정책포럼이 공동 기획한 릴레이 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의 세 번째 주제는 구조조정입니다. 국가미래연구원에선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영욱 박사를, 좋은정책포럼에선 국내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추천했습니다. 무엇이 대우조선 사태를 만들었는지,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두 전문가의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사회=이성철 부국장


오너 입장선 경영권 프리미엄 사라져 버티는 것
상시ㆍ선제적 구조조정하려면 인센티브 있어야
채권단 중심일 땐 이해관계자들 구조조정 기피
자본시장ㆍ도산법이 기본 되도록 발전시켜가야

사회= 조선 해운 구조조정의 충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부실산업 구조조정은 이게 끝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김영욱 박사= 기업 부실은 오래 전 시작된 문제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들은 구조조정을 했지만 우리는 계속 미뤄왔잖아요. 병을 숨겨오다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수술대에 올라간 격입니다. 조선과 해운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지요.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을 조사해 보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그러니까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매년 30% 정도 됩니다.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기업은 15%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좀비기업’이라고 봐야 합니다.

김상조 교수= 조선 해운의 위기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브렉시트에 사드, 올해 말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내년 집단대출 만기도래 등 안팎으로 충격이 오면 부실기업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겁니다.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그룹 단위로 부실화 정도를 측정해 봤더니 부채비율이 200%가 넘고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부실그룹은 46개 민간기업집단 가운데 10개나 됐습니다. STX나 동양, 금호아시아나처럼 이미 법정관리나 채권단관리를 받는 그룹은 다 빼고 말이죠. 이게 2014년 실적으로 작성한 거니까 지금은 부실화된 재벌그룹 수가 더 늘어났을 겁니다.


구조조정, 자본시장ㆍ도산법 중심돼야

사회= 곪아 터지기 전에 좀 미리미리 구조조정을 하면 훨씬 수월할 텐데 우리나라는 왜 늘 이런 식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상조= 부실기업이 생기는 건 필연적이고 이걸 구조조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입니다. 부실이 생긴 기업에 모험자본이 들어가 경영권을 인수함으로써 기업을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시장 안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시장 내 구조조정이 안되면 법원으로 가서 법정관리든 파산이든 도산법으로 처리해야 하지요. 이 두 가지가 가장 자본주의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인데 우리나라에선 둘 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자본시장이 미비한데다 큰 기업을 구조조정할 만큼의 모험자본도 형성되어 있지 못해요. 그렇다고 법원으로 간다는 건 기업에겐 사망선고로 간주됩니다. 시장과 법원에 의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되니까 자꾸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처럼 채권단 중심의 절차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건 이해관계자 즉 감독당국, 채권은행, 오너, 경영진, 노조 등 사람에 의한 구조조정이 됩니다. 이들 중에 누가 과연 고통을 유발하는 구조조정을 원하겠습니까. 결국 가급적 구조조정을 피하려는 암묵적 담합구조가 만들어지고 작동하게 되는 겁니다.

김영욱= 오너 입장에선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데 구조조정을 하면 그게 없어지니까 버티는 것이고, 채권단 역시 가급적이면 부실을 현실화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상시적 구조조정, 선제적 구조조정이 되려면 이를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할 겁니다.

 

사회= 김상조 교수님은 다 아는 대로 재벌개혁론자인데, 한국의 재벌시스템이 이런 구조조정 지연과 관련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상조= 밀접합니다. 무엇보다 총수일가의 경영권에 대한 욕심과 미련이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게 만듭니다. 조기에 구조조정을 했다면 해당 계열사뿐 아니라 그룹 전체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지위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오너가 가신들에 둘러싸여 왜곡된 정보에 의존하다 보니 결국 타이밍도 놓치고 방법도 잘못 선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지배구조 개혁이 중요한 겁니다. 경영에 대한 감시장치가 작동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끌어낼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구조조정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사회= 대우조선은 재벌도 아닌데 왜 저렇게 된 걸까요.

김영욱= 지배주주인 산업은행 책임이 크죠. 이사회에도 참여했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임명했고, 대우조선 경영자들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얼마든지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쓰지 않은 거죠. 실제로 대우조선 이사회에 참석했던 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도 경영진에서 전혀 고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산업은행이라도 이걸 문제삼고 바로잡아야 하는데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거죠. 재벌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결국은 지배구조가 문제입니다.

오너 없는 기업, 경영자가 황제로 군림

사회= 통상 재벌총수만 황제경영이라고 비판했는데, 공기업처럼 오너 없는 기업에선 경영자가 더 황제처럼 군림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대우조선도 그런 경우였죠. 정치적으로 임명된 CEO가 오너 이상의 전횡을 하고, 견제를 안 했는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산업은행은 나 몰라라 했고…. 하지만 이번 사태가 과연 대우조선과 채권단만의 문제일까, 산업은행 회장을 임명한 것도 대우조선 CEO를 임명한 것도 다 정부였는데, 그렇다면 결국 더 큰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 아닐까요. 지금 흘러가는 모양새로는 대우조선 전직 CEO들은 다 구속되고,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 관리책임에다 소중한 국제기구 부총재 자리까지 빼앗긴 사람으로 다 뒤집어 쓰는 분위기입니다.

김상조= 우리나라는 정부가 어떤 문제를 다룰 때 누가 컨트롤타워의 권한을 가질지, 어떤 책임을 질지에 대한 공식화된 룰이 없습니다. 1980년대 미국은 저축대부조합(S&L) 부도사태 당시 수백억 달러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대대적 제도개혁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최소비용의 원칙’이었습니다. 국민의 돈을 쓰는 경우에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써라, 그리고 그에 대한 기록을 반드시 남기라는 것이었죠. 이건 일반원칙이고, 경제적 충격이 발생해 최소비용의 원칙을 지킬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예외절차까지 정해 놓았는데요. 예외절차란 중앙은행(Fed)이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두 기관이 이사회를 열어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은 다음 서면결의하고 이를 정부에 통보하면 대통령 판단 하에 (최소비용 이상의 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2008년 말 리먼사태 이후 부시 행정부의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7,000억 달러 규모 부실구제계획(TARF)을 실행할 때 20여년 전에 만들었던 이 예외절차를 거쳤습니다. TARF는 원래 부실금융기관 지원용이었는데, 금융기관 아닌 민간자동차회사(GM)에 공적자금을 넣어야 하는 특수상황이 발생하자 결국 예외절차를 밟은 것이었습니다. 최소비용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는 문제는 대통령에게 최종권한을 줄 테니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해결하라는 것이지요. 미국은 국민의 돈을 쓸 때 이렇게 꼼꼼한 원칙과 규정을 정해 놓았지만 우리나라는 원칙도 예외도 그에 대한 규정과 기록도 없습니다. 이런 근본적 문제를 빼놓고 홍기택 전 회장이 문제니, 서별관회의가 문제니 하는 건 너무 표피적인 지적입니다.


서별관 자체보다 결정 내용이 관건

김영욱= 요즘 서별관회의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본질을 봐야 합니다. 특정 부처가 결정할 수 없는 중대사안을 모여서 회의하고 대책을 수립하면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회의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거기서 내린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었느냐, 투명했느냐를 따져야지 서별관회의 자체를 문제 삼으면 곤란합니다.

사회= 산업은행 얘기를 좀 더 해 보죠. 원래는 민간금융시장이 취약했던 시절 위험을 감수하고 기업들에 대규모 설비자금을 지원하라고 만든 곳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대형 부실기업을 떠안는 사실상 ‘배드뱅크’로 전락했습니다.

김상조= 국책은행의 역할과 기능은 분명 재조정되어야 할 것이고요. 아울러 산업은행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이 올바른 방향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단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워크아웃제도가 있고, 워크아웃에 넣기에도 부담스러운 대형 부실기업은 자율협약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둘 다 과도기적이고 편의적인 방식입니다. 물론 거대기업을 무조건 법정관리로 보내 도산법 절차대로 처리하는 게 과연 옳으냐고 묻는다면 저도 자신은 없습니다만 앞서 얘기했듯이 어쨌든 기업구조조정은 자본시장과 도산법원, 두 개가 기본이 되도록 발전시켜가야 합니다.

 

대우조선 사태의 원인과 해법은

지배주주인 산은 견제ㆍ감시에 소홀… 책임 커
구조조정 때 금융논리 등 종합적 판단해야
美 80년대 대부조합 부도 때 ‘최소비용 원칙’ 생겨
우리나라는 원칙ㆍ예외에 관한 규정ㆍ기록도 없어

사회= 구조조정이란 결국 살릴 기업은 살리고 죽일 기업은 죽이는 건데 대우조선은 어떻습니까. 일각에선 대우조선 같은 회사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대우조선은 정리해서 국내 조선업 전체의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한다고 합니다.

김영욱= 먼저 조선업 전체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합니다. 과연 한국의 조선업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대우조선 자체만 놓고 살리자 죽이자를 결정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김상조= 어떤 기업이 부실화되었을 때 생사여부를 판단하려면 해당기업을 정확히 그리고 종합적으로 프라이싱(가치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우조선 같은 규모의 기업을 과연 정확히 프라이싱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대우조선을 문닫게 해서 조선3사 체제를 2사 체제로 가게 해야 한다거나, 채권단은 손을 떼고 대우조선을 투자은행(IB)들에게 맡겨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거나 하는 건 현 시점에선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다만 정부가 지난 6월 8일 발표한 조선업 구조조정계획은 너무 안이해 보입니다. 조선 3사가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개혁안의 전제가 되는 수주 전망을 보면 낙관론 일색이에요. 현대중공업 경우는 지난 6년간 연 평균 수주액이 183억 달러인데 2018년이 되면 181억 달러까지 회복된다고 써놓았더군요. 2~3년 안에 수주를 99% 회복한다는 얘긴데, 이 전망대로라면 구조조정을 할 필요조차 없는 것 아닙니까. 대우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뭔가 하는 소리만 내다 결국 문제를 덮고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영욱= 대우조선 같은 규모의 기업은 고용,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 때 금융논리만 적용하긴 어렵고 종합적으로 봐야겠지요. 정부도 지금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순서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먼저 대우조선의 실패 원인에 대해 진단을 해야지요. 검찰수사를 통해 전직 CEO들의 비리가 드러나긴 했지만, 대체 대우조선이 왜 저렇게 됐는지 정말로 미래는 있는 것인지 정밀분석된 게 있기나 한가요. 먼저 그런 걸 따져보고 그걸 토대로 큰 그림과 세부 실행방안을 만들고 마지막에 이걸 하려면 얼마를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우리는 지원규모부터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지는 겁니다.


하이닉스는 대우조선 모델 될 수 없어

사회= 대우조선 생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하이닉스 얘기를 합니다.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돼 지금 얼마나 잘 나갑니까. 만약 2001~2002년 당시 채권단 주장대로 하이닉스를 외국회사에 팔았거나 청산시켰다면 지금 하이닉스는 없었을 거고, 그러니 대우조선도 지금 힘들다고 없앨 게 아니라 더 지원하면 하이닉스처럼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김영욱= 당시 하이닉스를 살리기로 한 건 결과론적으로는 틀린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극히 예외적 케이스였습니다. 하이닉스와 경쟁하던 외국 반도체 회사들이 그 사이 다 정리됐으니까 버티고 살아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대우조선도 그렇게 될 거란 보장이 있나요.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질 여건은 하이닉스를 살리던 당시 세계경제 여건보다 더 혹독할 것입니다.

김상조= 같은 생각입니다. 하이닉스는 굉장히 예외적 사례입니다. 또 지금의 하이닉스가 있기까지 주채권은행이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위반 논란도 있었고요. 그때보다 지금은 내외부 환경이 더 나빠졌습니다.

 

사회=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빨리 팔았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언젠가는 대우조선을 팔아야 할 텐데, 헐값시비 때문에 늘 매각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싼 값이라도 파는 게 옳은 건가요.

김상조= 국민의 돈을 쓸 때 제1원칙이 최소비용의 원칙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이건 투입 시점에서 최대한 세금을 아껴쓰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에선 투입 후 최대 회수의 원칙으로 변질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각 후 회수금액이 투입금액의 100%를 채우지 못하면 청문회 설 것 같으니까 결국 매각 자체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민영화 지연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최소비용의 원칙은 투입 때의 원칙이지 회수 때의 원칙은 아닙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가격이라고 판단해 팔았다면 그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합니다.

김영욱= 같은 맥락에서 배임 문제도 봐야 합니다. 홍기택 전 회장 표현에 따르면 이륙준비 마친 비행기가 20대가 있는데 이걸 하나하나 처리하려고 봤더니 20개의 배임 문제가 걸려 있더라고 하더군요. 배임에 대한 부담이 CEO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상조=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검찰은 배임죄로 기소하지 않습니다. 설령 기소 되더라도 법원이 유죄로 판단하지 않지요. 물론 한국에서 배임죄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판이 있는 만큼 좀 더 예측가능하게 만들 필요는 있습니다만 홍기택 전 회장이 대우조선을 팔지 못한 이유는 배임죄 기소보다는 국회에서 부르고 언론이 질타하고 감사원 감사 받고 할까 봐 소극적으로 나갔기 때문 아닐까요. 만약 이사회를 열어 회의자료 제대로 갖추고 결정을 내리면 아무리 검찰이라도 배임죄를 걸 수는 없습니다.


남해안에 한국형 뉴딜 검토해야

사회= 구조조정의 가장 현실적 장애물은 고용입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얘기를 하다가도 고용불안 얘기만 나오면 더 이상 한발짝도 못나가는 게 현실이지요.

김상조= 며칠 전 울산에 가서 노동운동하는 분들한테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얘기하고 왔습니다만 노조는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이 굉장히 강합니다. 실제로 ‘해고는 곧 살인이다’는 노조 표현처럼 사회안전망이 너무 부실합니다. 사회안전망 부족과 노동시장 경직성이 노조로 하여금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지요. 노조 쪽에선 선진국수준으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한 후에 구조조정하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사회안전망을 한꺼번에 늘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것처럼 특정지역, 특정업종을 타깃으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대공황 이후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테네시강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며 뉴딜정책을 추진했던 것처럼 현재 조선업 구조조정 피해가 집중돼 산업적으로 황폐화된 남해안지역에 후손까지 쓸 수 있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사업 같은 것을 펴는 것이지요. 거시정책도 단기적으론 아주 유연하게 가야 합니다. 지금 추경 10조원조차 미적거리고 있는데 야당도 그래선 안됩니다.

사회= 더 큰 구조조정 파도가 와도 걱정이고, 구조조정을 덮어둔다고 해도 역시 걱정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영욱= 구조조정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노동자도 배려해야 하고 지역경제도 보살펴야 하지만 어쨌든 피해선 안됩니다. 또 하나 구조조정을 하다 보면 몇 년 후에 회복된다는 식으로 자꾸 낙관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로 낙관적 전망에 기초해선 안됩니다. 대우조선을 살리든 접든, 냉철한 전망 위에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김상조= 구조조정을 할 때 두 가지 과제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과거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두 번째는 실패한 기업을 회생시키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 비난이 워낙 거세니까 우선 책임부터 묻고 가자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래서 청문회도 열리는데, 솔직히 청문회를 통해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이 밝혀진 게 있습니까. 미국은 S&L 부도사태 이후 조사기간만 10년이 걸렸고 이를 통해 무려 1만5,000명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책임을 묻는 건 망신주기 식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어야 하고, 이 작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우 엄격하고 철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제도와 관행이 바뀌어야겠지요. 아울러 과거에 대한 책임추궁이 당사자들을 위축시켜 미래를 위한 기업회생을 방해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정리=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사진=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김영욱 박사는

1958년 경남 김해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경제전문기자로 활동한, 경제학자로는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논설위원,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기자 특유의 현장감각에 입각해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현실적이면서 비판적인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경제학 스케치’ ‘더 이상 한국에서 배울 것이 없다’ 등이 있다.

 

김상조 교수는

1962년 경북 구미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박사학위도 여기서 받았다. 현재 한성대 교수. 국내 대표적 진보경제학자로 참여경제 재벌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소장, 경제개혁연대소장 등을 지내며 대기업 지배구조를 비판하고 일부 기업은 직접 고발하는 등 반재벌운동의 전면에 서왔다. 때문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과 함께 재벌이 가장 기피하는 경제학자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경제 현실을 많이 감안하고 톤도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기사는 한국일보 1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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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7월18일 06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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