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내주고 철강 살리면…"유효한 전략" vs "둘다 잃는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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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車 경쟁력 높지 않아…철강 급한 불부터 끄자"
"악용 가능성…한미 통상관계에 좋지 않은 선례"
정부가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자동차 시장 관련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런 전략의 득실을 제대로 따질 필요가 제기된다.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당장 급한 철강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주고받기'가 유효한 전략일 수 있지만, 미국이 악용할 경우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25% 관세를 더 내야 할 처지인 철강 업계에서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20일 "국내 자동차 시장을 좀 더 개방해도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잠식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철강 관세가 아니더라도 한미FTA 협상에서 결국 자동차를 양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시각이 작용한다.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협상의 기본 속성과 한미FTA 협상이 미국의 압박으로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에서는 일정 부분 양보하고 다른 것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는 "어느 정도까지 들어주느냐가 문제이지, 시급한 통상 현안 해결을 위해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철강 관세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자동차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사용하는 철강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는 만큼 철강 관세가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불안하다.
철강 관세 면제의 대가가 얼마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환경·안전규제 완화 등을 수용해도 미국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업계가 더 걱정하는 것은 미국에서 생산한 일본, 독일 자동차다.
미국을 위해 일부 규정을 완화할 경우 유럽연합(EU)이 한·EU FTA에서 같은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FTA 현행 유지가 가장 좋다"며 "미국산 브랜드가 그다지 경쟁력이 있다고 보지 않지만 무서운 것은 미국산 일본차나 유럽차"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미 대부분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25%를 면제받는다고 수출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차피 철강은 관세 몇 퍼센트 깎아준다고 해서 크게 좋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못하면 철강도 잃고 자동차도 잃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다음에 새로운 관세로 한미FTA나 다른 분야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철강 관세만 피하고 볼 게 아니라 미국의 수입규제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인 장치를 한미FTA에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철강이 중요한 품목이고 관세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이런 '주고받기'를 인정하면 앞으로 한미 통상 관계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미FTA 협상을 시작할 때 공언한 상호 이익 균형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철강 관세와 한미FTA 연계에 대해 "하나의 전략적인 방법인 것"이라며 "항상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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