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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후계자 유죄 판결이 한국 재벌들에 주는 충격”
“대통령에 뇌물 공여 유죄 판결로 재벌들에 정치적 압력 완화될 것“ 블룸버그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지난 금요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사실상 삼성 재벌 후계자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거액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로 한국의 재벌 그룹들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완화(ease)’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시에, 재벌과 결탁한 정치 권력의 부정 행위도 종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내용으로 보도하고 있다. 아래에 동 블룸버그 통신의 관련 보도 내용을 정리하여 옮긴다.
■ 삼성 왕조에는 불길한 징조이나, 재벌들에게는 일종의 구제(救濟)
한국에서 가장 세력이 강력한 기업 집단인 삼성 그룹을 이끌어 왔던 억만 장자 이재용이라는 한 개인의 몰락은 이 나라에서 족벌(族閥) 경영으로 지탱해 왔던 기업 왕국에게는 불길한 징조가 될지도 모르나, 한국의 재벌 왕조들에게는 일종의 구제(救濟)를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으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지난 금요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금까지 재벌 총수들에 대해 내려진 법원의 심판 중에서는 가장 가혹한 판결이 내려진 것이 일종의 ‘희생양(sacrificial lamb)’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국 사람들은 한국 경제를 압도하는 규모의 가족 경영 형태의 기업 그룹들이 저지르는 스캔들 혹은 정권과 유착된 부정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분노를 표출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가 공공연한 재벌 비판론자인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지난 5월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대통령직에 입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 핵 개발 프로그램 위기, 트럼프 대통령의 이제 겨우 5년 밖에 지나지 않은 韓 · 美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선언 대처 문제 등 당면한 문제들에 집중하느라고 자신의 선거 공약 사항인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추진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지 워싱턴 대학 국제관계 및 정치학 교수 앨링턴(Celeste Arrington)씨는 “지금은 한국의 문 대통령은 재벌들에 대해서 급격한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 말한다. 그는 이번 유죄 판결 이후의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해 “일단 나중 문제로 미루는 것(off the front burner)” 이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이번 판결은 확실히 (재벌 개혁에 대한) 압력을 상당 부분 완화할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보다 광범위하고 의욕적인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개혁 과제들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고 관측한다.
■ “문 대통령, 재벌 개혁의 모멘텀으로 삼을 것”
청와대는 이번 판결이 대기업들과 정부와의 부정한 결탁(collusion)을 끝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 로비 집단인 대한상공회의소(KCCI)나 전국경제인연합회(FKI)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부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재벌 기업인들에게는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내려왔던 관행을 깨트리는, 이번 판결은 문 대통령으로 하여금 제벌 개혁을 추진할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Zebra 투자관리회사 CEO 리(Bruce Lee)씨는 “만일 경제적 상황이 개선되면 정부가 재벌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 부칠 것이다. 시장에는 지금 재벌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 고 말한다. 그는, 이 부회장에게 5년 징역형이 내려진 것은, 세계 최고 기업의 하나인 삼성 그룹에게는 지난 30년 간 이끌어 온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심장 발작을 겪은 뒤 무력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총수 공백 상태가 길어질 위험도 있다고 평가한다.
■ 이씨 일가 부재 중, 삼성전자 이익, 주가는 사상 최고 기록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 그룹은 이씨 일가 족벌들의 거미줄 같은 상호 출자 지분 관계를 통해 60여 개의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스마트 폰으로부터 생 명 보험, 화물 선박 및 의류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팔고 있다. 그들 기업들 중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3,900억 달러 이상에 이른다.
아직은 이씨 일가의 경영 공백 상황은 삼성 그룹의 가장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지는 않고 있다. 동 사는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지난 달에는 주가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형식 상) 총수인 이재용씨는 동 사의 부회장이기는 하나 지난 6개월 동안은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재벌들이 언제나 악령(惡靈)화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지난 1960,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 북한보다도 못살던 당시에는, 재벌들을 한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의 선봉의 역군(役軍)으로 치켜세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은 수 십년 간에 걸친 부채 의존형 경제 성장을 통해 재벌들과 대등하게 되었고, 그들도 이제는 호감(好感)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일례로, 대기업 대우 그룹의 파탄에 촉발되어, IMF로 하여금 한국의 족벌 경영 형태의 재벌 그룹들이 1997-1999년 경제 위기의 주된 책임자들이라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그 후로, 재벌들에 대한 확고한 비판자들은 바로 재벌 가족들은 지극히 복잡한 미로와 같은 상호 출자 지분 보유를 통해 한국 증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들을 소액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우선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주(株主) 운동가들이었다.
■ 종전의 ‘한국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에 영향(?)
한국에 대한 투자자들은 한국의 대기업들 주식들이 낮은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비교해 보면 몇 배에 상당한다는 것, 즉 ‘Korea Discount’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현상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 한국의 코스피(KOSPI) 지수는 예상 수익의 약 9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것은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비교 대상 주식 시장의 주가 지수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일 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NASDAQ) 지수 거래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 재벌들에게는 두 명의 가장 커다란 성가신 ‘적군들(biggest thorns)’이 있다. 장하성 교수 및 김상조 교수이다. 그들은 종종 삼성전자 등 기업들의 연차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그들 기업들의 지배구조의 후진성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하며, 때로는 주주 총회를 무려 13 시간 이상이나 지연시키기도 하여, 급기야 보안 요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가기 일쑤였다.
지금은 장하성 교수는 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정책 수립 책임자이고, 김상조 교수는 재벌들에 대한 감시 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FTA)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리테일 소매 및 패스트 푸드 체인 기업들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 대해 투쟁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씨 일가가 지배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에 대해 상호 출자 관계를 해소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그는 재벌들의 소유 구조 개혁을 공공연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도 종전의 재벌 기업들에 대한 차별 대우를 단절할 의도를 내비쳐 왔다. 새로 취임한 진보 성향(left-leaning)의 문 대통령은 바로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른 기업 경영자들에 대해 관행처럼 실시해 온 사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많은 범죄를 저지른 기업 경영자들이 사면 조치를 받아 왔다.
■ “이제 재벌들에 대한 특혜는 없다(No Favor)”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2일 재정기획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 플랜을 통해 대기업들에 대한 명목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여 재벌 기업들로 하여금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기를 원하고 있다. 동시에 대기업들이 공장 시설이나 연구 개발에 지출하는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할 것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SVP이자 미국 워싱턴의 한미 기업협회 회장인 오버비(Tami Overby) 씨는 “이번 정부는 분명히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려고(level the playing field)’ 하고 있고,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특혜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관행으로 바꾸어 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고 평가한다.
이러한 관행적인 특혜(特惠)란, 바로 이재용 부회장을 감옥으로 보내고, 한국의 전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 넣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증여, 횡령, 위증 등의 혐의는 뇌물과 관련하여 정치인과 결탁하여 저지른 가장 최근에 발생한 스캔들인 것이고,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수감된 채로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이재용은 항소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문 대통령은 세제 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세법 개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 만큼 정치적 자산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달, 일자리 창출 및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한 11.2조원 규모 추가 예산을 통과시키기는 했으나 여당 민주당은 의회에서 단지 40%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 ‘트럼프의 일방주의 노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벌들이 필요’
한편,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주의에 입각하여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엄청나게 잘못된(horrible), 일방통행식’ 협정이라고 주장하며 펼치고 있는 엄청난 공세에 대응하고 이를 받아 치기 위해서는 재벌들의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에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일단의 재벌 경영자들이 동행하기도 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국가아시아문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의 무역, 경제 및 에너지 문제 선임 국장인 길리스피(Clara Gillispie)씨는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이 장기 징역형 선고를 받은 것에 관련해서, 새로 취임한 문 대통령은 일반 대중들의 분노를 진정시켜야 하는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문 대통령은 대중들의 의견을 충족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압력을 경감하게 된 것이다” 고 평가하면서, 만일, 이번에 무죄가 선고되었다면, 문 대통령은 재벌에 대해서 엄격하다는 모종의 행동을 보여 주어야 했을 것이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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