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학력=苦학력'…대졸 이상 실업자 처음 50만명 넘어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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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절반 정도 '대학 나온 사람'…대졸 비경제활동인구 352만명으로 최대
고학력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대학진학률 16년만에 70% 미만 추락
대졸 이상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50만명과 350만명을 넘어서 고학력 실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실업자는 116만7천명으로 지난해 1분기에 견줘 1.2%(1만4천200명) 증가했다.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이다.
교육 정도별 실업자는 대졸 이상이 54만3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졸 45만1천명, 초졸 이하 9만9천명, 중졸 7만5천명이었다.
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올해 1분기가 처음으로 전체 실업자 중 46.5%가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사람들이다.
교육 정도별 실업자 증감을 보면 고졸만 9.1% 감소했고 초졸 이하(14.7%), 대졸 이상(9.2%), 중졸(1.8%)은 모두 증가했다.
교육 정도별 실업률은 대졸 이상이 4.4%로 초졸 이하(5.3%) 다음으로 높았다. 고졸과 중졸의 실업률은 4.2%와 3.5%였다.
또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55만2천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1%(1만6천500명) 감소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인구 중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일을 할 능력이 있지만 일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로 실업 통계에서 제외된다.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포함된다.
교육 정도별 비경제활동인구는 고졸이 591만3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졸 이상 352만8천명, 초졸 이하 372만3천명, 중졸 338만7천명이었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분기 기준으로 350만명을 넘은 것도 올해 1분기가 처음이다.
특히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1분기에 여러 학력 계층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고졸(-0.9%)과 중졸(-0.3%), 초졸 이하(-1.0%)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1분기보다 감소했지만, 대졸 이상은 2.4%(8만3천800명) 늘었다.
대졸 이상 계층에서 사회 통념상 '백수'로도 볼 수 있는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노동수급 불일치(mismatch, 미스매치)', 임금 격차 확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노동수급 미스매치는 대졸 이상 학력 소유자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갈 수 있는 일자리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미스매치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에서, 교육 정도별로는 대졸 이상 고학력에서 뚜렷하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임금 격차 확대도 대졸 백수를 늘리고 있다.
임금, 근로조건 등 일자리 질에 차이가 크게 나면서 차선의 일자리보다는 스펙 쌓기, 취업 학원 수강 등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가 늘었다.
실제 대학 졸업 이후 노량진 고시촌 등에서 몇 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공시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층 공시생이 2011년 18만5천명에서 지난해 25만7천명으로 38.9%(7만2천명)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대졸이 취업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대학보다 취업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의 지난해 대학진학률은 69.8%로 2000년 이후 처음 70% 아래로 떨어졌다.
통계청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특성화 고등학교의 취업자가 늘어나 전체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고학력 실업은 일자리 자체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서 생기는 측면이 있다"며 "인턴 같은 임시·단기직보다는 적더라도 양질의 일자리 공급에 집중하면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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