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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族閥주의(cronyism)』의 오명(汚名)을 씻어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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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2월08일 06시08분
  • 최종수정 2018년02월08일 06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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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재벌 후손이 한국의 반(反)부패 개혁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 FT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지금 한국 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거액의 뇌물 거래가 있었다는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두고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英國 Financial Times가 이번 판결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으로, 한국의 반(反)부패 개혁 의지가 시험에 들었다고 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양 언론들이 해외 특정 국가의 내부 정치 사정에 대해 비판하는 사례는 지극히 드문 일이기도 하고, 특히, 외국의 사법 재판부의 판결 결과에 대해 이렇게 엄정한 논조로 비난하는 것은 대단히 희귀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아직 최종심인 대법원의 마지막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나, 이번 판결 결과에 해외 언론들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다. 아래에 이재용 항소심 판결 결과를 전하는 FT 사설을 그대로 옮긴다.

 

■ 英 FT紙 “Remove the taint of cronyism in South Korea”
『지난 2009년 일어난 일이다.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이 거액의 탈세를 했다는 혐의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대통령의 사면을 받자 마자 한국은 동계 올림픽 개최를 유치했다. 우연한 일치일지는 모르나, 지난 월요일 서울고등법원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에게 부패 혐의로 선고 받은 5년의 형기를 절반으로 감형하고 게다가 4년 동안 형(刑)의 집행을 유예해 줌으로써, 그는 금요일 평창에서 열리는 때에 맞춰서 교도소 문을 유유히 걸어 나오게 되었다.


한국의 두 정당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까지도 분노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나라는, 이미 오래 전에 일어났던 ‘한국 전쟁’의 폐허에서 겨우 다시 탄생된 이래로 경제가 ‘재벌(財閥)’이라고 불리는 몇 개의 ‘가족 경영(family-run)’ 형태의 기업 그룹들에 의해 압도되어 왔다.

 

■ “한국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이 ‘Korea Discount’의 요인”
한국의 5대 재벌들의 증시 시가 총액을 합치면 한국의 주요 주가 지표 KOSPI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 재벌 16개 상장 기업들만으로도 거의 30%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의 경영의 불투명성, 그들 간의 긴밀한 연계 관계, 정부 및 사법 등 요인들은 ‘한국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을 만들어 냈고,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이들의 글로벌 상대 기업들에 비해 낮은 PER(이익 대비 가격 배율; price-to-earnings multiples)에 거래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사건은 재벌들의 권력 감축하려는 한국 정부의 ‘한국주식회사 부패 정화(Clean-Up Korea Inc.)’ 의지를 시험할 사건이었다. 삼성 재벌의 부회장이자 지난 2014년 심장마비로 쓰러져 현재 거동도 할 수 없는 아버지의 확실한 후계자로써 이재용씨는 강력한 심볼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그가 석방된 것이 타이밍으로 보나, 주위 환경 측면에서 보나 왜 그렇게 불행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인들이나 해외의 관측자들에게 주는 압도적인 인상은, 법원이 ‘사법적인 관용(寬容)’을 기업 총수들에게 베푸는 옛날의 관행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총수를 감옥에 보내기에는 기업이 너무 중요하다”는 궤변(?)
이번 판결은 지난 2008년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자금 횡령 사건에 대해 판결 집행을 유예했던 판사가 했던 말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정몽구 회장)를 감옥으로 보내기에는 그의 회사는 한국 경제에 너무 중요하다” 는 말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작년 8월 기소된 이후 삼성 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 이익을 거두고 있다. 삼성의 글로벌 세력은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사실들은, 이번 경우에 기업들의 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한국주식회사’의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이 나라 경제의 장래에 ‘진정한 정의(real justice)’가 계속해서 소생할 수 있게 하는 데 정말로 필요하다는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총수들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赦免)권 행사라는 관행은 종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씨는 두 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고 두 번이나 사면을 받은 경력이 있다. 그의 아들마저 똑 같은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에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이 사건의 다음 절차인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이번 항소심에 대해 믿을 만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 “평창 올림픽은 한국이 ‘공정한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기회”
삼성의 후예인 이재용씨가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이 주장하는 대로 정말로 1 심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의 피해자라고 한다면, 그러면 대법원의 ‘공정하고 공개된(fair and open)’ 판결로 그를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그로 하여금, 수 십년 동안에 걸쳐서 기업들이 저질러 온 악행(惡行)의 ‘희생양(scapegoat)’으로 만드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대법원 판결이 원심의 판결이 옳은 것이었다고 판단한다면, 이재용씨는 원래 판결이 선고했던 형기를 복역하기 위해 감옥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제, 과거의 낡은 악습인 ‘정실(情實) 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지속되게 하기에는 아시아에서 너무 오랜 동안 발전을 이루어 온 나라이고, 민주주의가 실행되는 아주 가치 있는 모범 사례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 게임의 주요 스폰서이다. 그리고, 이번에 석방된 이재용씨는 금요일에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번 평창 올림픽 개막식이라는 기회는 이재용씨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그리고 이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올림픽의 이념을 반성해 볼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추; FT 기사의 마지막 부분의 원문은 이렇다. “The event will provide a useful moment for him, the country and its leaders to reflect on the Olympic ideal of free and fair competition.”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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