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차별화'…부양책 힘입은 미국만 호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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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중인 중국, 경기 불안해지자 유동성 확대 공급
유럽·일본·신흥국도 회복 부진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유럽·중국 등 여타 국가와 경기 흐름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탈(脫)동조화'가 심화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4년 만에 가장 높은 4%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속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중국과 유럽, 일본, 신흥국들은 경기가 안정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경기 과열 우려' 미국…'부양책 엇박자' 지적도
미국 경제는 다른 주요 국가를 뒤로 하고 한층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로 4.1% 증가했다. 2014년 3분기 이후 거의 4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로 지난 1분기의 2배에 가깝다. 1분기 성장률은 이날 2.2%로 수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장률 발표 후 "우리는 다시 한 번 경제적인 면에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13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 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3%를 찍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견고한 소비와 수출 증가가 2분기 성장률 제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미국 경제활동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지난 몇 년간 양호했는데 트럼프 감세 이후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낮은 실업률과 일자리의 안정적인 창출, 최근의 세금 감면 등에 힘입어 4%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입에서 외식비 지출까지 씀씀이가 커졌다.
수출 기여도도 컸는데 중국의 25% 보복 관세 이전에 대두 업자들이 서둘러 수출을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의 회복기에서 정점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 시장은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로 고용주들이 직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한때 10%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 5월에는 3.8%로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6월에는 4.0%로 살짝 높아졌다. 미국 경제는 지난달까지 12개월간 월평균 19만6천500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다.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9년 가까이 꾸준히 성장해왔다. 덕분에 연방준비제도는 경기 부양책을 거두고 지난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긴축 사이클에 들어가 금리를 7차례 올렸다. 가장 최근의 인상은 지난 6월이었다. 연준은 올 연말까지 2차례, 내년에는 3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분기의 높은 성장률 덕분에 연준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계속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GDP 보고서가 올해 추가 2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다음 주 통화정책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9월에 2∼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연준은 이달 앞서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상반기 미국 경제 성장이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가 매우 좋은 지점에 있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만 2분기 같은 빠른 성장 속도가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3분기에는 성장 속도가 다소 느려질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경고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어 트럼프 정부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의 부양책을 쓸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은 돈줄을 조이는데 미국 정부는 경기 부양에 나서 서로 정책이 부딪히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연준의 금리 올리기에 비판적이었는데 감세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면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고 이는 부양책 효과를 희석할 수 있다.
◇ 쪼들리는 이웃들…유럽·중국·일본 여전히 '불안'
미국과 달리 유럽 각국과 중국 등 여타 주요국들은 경기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6.7%로 이전 3분기 연속 유지됐던 6.8%보다 0.1%포인트 떨어졌고 7월에도 경기 둔화 조짐이 이어졌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중국 중소기업 신뢰지수(SMEI)의 하위 신용지수는 이달 55.67로 지난달 56보다 낮아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필딩 첸은 "무역전쟁이 수출과 시장 심리를 가격한 가운데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자 중국은 시중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고 지준율을 낮추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섰다. 지난 23일엔 내수경기 부양과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정·금융 정책도 발표했다.
무디스는 중국이 경기 부양으로 정책 기조를 변경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성장률이 올해 6.6%, 내년 6.4%로 둔화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뚜렷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말 양적 완화를 끝내기로 했으나 지난달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낮췄고 현재 제로(0)인 기준금리는 내년까지 올리지 못할 전망이다.
27일 발표된 프랑스 2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 전년 대비 1.7%로 시장 예상치 0.3%, 1.9%를 모두 밑돌았다.
일본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와중에 통화완화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일본은행이 정책 변경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만으로도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시미즈 미쓰오 아이자와증권 전략가는 "경제는 잠잠한 상태"라며 "최소 내년까지 정책 변경이 없으리라는 게 시장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신흥국들의 경제 상황은 더 나쁘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터키와 파키스탄은 통화 가치 급락, 외환보유액 급감,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의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서 다음번 경제위기국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세계 각국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소들은 복합적이지만, 무엇보다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로 환율에 압박을 받는 데다 무역전쟁과 중국 성장둔화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주 요인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세계 경제를 전체적으로 짓누르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년간 회복을 누려온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조화 기간이 끝에 다다랐다"며 "미국은 감세로부터 일시적으로 힘을 받고 있으나 중국 성장은 식고 있고 수많은 신흥시장이 통화 매도에 직면했으며 유럽은 한파에서 더디게 회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비 조지프 코언 골드만삭스 선임 전략가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을 하방 위험으로 꼽으면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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