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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꺾이는데 한은 금리 왜 올렸나…가계부채·미 금리인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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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1월30일 11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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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 낮췄지만 잠재 수준 큰 차이 없어" 금융안정에 무게
가계부채 증가세 여전히 빠르고 한미금리차도 부담…'실기론' 지적도
 

 

경기가 안 좋고 물가상승률이 높지도 않은데 한국은행은 금리를 왜 올렸을까.

한은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연 1.50→1.75%)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통상 중앙은행은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잔치에서 술을 치우는 역할을 하는데 지금 한은은 경기가 식는 국면에서 금리인상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 배경에는 금융안정을 우선할 때라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외 리스크 요인이 성장, 물가 등 거시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고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1년 전 금리방향을 틀었지만 여전히 금리가 사상 최저에 가까운 수준이다 보니 저금리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1천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는다고 우려했다.

올해 중반 부동산 시장 폭등도 관련이 있다. 한은은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이 상호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인상도 압박요인이다. 한미 정책금리는 올해 3월 역전됐으며, 한은이 이번에도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면 12월엔 역전 폭이 1%포인트로 커질 공산이 크다.

한미 금리역전이 대규모 자금 유출을 초래하진 않았다. 하지만 위기시엔 충격을 키운다는 불안감이 고조된다.

이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후 간담회에서 미 금리인상을 두고 "국제금융시장과 투자 형태에 영향을 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늘 유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인상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한은 목표 중에 금융안정이 있는데 그와 관련해 가계부채나 자본유출 우려 등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많다"며 "경기가 안좋으면 부담이 가긴 하지만 지금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고 금융안정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인상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누그러들었고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는데 경기는 금리인상을 받쳐주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안으로는 활력이 떨어지고 밖으로는 불확실성이 크다.

수요 측면 물가상승 압력이 약하고 일자리 사정은 싸늘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부각되지 않는데 반도체 수출 주도 성장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이 어떻게 전개되며 어떤 영향을 줄지 다들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고 있다.

일부에선 한은이 실기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 여건이 그나마 낫던 상반기에 올려놨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가계와 기업이 금리인상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대출규제도 훨씬 강화된 상태여서 가뜩이나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이 배가될 수 있다.

3%대 성장세에 힘입어 이견이 거의 없던 지난해 금리인상 때와는 다른 상황이다.

한은도 성장 눈높이를 낮추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3.0%로 봤다가 지난달엔 2.7%까지 내렸다. 내년에도 2.7%다. 이는 잠재성장률(2.8∼2.9%) 보다 낮다.

한은은 다만 잠재성장률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은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경기 진폭도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1일 발간한 한국경제전망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를 하회하고 있어 통화정책 정상화는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금융안정 관련 잠재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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