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방위비 협상 교착 속 주한미군 감축카드 꺼내드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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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주한미군 감축 옵션 백악관에 보고돼"…독일 이어 한국 대상되나
방위비 협상서 증액 압박카드 될수도…감축 현실화시 큰 파장 예상
'동맹무시' 트럼프, 비공개석상서 방위비 증액 주장하며 철수 언급하기도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미국이 독일주둔 미군 감축 결정을 내린 데서 보듯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다 교착 상태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압박 의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한국 입장에서 민감한 사항인 감축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를 인용해 국방부가 한국에 주둔한 미군을 감축하는 옵션들을 갖고 백악관에 제시했고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WSJ이 감축 옵션 제시 배경으로 내놓은 설명은 전 세계 해외 미군의 재배치 계획에 주한미군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백악관이 작년 가을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철수를 위한 예비적 옵션을 제시할 것을 지시했고, 국방부가 지난 3월 한국에 대한 일부(옵션)를 포함해 상당수의 옵션을 다듬고 이를 백악관에 제시했다고 한다.
해외미군을 본국으로 데려온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해외 미군 축소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공화당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철군을 밀어붙였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1만2천명에서 8천명 중반대 수준까지 줄였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측면에서도 재배치 문제를 꾸준히 검토해 왔다. 미국이 독일 주둔 미군을 9천500명 줄인 뒤 이 중 일부를 일본이나 호주에 재배치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 해외 미군의 재배치 문제를 항상 검토한다면서 "내 말은 나는 한국에 있는 사령관들과, 중동에 있는 우리 사령관들과 그런 대화를 해 왔다는 의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감축 옵션은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의 증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협상 대표들이 3월말께 기존 대비 13% 증액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이후 미국은 무려 50% 가까운 증액인 13억달러를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WSJ 보도가 맞는다면 한미가 방위비 협상 잠정 합의안 마련을 놓고 한창 논의하던 3월에 미 국방부가 감축 옵션을 백악관에 보고했고, 결국 잠정 합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말이 된다.
우리 외교부는 협상 때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거론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한국의 약한 고리로 여기는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은 계속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감축 옵션은 양국이 방위비 협상을 놓고 충돌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고 전했다.
동맹을 돈과 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기존 동맹의 방위비 부담이 적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 감축이나 철수를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예상이 아니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주둔비용으로 50억달러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지난해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미국은 일본에는 현재의 4배 수준인 80억달러를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한국의 방위비 분담 수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한국인이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주독 미군 감축 결정 배경을 설명하며 독일의 국방비 지출 불만을 표시한 뒤 "독일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해 다른 동맹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다만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WSJ에 "한국에서의 미군의 태세를 변경할 아무런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해 감축이 현실화할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현행 2020 국방수권법은 물론 의회가 논의중인 2021 국방수권법에도 2만8천500명인 주한미군을 줄이지 못하도록 명시할 정도로 의회 내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하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감축 옵션 보도와 관련해 동맹을 거래의 관점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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