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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간 39명 교체'…'韓경제 컨트롤타워' 평균 임기 1년 남짓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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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29일 11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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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년은 보장돼야"…지금까지 임기 2년 이상은 고작 2명뿐
YS 당시 247일 가장 단명, MB 땐 615일 가장 길지만 2년 안 돼


"한 정부 국정운영 5년의 절반 이상 임기 보장해야 장기적 정책 수립 가능"

 제6공화국 들어 한국 경제의 선장 역할을 하는 총괄 경제부처 수장의 평균 임기가 1년 1개월 남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긴 호흡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가기에는 부족한 시간으로, 언제 교체될지 모르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고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초대 컨트롤타워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부터라도 임기를 최소 2년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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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수장 평균 임기 410일…29년 동안 39명 교체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노태우 정부부터 최근 박근혜 정부까지 핵심 경제 부처(기재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재정경제원·경제기획원·재무부) 수장의 평균 임기는 410일이었다. 1년을 살짝 넘긴 기간이다.

 현 경제 총괄 부처인 기재부의 모태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다. 재무부는 세제·국고·금융·통화·외환 정책을 담당했고, 경제기획원은 예산과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맡았다.

이 구조는 김영삼 정부 때까지 이어지다가 정부 조직 개편으로 두 부처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

이어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함께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었다.

그러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두 부처는 다시 통합돼 현 기재부에 이르고 있다.

특히 2013년 기재부는 부총리 부처로 승격돼 명실상부한 한국 경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처 수장의 임기는 결코 길다고 말할 수 없었다.

1988년부터 29년 동안 각 부처의 수장은 무려 39명에 이른다.

수장의 임기가 가장 짧았던 부처는 재정경제원으로 8개월에도 미치지 못하는 232일이었다.

이어 경제기획원 352일, 재정경제부 404일, 재무부 437일, 기획예산처 451일이었다. 그나마 현 기재부가 562일로 가장 긴 편이었다.

임명자 기준으로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이 247일로 가장 단명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39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451일,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47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50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615일 순이었다.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이는 김영삼 정부 시절 최후의 재무부 장관을 맡았던 박재윤 전 장관으로 고작 79일이었다. 그는 재정경재원으로 재무부가 흡수되면서 자리를 잃었다.

반면 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던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윤증현 기재부 전 장관으로 841일 자리를 지켰다.

2년 이상 재임한 수장은 윤 전 부총리와 함께 노태우 정부 시절 최각규 경제기획원 전 장관(737일)뿐이다.

현 경제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까지 503일을 재임해 역대 12위를 기록했다.

유 부총리는 취임 296일째 되는 날 개각으로 교체될 뻔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흐지부지되며 500일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나머지 200일 동안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한국 경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최소 2년은 보장해야 정책 연속성 생겨"

수장 교체가 잦으면 관료들은 중심을 잡기 어려워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항해 중 선장이 바뀌는 격이기 때문이다.

임기를 예측할 수가 없어 긴 호흡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효과가 눈으로 보이는 단기 정책을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현오석 부총리 때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각종 규제를 유지했다가 최경환 부총리 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를 했다.

이때 불어나기 시작한 가계부채는 올 1분기 1천359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악화하며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됐다.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도 한국 경제 컨트롤타워의 임기는 짧으며 불확실성도 크다.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맡아 미국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로버트 루빈 장관의 재임 기간은 1995년 1월부터 1999년 7월까지 4년 이상이었다. 클린턴 대통령 8년 동안 재무장관은 3명뿐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했다고 평가받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8년 동안 재무장관은 1기 티머시 가이트너와 제이컵 루 단 2명이었다.

전문가들은 경제 수장의 임기는 아무리 짧아도 2년 이상이 보장돼야 한다며, 정치적 요인으로 퇴임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팀장은 "평균 400일이라고 해도 앞뒤로 1∼2달은 조직을 정비하거나 힘이 빠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을 펼 수 없다"고 평가했다.

홍 팀장은 "최소한 2∼3년, 한 정부의 절반 이상은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며 "그래야 정책을 계획하고 실행 중간에 평가하고서 바뀌는 경제 여건에 맞게 미세조정을 하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사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첫해 추진한 정책의 미진함을 다음 해 보완해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최소한 2년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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