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좋은데…북핵·사드에 흔들리는 경기신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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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투자 불안·가계부채 등 위험요인 산적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해진 것으로 해석되는 경제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경제는 전반적으로 순항했다.
세계교역 확대, 국제유가 안정에 맞춰 수출이 선전했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한 덕분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은 1.1%로 6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섰고 2분기에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호조에 힘입어 0.6%로 선방했다.
아직 세계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수출을 늘리는 데 긍정적 요인이다.
올해 2분기 선진국 경제를 보면 미국은 전기 대비 연율로 환산해 2.6% 성장했고 유로지역은 2.5% 성장했다.
이웃 나라 일본은 무려 4.0%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신흥국도 분위기가 좋다.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한 것으로 나타냈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5개국은 작년 동기보다 5.2% 성장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적 흐름이 세계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경제 여건 말고는 한국경제에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 상승세가 꺾인 분위기다.
최근 한국은행은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9.9로 7월보다 1.3 포인트(p)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뒷걸음질하기는 7개월 만이다.
소비심리는 올해 상반기 꾸준히 개선됐지만, 실제 소비 확산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북핵 문제가 소비자심리 하락의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북핵 리스크(위험)가 어느 때보다 큰 변수로 부상했다.
새 정부 출범 효과도 이제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제조업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4월 83까지 올랐다가 5월 82, 6월 78로 떨어졌고 7월에도 78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출 증가가 반도체에 편중돼 있어 대내외 여건에 따라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 조치가 한국경제를 괴롭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제주지역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2% 줄면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감소세를 나타냈다.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또 2분기 외국인이 국내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18억7천6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23.6%나 줄었다.
사드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음식·숙박업 등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광업 뿐 아니라 대(對)중국 자동차 수출 등 제조업도 사드 불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건설투자 둔화, 가계부채 등의 위험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는 작년 동기보다 9.9%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의 후폭풍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천4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부채는 구조적으로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불안한 변수가 많다 보니 올해 하반기 한국경제 성장세가 좋아질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정부가 제시한 '3% 성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경기를 본격적으로 끌어가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며 "경제의 상승 활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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