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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연일 "최대 위기" 비명…노조는 줄줄이 파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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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8월22일 17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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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완성차 제조사와 부품업체들이 연일 성명과 간담회를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수·수출·생산이 2년 연속 뒷걸음질하는 가운데 강성 노조, 통상임금 소송까지 겹쳐 세계 시장에서 생존력 자체를 잃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완성차업체들이 경쟁력 약화의 모든 원인을 노조와 규제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2년 연속 판매감소 '위기신호'…고임금에 경쟁력 약화"

자동차 업계가 이처럼 '위기설'을 끊임없이 흘리는 첫 번째 배경은 판매 부진이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22일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서 "자동차 위기 때문에 오늘 여기 모였는데, 2년 연속 차가 덜 팔린다는 것 자체가 위기의 시그널(신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까지 한국 자동차의 내수·수출·생산은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국산 차 수출량(132만1천390대)은 2009년(93만8천837대) 이후 8년래 최저 수준이다. 특히 중국 시장 판매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의 여파로 1년 전보다 40% 이상 급감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도 4% 줄어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였다.

이에 따라 상반기 자동차 부품 수출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고, 공장가동률도 2014년 96.5%에서 올해 상반기 93.2%로 떨어졌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차의 위상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5년보다 7.2% 줄어 인도 다음 세계 6위로 내려앉았고, 10년 넘게 독일·일본에 이어 3위를 지켰던 수출도 올해 들어 멕시코에 자리를 내줬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동차산업이 30년간 지속된 대립적 노사 관계와 최고의 인건비 부담,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을 안고 있다"며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은) 재도약할 것인가 후퇴인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런 위기 현상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인건비 부담과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분규를 지목하고 있다.

김 회장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계 시장에서 파업 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천213만 원으로, 도요타(9천104만 원), 폴크스바겐(8천40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고, 5개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임금 비중도 12.2%로 폴크스바겐(9.5%), 도요타(2012년 7.8%)를 웃돈다는 게 완성차·부품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임박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서 통상임금에 상여와 각종 수당이 포함되고, 소급 지급까지 결정되면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법원 등에 '명확한 기준 제정'과 '신중한 판단'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완성차업체 5개사는 지난 10일 같은 취지의 성명에서 "통상임금 판결로 3조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면 기업은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외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 현대·기아·GM 파업 잇따라…"R&D 소홀·수직계열화도 위기 원인"

하지만 사측의 호소에도 불구, 완성차업체 노조의 동반 파업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22일 3~6시간 조기 퇴근하는 방식으로 부분 파업을 벌였다. 결국 노사는 6년 연속 파업을 피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21일 오전, 오후에 걸쳐 2시간씩 전체 조합원이 부분 파업을 벌였다.

앞서 지난 18, 17일 각각 4시간 파업과 14, 10일 각각 2시간 파업에 이어 다섯 번째 부분 파업이다.

사측 추산에 따르면 앞선 4차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차량 1만7천600여대, 3천600여억원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22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주최로 '재벌 노무 적폐 청산 2017년 그룹사 공동요구 쟁취 현대 기아차 그룹 계열사 노동자 총집결 투쟁대회'를 통해 쟁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철수설'로 뒤숭숭한 한국지엠(GM) 노조도 앞서 지난달 17일 이미 한 차례 4시간짜리 부분 파업을 벌였다.

카허 카젬 신임 한국GM 대표가 부임(9월 1일)하기도 전에 22일 노조와 면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상견례에서 노사 분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작년까지 2년간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자랑했던 르노삼성차조차 올해에는 파업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르노삼성차 노사 분규에 대한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는 합법적 파업 요건까지 갖춘 상태다. 노조는 이미 10~11일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위기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3년 전 우리 업체들은 경기가 좋고 일본의 경우 도요타 급발진 사태와 원전 사태 여파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며 "경쟁 상대의 부실 덕이었는데도 이 때 한국차는 일본 차를 추월했다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핑크빛 전망만 내놓고 연구·개발(R&D) 등 대비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사옥 부지를 살 게 아니라 획기적 R&D를 진행하거나 장기적 R&D 투자를 집행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75년 중소기업 계열화 촉진법 제정으로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수직 계열화가 이뤄졌다"며 "결국 이 시스템이 이제 와서는 발목을 잡고 있다. 다른 기업과의 자유로운 협력이 어려워지면서 성장동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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