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선택했다…43년 만의 EU탈퇴에 세계질서 대격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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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89% 개표 현재 51.9% 탈퇴 선택…BBC·ITV 등 英방송 '브렉시트'예상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이 EU에서 43년 만의 탈퇴를 선택하면서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31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엔화가치는 폭등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EU를 비롯한 각국은 브렉시트 상황에 대비한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2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한국시간 23일 오후 3시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는 영국의 등록 유권자 4천650만 명 가운데 72%가 실제 투표에 나섰다.
개표센터 382곳 중 342곳, 투표 수 89%(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25분 현재)의 개표가 완료돼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탈퇴가 51.9%로 잔류 48.1%에 3.8%포인트 앞섰다. 투표 수로는 2천900만표가 개표된 가운데 탈퇴가 100만표 가까이 앞섰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ITV, 스카이뉴스 등 영국 방송들은 일제히 브렉시트 진영의 승리를 예측했다.
이같은 추세대로 개표가 최종 마감되면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이탈한다.
EU는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이탈상황을 맞게돼 회원국이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든다. 영국의 탈퇴에 따른 '이탈 도미노' 우려와함께 EU 위상과 지형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됐다.
영국은 경제 충격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 북아일랜드나 웨일스의 독립 움직임 등 영연방 체제의 균열 가능성이라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영국은 이제 EU 리스본 조약에 따라 EU 이사회와 2년 간 탈퇴 협상을 벌이게 된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협상해야한다.
당초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투표 당일에 사전에 명단을 확보한 투표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EU 잔류가 52%, EU 탈퇴가 48%로 예측됐지만, 현재 개표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특히 잔류가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 지역에서도 잔류 찬성률이 예상보다는 낮은 경우가 많았다.
개표 중반에 접어들 때까지는 양쪽의 차이가 근소해 각 개표센터의 결과가 추가로 나올 때마다 잔류와 탈퇴의 우위가 바뀌며 엎치락뒤치락했으나 현지시간 새벽 3시 이후부터는 탈퇴가 잔류에 2~3% 포인트 차이로 앞선 채 격차를 유지했다.
총 382개 투표센터 가운데 320여 개로 가장 투표센터가 많은 잉글랜드에서 탈퇴 결과를 이끌었다.
웨일스 역시 55% 정도로 탈퇴가 우세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잔류가 55∼62%로 우세했으나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번 국민투표의 투표율은 70%를 훌쩍 넘어 지난해 총선(64.6%)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EU 잔류가, 낮으면 EU 탈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EU 탈퇴가 가져올 변화를 걱정해 '현상 유지'를 택할 부동층이나 변심층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잔류 진영의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투표 기간 쟁점은 이민 억제 및 주권 회복과 경제로 수렴했다. 이에 비춰보면 영국민 다수가 경제보다는 이민 억제와 EU로부터 주권 회복을 우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이날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0% 폭락했으며 일본 닛케이지수가 7%, 한국 코스피지수가 4%대 폭락했다.
<브렉시트> 英 왜 브렉시트 택했나…'이민 억제·주권 회복' 우선
막판 쟁점 '이민'과 '경제'로 집중…최대 이슈는 '이민'
이민을 일자리·학교·복지 등 경제·사회적 문제로 인식
영국이 43년을 함께하던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선택을 했다.
이민 억제와 주권 회복을 뜻하는 '통제를 되찾자'라는 EU 탈퇴 캠프 슬로건에 동의한 유권자들이 'EU 내에서 더 강하고, 더 안전하고, 더 잘사는 영국'을 내건 EU 잔류 진영의 호소에 공감한 유권자들보다 더 많았다.
투표 운동 초반만 해도 찬반 진영 간 쟁점은 다양했다. 하지만, 막판에 유권자들이 찬반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민과 경제로 수렴했다.
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2일 방청객 6천명 앞에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사디크 칸 현 런던시장 등 찬반 진영 측 인사 3명씩 6명이 나와 벌인 BBC 방송 공개 대토론회 주제도 경제, 이민, 주권이었다.
토론의 최대 이슈는 이민이었다. 터키의 EU 가입이 화두였다. 인구 7천600만명의 이슬람국가 터키가 EU에 곧 가입해 영국을 '이민자 천국'으로 만들 것이라는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찬성 측은 캐머런 총리가 터키 EU 가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칸 시장은 "유언비어 퍼뜨리기"라며 터키를 이용해 시민들을 '협박'한다고 맞섰다.
영국에서 이민은 비단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조너선 포르테스 펠로우 연구원은 진단했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하락시킨다는 불만뿐만 아니라 학교가 부족하고 국민건강서비스(NHS)를 받으려면 장기간 대기해야 하고, 주택난으로 집값이 치솟은 것도 늘어난 이민자 탓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反)이민 정서의 밑바닥에는 '영국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정체성'에 대한 경계감도 깔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EU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경제보다 삶에 더 많은 의미가 있다. 평범한 괜찮은 영국인들이 몇 년간 형편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영국독립당은 난민 행렬 사진에 '한계점'이라는 문구를 적은 EU 탈퇴 호소 포스터를 내놓기도 했다. 반(反)이민 정서가 노골적으로 묻어난 대목이다. 패라지 대표는 이날 브렉시트가 확정되자 "영국 독립의 날"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 역시 난민들을 '난민'과 '경제적 목적의 이민'으로 구분하려는 태도다. 단순히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이민자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강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심지어 이민자들에서조차 "일은 안 하고 정부 돈으로 사는 이민자들이 많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런던 교외 킹스턴에서 만난 이민자들은 "이민자들이 너무 많다"면서 이민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놀고먹는'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이 넓게 퍼져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EU 출신 순이민자(유입-유출)는 18만4천명이었다. 전체 순이민자수는 2만명이 증가한 33만3천명으로, 1975년 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전체 취업자수(3월말 현재 3천150만명) 가운데 520만명이 영국 이외 출신이고, 이중 220만명이 EU 출신이다.
탈퇴 진영은 EU의 헌법적 기초인 '이동의 자유' 탓에 영국 정부의 '이민 통제'가 불가능한 만큼 EU를 떠나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집중 공략했다.
이런 공략이 효과를 내면서 이민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이에 힘입어 찬성 지지가 반대 여론을 역전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사상 초유의 유럽 난민 유입 위기도 이민을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심리를 강화시켰다.
파리 테러와 브뤼셀 연쇄 테러는 난민으로 위장한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런던에서도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맞서 EU 잔류 진영은 '경제 충격'을 설파했지만 EU 탈퇴 측의 이민 억제 호소에 상대적으로 힘을 내지 못했다.
EU를 떠나려면 영국은 2년내 EU와 협상을 벌여 무역·국경통제·국방·외교·산업규제 등 EU 내 규정 전반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탈퇴 협상을 벌여야 한다.
EU 잔류 진영은 무역과 외국인투자 등이 위축되고 파운드화 약세와 유럽금융센터로서의 지위 상실 등 경제적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2년 내 일자리가 50만개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이 잔류때와 비교해 3.6% 낮고, 가구당 연간 4천300파운드(약 720만원)를 잃게 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경제성장이 2년간 사실상 멈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앙은행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정도는 다르지만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정부 재정에 200억(약 33조6천억원)~400억파운드(약 67조2천억원)의 블랙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오스본 장관은 재정 구멍을 메우려면 소득세·상속세·연료세 등 증세와 교육·국민건강서비스(NHS)·교통 등에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EU 탈퇴 진영은 이를 '공포 프로젝트'라고 반박했다. 영국이 EU를 떠나도 세계 경제규모 5위의 대국이라는 영국의 지위와 위상을 무시하지 못하는 '시장 원리'가 작동할 것인 만큼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U에 매년 내는 30조원 규모의 분담금을 복지와 신성장 동력에 돌리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유권자들 다수는 이민 억제와 EU로부터 주권을 되찾는 데 한 표를 던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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