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선거와 새로운 재정 이론(‘fiscal theory’)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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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정책 수단이 유용해도, 다음 대통령은 장애에 직면할 것 ” FT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미국의 차기 45대 대통령에 일반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이에 따라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대선에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된 이후,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과연 어떤 정책 스탠스를 가지고 경제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인지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전 세계인들이 지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 경제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거나 회복이 정체되고 있는 단계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경기 촉진을 위한 통화정책 수단에 이미 어느 정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히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측이 경제 성장세 회복을 위해 정부 예산을 통한 재정 정책을 어떻게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침, 영국 Financial Times는 최근 논설 기사에서 이번 미 대선 정국에 즈음하여 부상하고 있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역할에 대한 인식 방향과 그 실효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논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간략히 살펴본다.
■ 역대 대통령에 따라 재정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는 재정 정책(fiscal policy)에 대한 미국의 근본 자세를 바꿀 계기를 제공해 왔다. 1960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이 취임하자 케인즈 학파의 재정 이론을 주장하는 적극 행동파들의 시작을 알렸다. 1968년에 있었던 닉슨(Richard Nixon)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베트남 전쟁 수행을 위한 전비를 조달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성향의 예산 정책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1992년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이 당선됐던 때에는 공적 부채 감축 문제가 가장 첨예한 화두로 부상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1980년에 있었던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 선거 및 2000년에 있었던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 선거 때에는 세금 감축 이슈가 예산 균형 이슈를 압도했고, 연준(Federal Reserve)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진정 정책이 최우선 과제로 부여되고 있었다.
지금 2016년 대선이 끝남에 따라 투자자들은 또 다시 재정 정책에 대해 어떤 접근법이 작동하게 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혹시 재정 확장에 의한 경기 촉진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다음 정권의 재정 정책의 큰 줄거리”가 될 것은 아닐까? 그럴 수도 있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 새로운 인식 방향은 재정의 ‘긍정적 역할’에 조명
지식인들의 분위기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 퍼먼(Jason Furman; 한 때 오바마 정권 하에서 ‘가장 골수 분자’로 알려졌던)은 ‘새로운 관점(New View)’에 대해, 장래에 더욱 적극적이고 더욱 경기 촉진적인 재정 정책으로 개념 지웠다. 현재 힐러리 클린턴을 보좌하고 있는 블라인더(Allan Blinder)씨도 이와 비슷한 개념을 말하고 있다. 크루그만(Paul Krugman)교수는 최근 몇 년 간, 금리의 하방 한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지금 시기에 분명히 과도한 부담이 되는 통화정책에 부하되는 압박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재정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오고 있다.
이들 이론가들은 비록 분명히 민주당 측에 연계되어 있기는 해도, 2008년 이후 눈에 띄게 변해 오고 있는 주류 거시경제학자들의 공유된 사고 방식을 대변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에는 점차 많은 중앙은행 총재들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들은 향후 4년 간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집권 하에서 펼쳐질 경제 정책에 대해 어떠한 함의를 가지는 것일까?
2009년 이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재정 정책은 그리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경제의 안정은 통화정책에 의존해야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두 번째 대공황을 회피하기 위해 비상 재정 정책에 의한 경기 촉진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피력하고 나서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는 GDP의 2%에 상당하는 규모의 재정 정책에 의존한 재량적인 경기 촉진 수단을 동원했고, 예산의 자동조절 장치에 따라 이에 더해 2% 규모를 추가했다.
반대론자들은 이러한 촉진 정책은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를 방지하는 데에 실패했고, 그리고 경제 회복이 평균 이하에 그쳐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지지자들은 재정 출동 규모가 문제의 규모에 비해 대응하기에 턱 없이 작았던 것, 그리고 너무 일찍 정책을 거두어 들인 것이 가장 큰 실패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그들은 그나마 이러한 재정 수단의 실행으로 재앙을 방지했다고 주장한다.
■ 클린턴은 재정 확장, 트럼프는 감세 주장
2011년~2014년 기간 중에 이러한 대부분의 재정 확장 정책은 의회에서 공화당 측이 예산 적자를 감축하도록 성공적으로 압력을 가하면서 거두어 들여졌다. 2014년 이후, 재정 정책 스탠스는 대체로 중립적인 것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거시 경제학자들은 재정 정책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열심히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나타난 새로운 재정 정책에 관한 논리 중 몇 가지 특징을 보이게 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정통적인 케인즈 학파들의 논리와 매우 유사한 것들이다.
우선, 재정 정책 수단은, 특히, 금리 하방 수준이 거의 제로 수준에 묶여 있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총수요(‘aggregate demand’)를 자극하는 데에 유용한 것이라고 다시금 인식되게 되었다. 케인즈 이론의 ‘승수(乘數; multiplier)’는 이러한 시기에는 대단히 높은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통화정책은 새로운 경기 침체기에는 역할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라고 인식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재정 정책 수단이 정부가 취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 수단이라고 믿게 되었다. 아울러, 다른 나라들과 협조 조정 하에(co-ordinated) 유사한 재정 정책 수단을 시행할 수 있다면 더욱 유효한 것이 될 것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나아가, 공적 부채에 대한 중기적인 전망은 실질 금리 수준이 GDP 성장률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시기에는 종전에 일견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심각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수십 년 동안에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전망되는 공적 부채 증가 추세를 조정해야 하는 필요성이 조금 덜 긴급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정 정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는 재정 정책이 단지 수요(需要)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보다 공급(供給) 측면 전략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출 증대 등을 위한 자금 조달이, 실질 금리가 낮은 상황 하에서는 더욱 쉽게 조달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촉진 결과, GDP를 충분히 증대 시켜 나간다면, 부채/GDP 비율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흔히, 지식 사회의 인식의 분위기가 변하는 경우에는, 정치 사회나 공공 정책 방향도 이를 뒤따르게 된다. 과연, 그러한 현상이 이번에 나타나게 될 것인가?
힐러리 클린턴의 예산 제안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인식의 단면들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즉, 인프라 건설 증대 및 다른 재정 지출의 확대를 일부 증세를 통해서 조달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향후 10년 동안에 부채 규모는 GDP의 74%에서 86~90%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은 항상 균형 예산을 선호해 왔기 때문에, 재정 정책 운용의 새로운 관점을 온전하게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가 제안하는 예산 패키지는 비(非)국방비 지출 예산의 삭감만으로는 상쇄할 수 없는 정도의 대규모 감세를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예산 적자는 곧바로 늘어날 것이고, 향후 10년 동안에 부채/GDP 비율은 105% 수준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 감세로 인해 예상되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 예산의 적자를 규제하고 다스리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정책 방향과 비슷한 것이다.
비록,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선거 진영에서는 이러한 재정 패키지가 GDP 성장에 효율적이라는 야심 찬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러한 낙관적인 견해에 공감하는 경제학자들은 거의 없다. 결과는 ‘새로운 (재정 정책에 대한) 관점’을 수용하는 지극히 극단적인 버전에 불과한 것일 수 있고, ‘세금 감축’과 ‘지출 증대’ 간에 아주 많은 다른 중점을 가지는 경우의 조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 다음 대통령은 두 가지 장애에 직면할 것
새 대통령은 재정 정책 수단에 의한 경기 촉진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데에는 다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형성되는 장애(obstacles)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첫째, 현 시점의 경기 순환 주기에서 미국 경제는 이미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통화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이 필요한 시기를 지나쳤다는 점이다. 대신, 완전고용 상태인 경제 상황 하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 내로 유지하기 위해서 오히려 전반적인 경제 정책을 얼마나 긴축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만일, 재정 정책을 완화하고자 하면, 연준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보다 빠른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 조합은 지금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건전한 것이다. 왜냐하면, 높은 금리는 금융 시장에서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하는 리스크를 감축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균형 실질 금리가 상승해서 연준으로 하여금 혹시 새로운 침체가 닥쳐 올 경우에도 통화 완화 정책을 취택할 수 있는 여지를 보다 넓게 부여하게 될 것이다.
비록, 새로운 관점에는 이러한 이점들이 포함되어 있음은 분명하나, 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재정 및 통화 정책 수단들의 조합으로 연결되는 것이지, 단지 재정 정책 수단에 의한 경제 촉진 수단 그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이 두 번 째 장애는 훨씬 분명한 것이다. 양분된 정부 하에서의 ‘정치적 마비’ 상태다. 비록,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확장적 재정에 의한 경기 촉진 정책을 선호하고 있기는 하나, 중기적인 부채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둘러싸고, 세금 감축 및 지출 증대 간의 균형 문제 혹은 이들 변화의 본질 자체에 대해 거의 의견 일치를 못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역사적으로는 민주당 정권이 재정 정책을 선호
역사적으로 보면, 대체로, 공화당 출신 대통령 정권 하에서는 재정 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낮게 보는 반면, 통화 정책에 대한 의존을 높이는 스탠스를 가진 반면, 민주당 출신 대통령 정권 하에서는 정부 예산에 의한 재정 정책의 적극적 역할을 중시하는 태도를 가져 온 것으로 대별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정책 실행 면에서도 재정 정책 수단은 예산과 관련한 안건이 대부분이라서 의회에서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정책 집행의 적기를 놓치는가 하면, 심각한 경우에는 정반대의 역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반면, 통화정책은 대단히 짧은 시간 안에 의사결정이 가능해서 경기 상황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 하에서는 이러한 논쟁에 따라 2010년 이후 경기 촉진적인 재정 정책 방향으로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고, 오는 화요일 이후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재정 정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미국 경제가 다시 불경기로 들어가기 전에는 아마 실행으로 옮겨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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