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초저금리 시대 온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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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로금리 향해 방향 전환"…EU·일본도 제로금리 속 유동성 공급
시장에선 한은 금리인하 기정사실화 평가…평균 예금금리 0%대 진입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국이 예상치 못한 초저금리 시대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 세계가 불확실성 고조에 재정·통화정책을 동원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저금리인 상황에서 초저금리가 갖는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자칫하면 예금 생활자들의 소비를 위축하고 간신히 숨을 죽여놓은 부동산 시장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학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9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연 1.25→1.00%)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한은이 지난달 말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코로나19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렇다 할 개선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 500명 전후로 다소 안정화되고 있으나 아직 변곡점을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고 정부의 위기 경보 단계 역시 '심각' 등급이 유지되고 있다.
한은이 예상치 못한 급격한 변화는 대외부문에서 나왔다.
지난 3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1.50~1.75%→1.00~1.25%)했다.
월가에선 미국이 연내에 2차례 안팎 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15년 말까지 유지했던 제로금리(0~0.25%)로 상당 부분 회귀한다는 의미다.
이미 제로금리를 운용 중인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은 추가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했거나 준비 중이다.
세계 주요국이 제로금리를 향해 달리거나 이미 제로금리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11조7천억원 상당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정부도 "강력한 폴리시믹스(정책조합)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정책뿐 아니라 통화정책도 가세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 입장에서 보면 금리 인하 압박이 될 수 있다.
이런 국내외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시장에서는 한은의 내달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상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0.25%포인트만 낮춘다 해도 한국의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1.00%로 떨어지게 된다.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초저금리 시대를 의미한다. 1%대 초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기준금리는 사실상 '제로금리'가 된다.
1월말 잔액 기준 예금은행의 총수신 금리는 연 1.21%로 한은의 기준금리 1회 인하분을 반영하면 0%대 진입을 의미한다. 같은 시점 잔액기준 총대출금리는 3.38%였다.
제로금리는 돈 빌리는 가격을 낮춰 내수를 자극하고 이로써 경기 회복을 꾀하는 통화정책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이런 경제학 이론이 통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장기간 저금리 상황에서도 반응하지 않던 경기가 금리를 더 낮춘다고 자극을 받겠냐는 논리다.
현금이 흘러넘쳐도 기업이 추가 생산하지 않고 투자와 가계 소비가 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예금금리도 낮아지는데 이 경우 예금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이상 과열 역시 경계하는 시각이 많다.
돈의 값이 싸지면 자금의 흐름이 결국 자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큰데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가장 안전하고도 수익률이 높으니 풍부한 유동성이 투기자본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이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낮춘다고 경기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으리라고 본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금융당국이 피해업종으로 가는 돈줄이 막히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양적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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